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부모님과 같은 빌라 위아래층에 사는 친구는 처음에 참 좋았다고 했다. 부모님은 독립적인 생활이 보장되면서도 아들, 며느리가 가까이에서 언제든지 달려올 수 있다는 사실에 마음을 놓으셨고, 자식들은 일상의 소소한 부양과 간섭에서는 벗어나 있으면서 부모님에 대한 걱정을 줄일 수 있어 만족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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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과 한집에서 동거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가까이 살면서 필요할 때 도움을 주고받는 방식은, 부모와 자녀 세대 모두 자유로움과 안정감이라는 두 가지 욕구를 동시에 채울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친구는 살아 보니 참 불편하다고 했다. 부모님댁이 1층이고 친구네는 3층인데, 들며 나며 부모님댁을 그냥 지나칠 수도 없고 번번이 들를 수도 없고 참 난처하다고 했다. 부모님댁 현관 앞을 지날 때마다 갈등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마음이 불편해지고, 그렇다고 이제 와서 그걸 이유로 이사를 할 수도 없고 해서 친구는 계속 그 편치 않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한 남자 후배는 첫아이를 낳고 부모님 사시는 아파트로 이사를 해 역시 위아래층에 살게 됐는데, 친구와는 반대로 후배네가 아래층에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문제는 아침잠이 없으신 부모님께서 손자가 보고 싶다며 일찍 벨을 누르시는 것은 물론이고, 시시때때로 내려오셔서는 무슨 반찬을 해먹는지, 청소를 어떻게 하고 사는지 일일이 다 간섭을 하셔서 아내가 여간 스트레스를 받는 게 아니라고 하소연을 했다.

두 분 다 교사로 정년 퇴직을 하셨고, 한집에 모시고 사는 것도 아니고 위아래에 살면서 사랑도 받고 도움도 받으리라 기대했던 후배 부부는 예상치 못했던 사태에 당황해하며 목하 고민중이다.

그럼 나는 어떤가. 나는 친정 부모님과 같은 아파트 단지 다른 동에 살고 있는데 내 걸음으로 5분, 부모님들의 느린 걸음으로도 7, 8분이면 충분히 오갈 수 있는 거리다. 언젠가 부부 모임에서 내가 친정 부모님과 같은 단지 다른 동에 살고 있으며 친정 어머니께서 하루에 한 번 우리 집으로 오셔서 아이들도 돌봐주시고 살림도 챙겨주신다고 했더니, 누군가 그러지 말고 아예 두 집을 합해서 넓은 아파트를 얻는 것이 편리하고 낫지 않느냐고 한다.과연 그럴까?

이미 오래 전에 노년기의 가족관계를 연구한 학자들이, 노인들은 자녀들과 별거하는 것을 원하지만 동시에 가까이 살면서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러고는 이런 태도를 가리켜 “거리를 둔 친밀(Intimacy at a Distance)”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우리 식으로 하면, 흔히 이야기하는 대로 “자식네와의 거리는 국이 식지 않을 정도의 거리가 제일 좋다”는 말로 바꿀 수 있을 것 같다.

부모님과의 동거든 별거든, 멀리 살든 가까이 살든, 집집이 사정에 맞춰서 정할 일이기는 하지만 역시 사람 사이란 델 정도로 너무 뜨거운 것도, 꽁꽁 얼어붙을 정도로 너무 차가운 것도 좋지 않음은 분명하다. 데인 상처나 얼어붙은 상처 모두 아프기는 마찬가지이다. 친정과 우리 집은 정말 '국이 식지 않을 정도의 거리'여서, 어머니가 가끔 찌개를 끓여서 들고 오시면 찌개는 딱 먹기 좋은 온도로 우리 집에 도착하곤 한다.

나도 아주 가끔이긴 하지만 새로운 반찬을 만들면 아이들 손에 들려 친정에 가져다 드리기도 한다. 할머니가 주실 심부름 값 오백 원을 기대하며 신나게 달려가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볼 때마다, 국을 끓여 같은 자리에 앉아 함께 먹는 것도 물론 좋지만 이렇게 국이 식지 않는 거리에 살면서 나눠 먹는 것도 나름대로 참 좋다는 생각을 한다. 여기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사랑하는 상대방이 정말 편안하고 행복한지를 먼저 헤아려보는 일일 것이다.

treeappl@hanmail.net, 사회복지사, 어르신사랑연구모임 cafe.da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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