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잡 안 쓴 여성 승차 거부해야
국제인권단체 "여성을 수감자로 만들어"

11월 25일(현지시간) 아프간 헤라트의 타즈로바와이(Tajrobawai) 여자고등학교에서 한 학생이 교과서를 읽고 있다. 아프간 대부분의 여자고등학교는 탈레반 지도부가 수업을 금지했지만 이 학교는 교사와 학부모들이 지역 탈레반 관리자들을 설득해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헤라트=AP/뉴시스
11월 25일(현지시간) 아프간 헤라트의 타즈로바와이(Tajrobawai) 여자고등학교에서 한 학생이 교과서를 읽고 있다. 아프간 대부분의 여자고등학교는 탈레반 지도부가 수업을 금지했지만 이 학교는 교사와 학부모들이 지역 탈레반 관리자들을 설득해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헤라트=AP/뉴시스

아프가니스탄 집권 세력 탈레반이 여성의 여행 금지와 관련된 새로운 규정을 발표하며 여성 인권 탄압을 노골화하고 있다.

26일(현지시각)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탈레반 정부 권선징악부는 "가까운 친척 남성과 동행하지 않은 채 72㎞ 이상을 여행하려는 여성은 차에 태워주면 안 된다"고 밝혔다.

권선징악부는 또 차량 운전자는 히잡(이슬람 여성의 머리와 목 등을 가리는 스카프)을 쓰지 않은 여성에 대해 승차 거부를 해야 한다는 내용의 조치도 발표했다.

운전자는 차 안에서 음악을 틀어서도 안 된다.

이에앞서 탈레반은 아프간 TV 채널들에 여배우들이 출연하는 드라마 방영을 중단하고 방송 중 여성 앵커들이 히잡을 착용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여성을 수감자로 만드려는 것이라며 비난했다.

헤더 바 휴먼라이츠워치 여성인권국 부국장은 "이 조치들은 여성들의 자유로운 이동, 다른 도시로의 여행, 사업, 가정 폭력으로부터의 도피 등을 차단한다"고 지적했다.

탈레반은 1차 통치기(1996∼2001년)에는 남성과 동행하지 않은 여성의 외출은 물론 취업, 교육 등에 엄격하게 제한했다. 여성은 외출하더라도 부르카(눈 부위만 망사로 뚫린 채 얼굴 등 온몸을 가리는 이슬람 복장)를 착용해야 했다.

음악, TV 등의 오락이 금지됐고 도둑의 손을 자르거나 불륜을 저지른 여성을 돌로 쳐 죽게 하는 등 공개 처형도 허용됐다.

이번 재집권 때는 1990년대보다는 제한이 다소 완화됐지만, 여전히 여성 인권은 충분히 보장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국제사회는 탈레반이 포용적 정부 구성, 인권 존중, 테러리즘 근절 등의 약속을 지키는지 지켜보며 외교 관계 수립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아프간은 탈레반 재집권 후 만성적인 외화 부족이 심화한 가운데 가뭄, 실업까지 겹치면서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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