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운동가 출신…경쟁자 카스트에 압승

올해 35세로 칠레 대통령으로 당선된 가브리엘 보리치 ⓒ엘티엠포 유튜브 영상 갈무리
올해 35세로 칠레 대통령으로 당선된 가브리엘 보리치 ⓒ엘티엠포 유튜브 영상 갈무리

올해 35세인 칠레의 좌파 정치인 가브리엘 보리치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19일(현지시각) CNN에 따르면 이날 치러진 칠레 대선 결선투표 결과 보리치는 99.95%의 개표가 이뤄진 가운데 득표율 55.87%로 당선됐다.  

경쟁상대인 극우 성향의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55) 후보의 득표율은 44.13% 보리치 후보에 10%포인트 이상 뒤지고 있다.

일찌감치 승패가 갈리자 카스트 후보는 곧바로 패배를 인정하고, 보리치 후보에게 당선 축하 전화를 건넸다.

좌파 학생운동가 출신의 보리치는 1986년생으로 당선이 확정되면 내년 3월 칠레 역사상 최연소 대통렁으로 4년간 칠레를 이끌게 된다.

보리치 당선자는 선거본부에서 지지자들에게  "나는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역사적인 순간을 시작하려 한다. 민주주의를 위해 투표한 칠레 국민들에게 감사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나에게 투표했는지 나의 반대편에 투표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당신이 그것을 했다는 것이다. 여러분은 여러분이 속한 나라에 헌신했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현직 최연소 선출직 지도자는 산나 마린(36·여) 핀란드 총리였다. 마린 총리는 2019년 집권 당시 34세로 ‘세계 최연소 총리’ 당선 기록을 세웠다.

보리치 후보는 칠레 남단 푼타아레나스 출신으로, 칠레대 재학 중이던 2011년 교육개혁을 요구하는 대규모 학생시위를 이끌던 지도자 중 한 명이다.

20대 때인 2014년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됐고, 이번 대선을 앞두고 좌파연합 경선에서 유력 후보였던 칠레공산당 소속 다니엘 하두에 산티아고 레콜레타 구청장을 꺾었다.

보리치 후보의 당선은 2년 전인 지난 2019년 칠레를 뒤흔든 대규모 시위의 산물로도 볼 수 있다.

당시 산티아고 지하철 요금 인상에 대한 분노가 교육·의료·연금 등 불평등을 낳는 사회 시스템 전반에 대한 불만으로 번졌다. 이는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군부정권(1973∼1990년) 시절 제정된 현행 헌법 폐기와 새 헌법 제정 결정으로 이어졌다.

시위 과정에서 피노체트 정권의 신자유주의 유물에 대한 거부감과 세바스티안 피녜라 중도우파 정권에 대한 반감이 커졌고, 이는 정권교체와 새로운 지도자 출현의 발판이 됐다.

칠레는 미첼 바첼레트 전 중도좌파 정권 이후 4년 만에 다시 좌파 정권이 들어서게 됐다. 앞서 멕시코, 아르헨티나, 페루 등이 최근 3년 사이 줄줄이 우파에서 좌파로 정권이 바뀐 데 이어 칠레에서도 정권 교체가 이뤄지면서 중남미에선 좌파의 우세가 더 뚜렷해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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