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인권운동가 마야 안젤루 얼굴 새긴
쿼터(25센트) 동전 발행

미 조폐국은 10일(현지시간) 마야 안젤루의 얼굴이 새겨진 쿼터 동전(25센트)을 정식으로 발행했다고 밝혔다. ⓒ미국 조폐국
미 조폐국은 10일(현지시간) 마야 안젤루의 얼굴이 새겨진 쿼터 동전(25센트)을 정식으로 발행했다고 밝혔다. ⓒ미국 조폐국

시인이자 배우, 인권운동가이며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흑인 여성’ 중 하나인 마야 안젤루(1928~2014)의 얼굴이 새겨진 동전이 나왔다. 흑인 여성의 얼굴이 미국 화폐에 실린 첫 사례다.

미 조폐국은 10일(현지시간) 안젤루의 얼굴이 새겨진 쿼터(25센트) 동전을 정식으로 발행했다고 밝혔다. 미국 사회 각 분야에서 업적을 남긴 여성들을 기리는 ‘미국 여성 쿼터 프로그램(American Women Quarters Program)’의 하나다. 

시인이자 배우, 인권운동가이며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흑인 여성’ 중 하나인 마야 안젤루(1928~2014). ⓒShutterstock
시인이자 배우, 인권운동가이며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흑인 여성’ 중 하나인 마야 안젤루(1928~2014). ⓒShutterstock
마야 안젤루가 1969년 발표한 자전적 소설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의 국내 번역본. ⓒ문예출판사
마야 안젤루가 1969년 발표한 자전적 소설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의 국내 번역본. ⓒ문예출판사

안젤루는 1969년 발표한 자전적 소설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로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올랐다. 어린 시절 겪은 성폭력과 후유증도 고백해 큰 파문을 일으켰다. 1971년 발표한 첫 시집 『내가 죽기 전에 차가운 물 한 잔만 주오』로 퓰리처상 후보에 올랐다. 다양한 소설, 에세이, 시집을 펴냈고 가수, 작곡가, 배우, 극작가, 영화감독, 프로듀서, 교수 등으로 활약했다. 마틴 루서 킹 목사, 맬컴 엑스와 함께 민권운동에도 힘썼다. 1993년 빌 클린턴의 요청으로 흑인 여성 최초로 미 대통령 취임식에서 축시를 낭송했다. 1981년부터 2011년까지 노스캐롤라이나 소재 웨이크포리스트 대학의 종신교수로 강단에 섰다. 2000년 국가예술훈장, 2011년 대통령 자유 훈장을 받았다. 2014년 5월 타계했다. 

그간 왜 백인만 미국 화폐에 등장하느냐는 지적이 빗발치자, 버락 오바마 정부는 20달러 지폐에 노예 폐지 운동가인 흑인 여성 해리엇 터브먼의 얼굴을 넣기로 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취소됐다.

미 조폐국은 올해부터 2025년까지 4년간 미국 여성인사를 화폐 모델로 삼는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올해 새로 발행되는 쿼터 동전에는 안젤루를  포함해 여성 최초 우주비행사 샐리 라이드, 첫 중국계 할리우드 스타 애나 메이 웡, 첫 여성 체로키 부족 족장 윌마 맨킬러, 뉴멕시코 지역의 여성참정권 운동가 아델리나 오테로 워런 등의 얼굴도 새겨진다. 동전 앞면에는 기존과 같이 미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얼굴이 새겨진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화폐를 새로 디자인할 때마다 우리는 미국이 중시하는 가치, 미국 사회가 어떻게 진보했는지에 대해 말할 기회를 얻는다”라며 “안젤루를 포함해 미국의 가장 훌륭한 여성들의 기여를 기념하게 돼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