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내 여성임원 나온다

서비스 아이디어 여성경쟁력 뛰어나

머큐리상 영예·고속성장 일석이조

출산 등 적극 뒷받침 '여초기업' 리드

“5년 후면 아시아나에서도 여성임원이 배출될 겁니다.”아시아나 항공 박찬법(58·사진) 대표이사가 지난 23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여성임원 배출에 대해 언급했다. 평소 양성평등 고용에 앞장서고 있는 아시아나 항공사가 여성인력 육성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의지가 있음을 확인한 셈이다. 아시아나 항공은 지난 2월 여승무원 채용을 계기로 여성인력이 전체 50.25%를 차지해 화제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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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법 사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서비스를 자랑하는 아시아나 항공에 대해 여성인력 채용의 결과라고 말했다.<사진·이기태> ▶

박 대표는 이견이 필요 없는 양성평등 기업인이다. 매월 달라지는 직원들의 성비를 직원들에게 공개하고, 자신의 수첩에도 일일이 직원 성비의 변화를 기록해 들고 다닌다. 남녀의 성비가 균형을 이루게 된 것은 이렇듯 박 대표의 치밀하고 오래된 계획에서 출발했다.

박 대표는 “여성 인력 없이 국가경제 2만 달러 달성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여성인력 채용을 강조했다. 또한 박 대표는 “취업이 보장돼도 육아 때문에 본인이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며 “여성의 경제활동에 걸림돌이 되는 육아문제는 대기업이나 국가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아시아나 항공은 항공사로서 최고 영예랄 수 있는 서비스 분야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기내마술서비스라는 독특한 아이디어로 2003 '머큐리상'을 수상하고, 2001년에는 세계적인 항공잡지인 ATW(Air Transport World)지로부터 'Passenger Service Award'를 수상하는 등 전세계적으로 고객 서비스 분야에서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창립(1998년 2월 17일) 16년을 맞게 된 아시아나 항공 박찬법 대표이사로부터 양성평등 고용 및 양성에 대한 경영철학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 봤다.

- 남녀평등고용은 논리적으로 가능하지만 실천이 힘든 것 같습니다. 여성채용에 앞장서는 기업들은 손해를 감수하는 부분이 있던데요.

“사실입니다. 법정산후휴가가 30일이었을 때 아시아나는 60일을 주고, 그 다음엔 75일, 지금은 90일을 주고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라도 여성고용을 정착시키고 싶었지요. 큰 각오를 가지고 마음먹지 않으면 어려운 일입니다. 그리고 여성들 스스로도 생리휴가 같은 부분은 어느 정도 유동적으로 요구하는 게 여성채용에 유리할 것 같습니다. 우성은 여성취업 비율을 높이는 게 급선무라고 생각합니다.”

- 대개 여성인력의 경쟁력이 약하다는 편견을 갖고 있는데요. 아시아나 여성인력의 경쟁력은 무엇입니까.

“서비스입니다. 나이 많은 사람들보다는 젊은 사람들, 같은 나이대에서는 여성의 아이디어가 뛰어나다는 거죠. 아시아나의 서비스 아이디어를 보면 여성이 훨씬 앞서갑니다. 98년부터 기내 마술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는데요. 이번에 프랑스 니스에서 항공사 최고 영예인 머큐리 상을 받았습니다. 이런 아이디어도 다 여성 승무원에게서 나온 겁니다. 여성들이 힘이 약해서 못 한다는 건 일의 배분을 잘못한 거죠. 종전에 남성들이 했던 시스템이나 프로그래밍 같은 걸 여성들이 하니까 더욱 침착하고 깐깐하게 잘하는 것 같던데요.”

- 현재 아시아나에 임원급 여성리더는 없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여자이기 때문에 승진에서 누락되는 경우는 없습니다. 올해가 창립 16주년입니다. 그래서 임원급을 외부에서 영입하려 해도 아직 성장한 여성들이 적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출산휴가, 휵아휴직 등 기업에서 여성의 지속적인 사회활동을 뒷받침하고 있어 자신의 노력 여부에 따라 얼마든지 고위직 진출이 가능해졌다고 생각합니다. 치열한 조직문화와 내부경쟁을 통해 자신의 입지를 확고히 나가는 것도 중요하죠. 회사의 연륜을 감안해 본다면 현재 팀장급(부장) 여성간부들이 한 5년 후쯤이면 여성임원으로 탄생되지 않을까요. 여성리더와 남성리더가 함께 활동할 수 있느냐를 제시하는 것도 우리의 과제입니다.”

- 어떻게 여성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기업에서 적극적으로 나서게 됐습니까.

“주변을 봐도 그렇고 여성들은 자신의 전문분야가 있어도 '육아' 때문에 성장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육아는 이제 대기업이나 국가가 보조하지 않으면 안 될 부분입니다. 금호아시아나 그룹은 창립초기부터 모성보호 중시기조가 밑바탕이 돼 여성인력 채용과 육성에 적극적이었습니다. 그룹 명예회장님부터 회장님 이하 다들 남녀평등 고용에 관한 철학을 가지고 계시기 때문에 저 역시 OECD 국가에서 여성의 경제활동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비교해 보고 2000년 이후부터는 직종 관계없이 여성채용을 늘려 왔습니다. 심지어 우리 그룹사 직원들 가운데 부인이 취업을 하려면 먼저 채용할 수 있도록 특혜를 줍니다. ”

- 외국 항공사는 나이 많은 승무원들이 서비스하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아시아나 승무원의 나이제한은 어떻게 됩니까.

“나이제한 없이 근무할 수 있습니다. 저는 나이 많은 사람들의 서비스가 저급이라고 생각하는 우리나라 시각이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질 높은 프로서비스는 경륜에 따른 것입니다. 서양에서는 버틀러(시종장)라고 해서 수십 년간 수련을 받아 나이도 많고 직위가 높은 사람이 있습니다. 이런 버틀러가 나와 정중하게 모시는 게 진짜 귀족대접을 받는 거지요. 또 승무원들이 최대한 정년까지 근무할 수 있도록 연수나 유학 등 교육 후원을 하고 있습니다.”

- 국제적인 항공사로서 올해 아시아나의 비전은.

“아시아나 항공은 작년 3월 스타 얼라이언스 가입을 통해 보다 편리하고 안전한 항공여행을 위한 완벽한 네트워크를 갖추게 됐습니다. 스타 가입을 계기로 '세계최고 수준의 항공서비스 품질을 자랑하는 항공사'와 '업계 최고 1등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이라는 비전도 실현될 겁니다. 특히 국가적으로 보면 동북아 중심국가로의 도약을 앞두고 인천 국제공항의 허브공항의 역할과 위상강화에도 크게 기여할 거라 믿습니다.”

감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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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법 대표이사 약력

▲1967년 경희대학교 정외과 졸업, 한국과학교재공사 입사 ▲1969년 금호 입사 과장 및 차장 ▲1976년 금호 무역 3부장 ▲1978년 금호 기계전자 부장 ▲1980년 금호 홍콩지점장 ▲1981년 금호 USA 영업당담 이사 ▲1987년 금호 영업담당 이사 ▲1990년 아시아나항공 영업담당 상무이사 ▲1993년 아시아나항공 미주지역본부장 ▲1995년 아시아나항공 영업 부사장 ▲2000년 아시아나항공 관리 부사장 ▲2001년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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