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투쟁서 축제의 장 승화

@a8-4.jpg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새싹이 수줍게 언 땅을 비집고 나오는 초봄, 여성들이 기다리는 그날이 어김없이 찾아온다. 3·8 세계여성의 날! 세계 곳곳에서 평등과 평화를 위한 투쟁과 축제가 열린다. 3·8 세계여성의 날은 1908년 미국의 섬유여성노동자 1만5000명이 루트커스 광장에서 노동조합 결성과 참정권를 요구하며 거리로 뛰쳐나온 것을 기념하여 결성된 날이다.

그 후 세계 각 나라에서는 3·8 세계여성의 날을 여성권익투쟁의 날로 기념하거나 남녀평등이 어느 정도 진전된 나라는 여성축제의 날로 기념하고 있다. 가까운 중국에서는 여성의 날을 휴일로 정하고 있고, 필리핀에서는 여성노동자들의 거리행진이 벌어지고 덴마크에서는 여성축제가 벌어진다. 미국에서도 여성단체 중심으로 3월을 여성의 달로 정해 다채로운 행사가 벌어진다.

우리나라에서도 해방 이후 여성의 날 기념행사가 열렸으나 이승만 독재정권이 들어선 후 여성의 날 기념행사가 금지되었다. 1985년 전두환 군사독재 치하에서 민주화운동, 여성인권운동, 교회여성운동 등을 하던 여성단체들이 한국여성대회 준비위원회를 구성해 3·8 여성의 날 기념행사를 복원하기 시작했다.

제1회 한국여성대회는 1985년 3월 8일 서울 YWCA 강당에서 '민족·민주·민중과 함께하는 여성운동'을 주제로 여성현장 보고(청량리 여대생 성추행 등), 사례극(기생관광 반대 등), 여성선언문 낭독으로 진행되었다. 1987년 한국여성단체연합이 결성되면서 3회부터 한국여성대회를 주최해 왔다.

2001년부터는 시민, 학생, 문화, 여성단체 등이 참여하는 한국여성대회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행사 주체를 확대해 여성대회가 여성들만의 행사가 아니라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참여하는 행사로 전환해 나갔다. 1994년 제10회 한국여성대회부터는 여성대회의 성격을 여성문화축제 방식으로 전환해 대중적인 여성대회로 변화를 꾀했다.

한국여성대회에 참가한 문화팀들을 떠올려 보면 여성대회가 문화축제 방식으로 대중성을 강화해 갔음을 알 수 있다. 김지숙의 모노드라마, 여성밴드 '마고', 안혜경, 안치환, 꽃다지, 양희은, 류금신, 신효범, 한영애 등이 출연했으며 여성문화집단 오름, 이지현 춤패, 민족미술협의회 여성분과의 평등세상 미술설치물 등 다양한 장르의 문화패들도 참여했다.

또한 여성민우회 단비 풍물패, 전북여성농민노래단, 여성의 전화 연극패 '몸짓' 등 여성연합 회원단체들의 문화역량도 다양하게 등장했다.

2002년부터는 시민난장, 축제, 거리행진을 혼합한 방식으로 전환했다. 참가자들은 특히 거리행진을 통해 거리를 활보하면서 구호를 외칠 때, 마지막 모두가 참여하는 퍼포먼스를 벌일 때 가장 큰 기쁨을 누렸다. 일상 속에서 느끼는 억압과 차별의 벽을 부수고 나오는 해방감을 만끽하는 순간이었다.

한국여성대회에 오면 반가운 얼굴을 만나고 한 해 동안 여성운동이 실천할 이슈가 무엇인지 알게 되고 여성운동 현장의 다양한 이슈와 정보들을 교환할 수 있다. 이제 스무 살이 된 한국여성대회는 시민, 여성, 노동 단체 등 수백 개 단체가 준비위원회를 구성해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난장을 준비하고 여성의 힘을 보여줄 수 있는 대규모 퍼포먼스를 준비하고 있다.

사회 곳곳에서 여성들이 억울하게 당하는 차별과 폭력을 고발하며 여성문제를 이슈화하기 시작한 한국여성대회가 이제는 차별과 편견을 부수고 남녀가 상생하고 사회적 약자의 인권문제를 함께 껴안는 사회적인 연대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3·8 여성의 날은 민간여성단체가 벌이는 기념행사 수준에서 벗어나, 이제 국가 차원에서 성차별 문제를 사회적으로 환기시키고 여성의 노고를 국민 모두가 치하할 수 있도록 국가기념일로 제정돼야 한다.

cialis coupon cialis coupon cialis coupon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