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한글박물관·한국국학진흥원
‘이내말삼 드러보소, 내방가사’ 전
조선 여성이 기록한 여성의 삶·시대
4월10일까지 국립한글박물관

조선시대 내방가사 ‘쌍벽가’(1794년작) ⓒ국립한글박물관
조선시대 내방가사 ‘쌍벽가’(1794년작) ⓒ국립한글박물관

조선시대 여성들이 자신의 삶과 시대를 기록한 한글 노랫말, ‘내방가사(內房歌辭)’를 집중 조명하는 전시가 열렸다. 국립한글박물관·한국국학진흥원의 기획전  ‘이내말삼 드러보소, 내방가사’다. 현존하는 가장 긴 길이(14m)의 내방가사 ‘헌수가’를 비롯해 12편을 최초로 공개한다.

내방가사는 조선시대 영남지방을 중심으로 정규교육을 받지 못한 여성들이 지은 가사문학의 한 종류다. 이번 전시에선 1794년작 ‘쌍벽가’부터 21세기에도 여전히 창작되고 있는 내방가사 90여 편, 각종 여성 생활사 유물, 여성 잡지, 여성 교과서 등 총 172건 260점을 볼 수 있다.

전시는 3부로 구성됐다. 1부 ‘내방 안에서’에선 조선시대 어머니의 아들 자랑, 성공한 여성들 이야기, 시누이와 올케의 갈등 등 가족 안에서 벌어지는 여성들의 희로애락을 다룬 내방가사를 소개한다.

2부 ‘세상 밖으로’에서는 근대와 식민지라는 격동의 시대 속 여성들의 삶과 생각을 마주할 수 있다. 남녀평등과 학교교육을 주장하는 ‘해방가’, ‘위모사’와 조선시대부터 일제강점기까지 여성들의 역사교육 교과서였던 수종의 ‘한양가’를 볼 수 있다.

3부에선 가족이 잘되길 기원하는 여성의 마음과 오늘날도 내방가사 창작과 향유를 이어가는 작가들의 이야기 및 작품 해설을 들을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되는 작품들도 있다. 내방가사에서 매우 드물게 나타나는 남성을 화자로 한 계녀가 ‘계녀통론’, 변형된 계녀가(시집 가는 딸을 가르치는 노래)인 ‘모녀 서로 이별하기 애석한 노래라’, 죽은 딸에 대한 그리움을 적은 ‘잊지 못할 내 딸이라’ 등 문학성이 풍부한 작품들이다. 네 번 결혼하고 불에 덴 아이를 홀로 키우는 덴동어미의 비극적 삶을 그린 ‘뎬동어미화전가’는 화전놀이에서 뎬동어미를 비롯한 여성들이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고 이해하는 연대를 그렸다. 전시실에서 화사한 벽면 영상과 함께 감상할 수 있다.

국립한글박물관·한국국학진흥원의 기획전시 ‘이내말삼 드러보소, 내방가사’ 포스터. ⓒ국립한글박물관
국립한글박물관·한국국학진흥원의 기획전시 ‘이내말삼 드러보소, 내방가사’ 포스터. ⓒ국립한글박물관

국립한글박물관과 한국국학진흥원은 내방가사의 기록유산적 가치에 주목,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위해 힘쓰고 있다. 박물관 측은 “내방가사는 낭독과 필사라는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있으며 한국 여성문화의 중요한 단면을 보여주는 기록물이다. 남성중심 사회에서 여성이 한글로 자신의 삶과 애환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두 기관은 지난 12월 23일 기획전시 연계 학술대회도 온라인으로 공동 개최했다. 기조 강연 ‘내방가사의 연구방향과 기록문학적 가치’를 시작으로 전공 학자 6명이 노처녀가, 만주망명가사, 근현대 여성가사 등을 조명하고 최초로 공개되는 원별여사향가에 대한 연구도 발표했다. 4월 10일까지 국립한글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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