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엔 달라져야 할 것들]
젠더폭력 피해자 보호 강화 노력에도
법제도 허점 드러난 2021년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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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계의 숙원이던 스토킹처벌법이 2021년 10월 시행됐다. 최초 발의 22년 만이다. 젠더폭력 대응이 우리 사회 현안으로 떠올랐고, 스토킹이 성범죄·살인 등 강력범죄의 전조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영향이다. 법 시행 후 경찰 접수 신고 건수도 대폭 늘었다.

그러나 시행 두 달 사이 끔찍한 스토킹 살인 사건이 잇따르면서 법의 허점이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스토킹처벌법상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접근하는 것을 막을 강제 조항이 미흡하고 △피해자 의사에 반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 조항이 있어서 문제라고 본다. △피해자 보호를 위한 스마트워치 활용 한계 △경찰 대응에 대한 불신도 숙제다. 구체적인 피해자 보호·지원책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다. 여성가족부가 새해 추진하는 ‘스토킹 피해자 보호법’ 제정과 스토킹 피해자에 대한 무료 법률 지원 확대 등 대책이 반갑다.

신고도 처벌도 어려운 친족성폭력 대책도 시급하다. 친족성폭력 생존자들과 여성단체는 공소시효 폐지 운동을 벌이고 있다. 공소시효는 10년. 디엔에이(DNA) 증거 등 과학적 증거가 있으면 10년 더 연장할 수 있다. 그러나 친족성폭력 피해자의 55.2%가 첫 상담을 받기까지 10년 넘게 걸리는(한국성폭력상담소 2019 상담통계) 현실, 수십 년간 후유증을 겪으면서도 피해를 알리기 어려운 사정을 고려하면 친족성폭력 범죄에 공소시효를 둬선 안 된다고 생존자들은 말한다.

관련 법안은 아직도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무소속 양정숙 의원은 지난 1월 친족성폭력 범죄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내용의 성폭력처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0년 미성년 친족성폭력 피해자가 보호시설에 입소해도 가해자에게 괴롭힘당하는 일을 막고자, 시설 입소기간 동안 부모의 친권을 정지하는 내용의 보호시설에있는미성년자의후견직무에관한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형석 민주당 의원은 친족성폭력 사실을 알게 된 친족이 사건을 은폐하거나 축소할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성폭력방지법 개정안을 지난 2월 대표발의했다. 모두 소관 상임위원회 심사 단계에 머물러 있다.

여야 대선주자들은 잇따라 스토킹, 데이트폭력, 군 성폭력, 디지털 성착취 등 젠더폭력을 엄단하겠다며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보호 강화 대책을 내놓았다. 말뿐인 공약에 그치지 않고 유기적이고 구체적인 논의가 뒤따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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