군 위문편지 논란 계기로 결성된 연대체 ‘여성결사’
“피해학생 불법합성물 제작 등 수사하고
위문편지 관련 스토킹 등 전수조사 해야”

여성결사 성명문 ⓒ여성결사
여성결사 성명문 ⓒ여성결사

서울 한 여자고등학교 학생이 봉사활동의 일환으로 군 장병에게 쓴 위문편지를 두고 논란이다. 편지 내용이 담긴 사진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되자 해당 학생과 이 학교 재학생의 신상정보를 유포하고 성희롱하는 댓글이 쏟아졌다. 편지 내용이 성의 없다는 이유로 학생들에 대한 디지털 성폭력과 ‘사이버 불링(cyber bullying‧온라인 상 집단 괴롭힘)’이 이어지자 분노한 여성들이 ‘여성결사’라는 이름으로, 이번 사안을 공론화하고 있다.

최근 트위터에서는 #진명여고는_학생에게_사과하라, #일제잔재_위문편지_완전철폐 등의 해시태그가 확산되고 있다. ‘여성결사’ 참가자들이 이 해시태그 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17일 현재 120여명의 여성들이 온라인상 대응을비롯해 외신 제보, 항의 전화, 현수막 걸기 등으로 이번 사안의 심각성을 외부에 알리기 위해 힘쓰고 있다.

처음 여성결사 결성을 제안한 한지영 신체심리학자는 “개인이 각자 고립된 채로 활동하는 것보다 집단으로서 각자의 역량을 발휘하고 정보를 공유하면 더욱 효율적으로 활동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연대체 결성을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위문편지 사안을 시작으로 여성의 목소리가 필요한 사안에 적극 연대해 공론화에 힘을 보탠다는 계획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여고에서 보내는 위문편지를 금지해달라는 요구가 올라와 17일 현재 14만841명이 청원에 참여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여고에서 보내는 위문편지를 금지해달라는 요구가 올라와 17일 현재 14만841명이 청원에 참여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쳐

여성결사는 첫 성명서를 통해 학교 측이 피해 학생에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위문편지’는 학생들의 자율권을 침해하고 성폭력의 위험에 노출시키는 잘못된 관행이며, 학생들의 분노는 정당하다”며 “여학생은 군인을 위안하는 존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학교 측은 위험을 인지했으나, 관행을 없애는 대신 학생들의 개인정보 기재를 금지하는 방식으로 ‘위문편지’ 관행을 유지하고 스토킹 등의 피해로부터 학생들은 보호하지 못했다”면서 “이번 사태로 인해 관련 학생들의 신상이 커뮤니티에 게시됐고, 남성 유저들은 학생의 개인정보를 공유하고 집단 린치를 가하고 있다. 이는 심각한 조직적 범죄다”라고 비판했다.

여성결사는 학교장과 교사는 학생들에게 사과하고, 피해학생의 불법합성물 제작‧유포 등을 모의한 사안에 대한 수사도 촉구했다. 또한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군 위문편지로 인한 스토킹, 성희롱 등의 전수조사를 요구했다.

앞서 위문편지 논란은 지난 1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위문편지를 촬영한 사진이 올라오면서 시작됐다. 해당 편지에는 “인생에 시련이 많을 건데 이 정도는 이겨줘야 사나이” “눈 오면 열심히 치우세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위문편지 사진이 온라인에 확산되자 일각에서 해당 학교 학생들의 신상 정보를 알아내 유포하고 악성 댓글을 남기는 일이 발생했다. 일부는 해당 학교를 찾아가 인증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온라인에 공개된 편지 내용으로 마음에 상처를 받은 국군 장병들에게 심심한 사과와 위로를 드리며 위문편지를 쓰게 된 교육 활동 과정에서 불편함을 느낀 학생들에게도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조 교육감은 “기사에 언급된 일부 편지내용으로 인해 해당 학교 학생들에 대하여 온·오프라인에서 공격과 괴롭힘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며 “학생들을 향한 사이버 폭력을 멈춰주기를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현재 서울시교육청은 학생이 위문편지를 쓰게 된 상황과 이후 과정 등에 대해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다. 

한편,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여고에서 보내는 위문편지를 금지해달라는 요구가 올라와 17일 현재 14만841명이 청원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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