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의도적 살해 인정 어려워”
피해자 유족, 항소 요구

6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1심 선고 직후 고 황예진씨의 어머니가 지인들과 눈물을 훔치고 있다. ⓒ홍수형 기자
6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1심 선고 직후 고 황예진씨의 어머니가 지인들과 눈물을 훔치고 있다. ⓒ홍수형 기자

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사귀던 여성을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이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피해자 유족은 선고 결과에 반발하며 항소를 요구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안동범)는 6일 상해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중한 결과가 발생했고 피고인이 유족들에게 진정으로 사과하고 용서받지 못한 점을 참작해 최종 형량을 결정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어 “피고인과 피해자는 연인으로 교제 중 자주 다퉜지만 범행 이전에 지속적인 폭행 관계에 있지 않았다”며 “이번 사건은 교제살인의 일반적인 유형으로 헤어지자고 말하거나 교제를 원하지 않는 여성에 대해 보복으로 살인에 이르게 한 것과는 다르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판결이 나오자 방청석에서는 “사람을 죽여 놓고 7년이라는 건 말도 안 된다”, “나라에 법이 없다”, “우리나라 법이 다 썩었다”는 탄식이 나왔다.

한 방청객은 “당신 딸이 죽어도 7년이냐”며 울부짖었다.

황씨 어머니는 1심 선고 직후 기자들과 만나 “충분히 아이를 살릴 수 있었는데 끌려 다니고 아무 조치 못하고 비참하게 죽어간 딸의 생명을 징역 7년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부모는 아무도 없다”며 “제일 중요한 것은 우리 아이가 왜, 어떻게 사망했는지 그것을 밝혀야 한다. 그러기 위해 검찰이 항소를 안 하면 1인 시위라도 해서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황씨 측 변호인도 “일반 국민들의 보편적 눈높이만 봐도 99% 이상은 살인이라고 한다”며 “최근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사망하게 한 경우도 7, 8년씩 선고가 되는데 이 사건과 음주운전 사건을 저울로 잰다면 어느 것이 훨씬 더 무거운지 다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없다고 보는 것인데 사람을 그렇게 방치할 수가 없다”며 “연인으로서 피해자를 보호할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노력을 안했다”고 지적했다. 

6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 앞에서 폭행 당해 숨진 고 황예진씨의 변호인이 기자에게 의견을 밝히고 있다. ⓒ홍수형 기자
6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 앞에서 폭행 당해 숨진 고 황예진씨의 변호인이 기자에게 의견을 밝히고 있다. ⓒ홍수형 기자

황씨 유족 측은 입장문을 통해 “여러 사정으로 인해 살인의 고의 부분이 충분히 수사되지 않은 채 상해치사로 기소돼 유족들은 1심 재판부에 현장검증, 법의학 전문가·범죄심리학 전문가·부검전문가 의료전문가 등의 법정 진술을 통해 피고인에게 살인의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 충분히 심리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이 부분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은 매우 아쉽다”고 밝혔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7월25일 황씨의 오피스텔 1층 출입구 앞 복도에서 황씨 목, 머리 등을 10회가량 밀쳐 유리벽에 부딪치게 했고, 몸 위에 올라타 황씨를 여러 차례 폭행했다.

이후 황씨가 뒤따라오자 주먹으로 수차례 때리고 의식을 잃은 황씨를 엘리베이터로 끌고가며 바닥에 방치했다. 황씨는 병원으로 이송됐고, 3주간 의식불명 상태로 있다가 지난해 8월17일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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