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 보험료 부과에 불복 소송
서울행정법원 “혼인은 입법의 문제”
소성욱씨 부부 “다른 시민들처럼
권리 인정받을 때까지” 항소 방침

동성 부부라는 이유로 배우자의 건강보험 피부양 자격을 박탈당했다며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낸 동성 부부 김용민·소성욱씨가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국민건강보험공단 상대 보험료 부과처분 취소소송 선고 공판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이주영 부장판사)는 소성욱 씨가 건보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료 부과처분 취소' 소송을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뉴시스·여성신문
동성 부부라는 이유로 배우자의 건강보험 피부양 자격을 박탈당했다며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낸 동성 부부 김용민·소성욱씨가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국민건강보험공단 상대 보험료 부과처분 취소소송 선고 공판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성소수자 부부가 배우자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해달라며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으나 1심에서 패소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이주영 부장판사)는 7일 소성욱(31)씨가 건보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료 부과처분 취소’ 소송을 원고 패소 판결했다.

김용민(32)씨와 2019년 결혼식을 올린 소씨는 2020년 2월부터 건강보험 직장 가입자인 김씨의 피부양자로 등록돼 있었으나 같은 해 10월 ‘피부양자 인정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공단으로부터 보험료 부과 처분을 받자 지난해 2월 행정소송을 냈다.

소씨는 “실질적으로 혼인 관계인데도 단지 동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부인하는 것은 피부양자 제도의 목적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민법과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판례, 우리 사회의 일반적 인식을 모두 모아보더라도 혼인은 여전히 남녀의 결합을 근본 요소로 한다고 판단되고, 이를 동성 간 결합까지 확장해 해석할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건강보험료를 부과한 처분은 건보공단의 재량에 달린 문제가 아닌 만큼 행정의 재량 준칙으로서 평등의 원칙과 무관하고, 동성 간 결합과 남녀 간 결합이 본질적으로 같다고 볼 수 없는 점에서 이를 달리 취급하는 것이 헌법상 평등 원칙에 반한다고 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여러 나라가 동성 동반자 제도를 두는 등 세계적으로 혼인할 권리를 이성 간으로 제한하지 않고 개인의 자유로 인정하는 것이 추세이나 결국 혼인 제도란 사회 문화적 함의의 결정체인 만큼 원칙적으로 입법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우리나라 안에서 구체적인 입법이 없는 상태에서 개별 법령의 해석만으로 혼인의 의미를 동성 간 결합으로까지 확대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소송을 제기한 소성욱씨 남편 김용민씨는 1심 패소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저희 둘 중 누군가가 먼저 세상을 떠나는 순간, 남은 한 사람이 ‘남’으로 불리는 것을 원치 않는다”라며 “저희는 서로 사랑하고 서로에게 헌신하는, 기쁠 때 같이 기뻐하고 슬플 때 같이 슬퍼하는 ‘동반자’”라고 말했다. 이어 “저희의 관계를 인정받는 그날까지 싸우겠다. 사랑은 결국 이긴다”라고 강조했다.

소송 당사자인 소씨 부부와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이하 가구넷) 등은 “모든 시민에게 주어지는 권리를 동성 부부에게도 부여하라”고 외쳤다.

부부 측 대리인인 김지림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대법원이 2006년 호적법을 확장해 트랜스젠더의 성별 정정을 인정한 사례처럼, 부당한 현실이 존재할 때 법원이 해소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전 국민에게 적용되는 국민건강보험제도에서만큼은 동성 부부도 사실혼 배우자의 실질적인 성격이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부는 판결문을 분석하는 대로 항소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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