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 중인 전기자동차 ⓒ뉴시스ㆍ여성신문
충전 중인 전기자동차 ⓒ뉴시스ㆍ여성신문

직장 동료와 얼마 전 점심식사를 하며 자동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갑자기 한국차를 샀다며 자랑스러워 했다. 어떤 차를 샀느냐고 물으니 전기자동차를 구입했다는 것이다. 한국자동차를 처음 구입했지만 너무 만족해 한국을 다시 봤다는 이야기를 할 때는 내가 괜히 우쭐해지는 순간이었다. 

12월 들어 국제 유가가 오르며 스웨덴에서 디이젤 가격이 리터당 20크로네(2600원)을 넘으며 국민들이 당혹해 하는 모습이다. 전국이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진 12월 중순 전기값이 작년에 비해 3배가 올라 집집마다 난방을 위해 벽난로에 땔 장작을 구하느라 전국에 땔감이 동이 나는 사태가 발생했다. 우리 집도 바닥난 벽난로용 장작을 구입하기 위해 몇 군데 전화문의를 해 보았지만  언제 다시 물건이 들어올지 모른다는 녹화기계음만 듣고 전화를 끊어야 했다.

2021년은 앞으로 닥쳐올 에너지 위기를 예견하고 있는 듯 하다. 유류가격이 가파르게 오름과 동시에 전기자동차에 대한 관심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작년 스웨덴에서 등록된 30여만대 승용차 중 60%가 전기자동차가 차지했다고 얼마 전 스웨덴 통계청에서 발표를 했다. 작년 12월만 보면 신규 등록차량의 61%가 전기자동차를 구입해 전년도에 비해 전기자동차 판매량이 106% 성장했다. 올해는 승용차의 60%가 전기자동차가 될 것을 전망한다. 작년을 기점으로 대세는 전기자동차로 기우는 추세다. 

그 중에서는 한국 전기자동차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스웨덴 전체 신규등록 차량 중 4위를 차지한 한국산 전기자동차는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중이다. 그도 그럴 것이 1위부터 3위까지는 판매된 자동차는 가솔린 자동차였기 때문에 가장 많이 판매된 전기자동차는 한국산이라고 보면 된다. 영국과 독일 그리고 네덜란드에 이어 스웨덴에서까지 한국산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빠르게 약진하고 있다. 

전기자동차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어디를 가도 충전소 시설이 쉽게 눈에 띈다. 기존 정유소 뿐 아니라 쇼핑몰, 시외버스 정류장, 역주변에는 어렵지 않게 전기충전시설이 설치돼 있고, 관공서, 회사 뿐 아니라 학교 및 공공도서관 등에서도 쉽게 충전을 할 수가 있다. 가정에서도 100만원 미만부터 150만원 정도면 충전기를 쉽게 설치할 수 있어 전기자동차의 인기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유럽연합(EU) 차원에서도 화석연료 자동차 퇴출을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2030년까지 현재 수준보다 55% 낮은 탄소배출 목표를 정하고 가장 큰 주범인 자동차의 판매를 금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전기자동차가 빠르게 증가하는 것에 대비해 요구되는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평균 60km 마다 충전시설을 설치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전 EU 가입 국가 어디를 가도 쉽게 충전할 수 있게 해 불편을 최소화하겠다는 복안이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사실 전기를 생산하는 능력이다. 전기수요가 급격하게 늘면서 전기생산능력을 빠르게 늘리지 못하면 화석연료자동차 생산 금지는 사실상 불가능 하기 때문이다. EU는 재생에너지원인 태양열과 풍력, 그리고 수력을  가장 친환경 에너지로 보고 있지만, 기후변화에 따른 불규칙적인 에너지 수급능력을 가장 큰 장애로 보고 있다. 올해 지구온난화에 따른 에너지 가격인상도 사실 신재생에너지 생산의 저효율성과 잦은 홍수, 그리고 풍력발전기의 저효율성,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국경긴장관계로 인해 발생한 천연가스공급 중단 등으로 야기된 에너지 위기는 새로운 대체에너지의필요성이 더욱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어쩔 수 없이 유럽집행부는 2035년까지 55퍼센트의 탄소배출 감소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탄소배출이 가장 낮은 원자력 발전을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프랑스를 비롯한 EU 회원국들은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정부차원에서 검토하기 시작했다. 유엔경제위원회(UNECE)의 발표에 따르면 원자력발전의 탄소배출량은 풍력발전시설이 배출하는 것보다 낮게 나타나 새로운 에너지원이 나올 때까지 가장 효율적인 에너지원이라고 보고서는 결론짓고 있다.

2050 탄소중립 목표보다 더 시급한 것은 전기 생산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더 이상 화석연료차를 판매할 수 없는 시기인 2035년 후 전기대란이 오게 된다는 점이다. 이번 4차혁명도 결국 동력혁명인 셈이다. 지금 시급히 대비하지 않으면 국가적 위기를 겪게 된다. 유엔경제위원회, 그리고 EU 집행위는 우둔해서 원전을 현 시점에서 가장 안전하고 효율적인 에너지원이라고 말하고 있겠는가. 과학자의 데이터는 영화감독의 시나리오보다 더 중요한 정책의 근거가 돼야 한다.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정치학과 교수 ⓒ여성신문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정치학과 교수 ⓒ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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