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부터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은 내년 20대 대통령 선거와 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성·페미니스트들이 안전하게 정치할 수 있는 정치판을 만들기 위해 ‘정치에서의 여성폭력 뿌리 뽑기’ 캠페인을 시작했다.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은 제20대 대통령 선거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성·페미니스트들이 안전하게 정치할 수 있는 판을 만들기 위해 지난달부터 ‘정치에서의 여성폭력 뿌리 뽑기’ 캠페인을 시작했다.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유권자가 ‘예쁜이’라며 얼굴을 쓰다듬고 악수할 때 손바닥을 긁었다”

“여자가 설치면 남자가 설 자리가 없다”

“예쁘고 젊은 여성의원들은 위원장님 옆에 앉아라”

지방의회 여성의원에 대한 성차별·성희롱·성폭력 실태 조사 발췌

여성 의원이나 보좌관들은 ‘여성’이란 이유로 외모 평가·음담패설·신체적 접촉 등 온갖 폭력에 놓여 있다.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은 내년 제20대 대통령 선거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성·페미니스트들이 안전하게 정치할 수 있는 판을 만들기 위해 지난 11월부터 ‘정치에서의 여성폭력 뿌리 뽑기’ 캠페인을 시작했다. 여.세.연은 정치권 여성을 향한 폭력의 발생 이유에 대해 “여성을 온전한 인간이자 독립적인 시민적 주체로 인정하지 않는 성차별적이고 가부장적인 남성지배적 정치구조에 그 원인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치에서 여성을 향한 폭력은 크게 네 가지로 유형으로 나뉜다. △신체적 폭력 △성적 폭력 △정신·심리적 폭력 △경제적 폭력 등이다. 일부 학자는 상징폭력 혹은 기호·상징 폭력을 추가해 다섯 가지로 분류하기도 한다.

국회에서는 국회의원과 보좌진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이 만연했다. 2018년 3월 국회 특별윤리위원회에서 이들을 대상으로 국회 내 성폭력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회에 들어온 이후 목격하거나 들은 적 있는 성폭력 범죄는 성희롱(338명)이 가장 많았다. 다음은 가벼운 성추행(291명), 심한 성추행(146명), 스토킹(110명) 순이었다.

인권 친화적 의회 만들기 최종보고서 중 일부 캡처
인권 친화적 의회 만들기 최종보고서 중 일부 캡처

지방의회 여성의원의 경우는 더 심했다. 이들에 대한 성차별과 성희롱은 일상적으로 벌어졌다. 심지어 출장 중 동행한 여성의원에게 성매매 알선을 요구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지방자치발전소는 지난해 ‘인권 친화적 의회 만들기 최종보고서’를 통해 지방의회 여성의원에 대한 성차별·성희롱·성폭력 실태조사 결과 응답자의 50%가 ‘성차별적이고 혐오적인 표현’을 들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신문이나 TV 등에서 자신에 관한 성적 언급이나 의미가 담긴 기사를 본 응답자도 20%에 달했다. SNS상에서 성적인 의미가 담겨 있거나 모욕적인 사진 혹은 기사를 본 적이 있는 사람은 17.3%였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불쾌하거나 달갑지 않은 위협을 당한 경우 또한 47.3%였다.

“성을 비하하는 기분 나쁜 말이나 욕설을 들은 적이 있다”

“상대방이 의도적으로 내게 신체적 접촉을 하거나 하려고 해 성적 모욕감을 느끼거나 당황한 적이 있다”

“가슴·엉덩이·다리 등 신체부위를 쳐보거나 추파를 보내 성적으로 모욕감을 느끼거나 불쾌했다”

해외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16년과 2018년에 각각 공개된 두 건의 IPU(국제의원연맹·Inter-Parliamentary Union)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여성 의원 82%가 심리적 폭력(성적·성차별적 발언·협박·위협, 수치심을 주거나 성적 뉘앙스를 띤 그림 등)을 경험했다. 65%는 성적 발언을 들었고 발언의 대부분은 남성 의원들이 의회에서 한 것이었다. 25%는 신체적 폭력을 당했고, 20%는 성희롱을 경험했다.

IPU는 의회 내 성차별적 문제에 대한 행동안을 마련했다. 3단계로 이뤄진 가이드라인의 1단계는 결집을 통한 행동 개시, 2단계는 기준에 입각한 정책 마련, 3단계는 실행이었다. 캐나다의 하원의원 행동강령소위원회는 모든 의원이 성희롱 예방 행동강령에 서명해 하원 사무처에 제출하도록 했다.

여.세.연은 한국 정치판에서의 여성폭력을 뿌리 뽑기 위해서는 “국회 사무처를 포함한 지원 조직, 국회의원실, 정당 등 정치 공간을 일터로 삼는 모든 이들을 대상으로 한 전국단위 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와 지방자치발전소는 지난해 6~7월과 올해 6~9월 정치하는 여성들에 대한 폭력 및 성차별·성희롱 실태 조사보고서를 발간했다.

또 여세연은 △의원들의 성평등·인권 교육 이수 실태 공개 의무화, 여성폭력 피해를 신고하고 구제 조치를 받을 수 있는 기구 설치, △선거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성폭력 예방과 처리를 위한 지침 마련, 각급 선거관리위원과 사무처 직원 대상 교육 실시 △여성폭력 근절을 위한 공식문서 작성, 모든 의원들의 서약 의무화 등을 요구했다.

전국지방의회 내 성차별을 해소하고 성희롱·성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전국의 여성 지방의원들이 모인 ‘전국여성지방의원네트워크’는 11월 11일 전국성평등의회지원센터를 설치했다. 센터장으로 임명된 관악구의회 왕정순 의원은 “성평등교육을 통한 의원들의 성인지 감수성이 향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방의회에서는 여성 정치인을 향한 폭력이 더 심하다”며 “국회에서부터 의원 대상 성평등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그래야 지방의회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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