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혁의 북유럽 이야기] 최단명 7시간 여성 총리의 반전
[최연혁의 북유럽 이야기] 최단명 7시간 여성 총리의 반전
  •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과 교수
  • 승인 2021.12.06 09:55
  • 수정 2021-12-06 0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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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테보리(스웨덴)=AP/뉴시스]스웨덴 재무장관 마그달레나 안데르손이 4일(현지시각) 스웨덴 예테보리에서 열린 사회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신임 당대표로 선출된 뒤 연설을 하고 있다.
스웨덴 재무장관 마그달레나 안데르손이 11월 4일(현지시각) 스웨덴 예테보리에서 열린 사회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신임 당대표로 선출된 뒤 연설을 하고 있다. ⓒ예테보리(스웨덴)=AP/뉴시스

마그다레나 안데르손 사민당 대표가 의회 총리인선 투표에서 어렵게 한 표 차이로 수상 임명장을 받은 시각은 오전 10시 30분. 전국 생방송으로 진행된 총리인준 국회투표장은 술렁였다. 여성참정권이 부여된 1921년 총선 이후 100년 만에 처음으로 여성총리가 선출됐으니 반대표를 던진 야당의원들도 박수를 보냈다. 4개 우파정당들이 반대하고, 중도적 농민녹색계열 정당과 급진좌익당의 기권표를 던지고 녹색당과 사민당이 찬성한 투표에서 349명 정족수 중 117표의 찬성을 받고도 총리에 당선될 수 있었다. 반대표는 174표, 그리고 기권 57표였다. 반대표가 57표가 더 많은데도 어떻게 정부가 구성될 수 있었을까? 기권한 57표까지 합하면 절대적 과반수가 반대한 것이 아닐까? 과반수 원리를 바탕으로 하는 대의민주제도의 정당성이 훼손되는 것은 아닐까?

과반 표 받지 않아도 총리 당선?

간단하게 정리하면 그렇지 않다. 마그다 레나 신임 총리가 과반수를 받지 않고도 선출될 수 있었던 이유는 정부구성의 요건으로 소극적 의회주의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독일, 덴마크, 네덜란드, 핀란드 등 적극적 의회주의제를 택한 나라들은 정부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다수를 점하는데 1당이나 2개 이상의 정당연합이 이를 반대하는 정당들의 총합을 넘어 과반수를 차지해야 가능하다. 스웨덴이 적용하고 있는 제도는 과반을 넘지 않아도 정부를 구성할 수 있게 만든 소극적 의회제도다. 그렇다면 두 제도의 장단점은 무엇일까?

영국과 독일 그리고 네덜란드 등의 국가에서는 과반수가 넘는 정부를 구성해야 하기 때문에 의회점유율이 가장 높은 정당은 스스로 과반을 넘지 못할 때 다른 정당들과 연정을 위해 협상에 나서야 한다. 군소정당들이 난립하는 다당제 하에서는 연정참여 정당이 3~4정당, 많게는 4~6개 정당들이 참여해야 한다. 다양한 정책분담과 장관직 배분 등 어려운 난제들을 풀어야 하기 때문에 보통 1개월은 기본이고 길게는 6개월에서 1년 이상이 지나도 정부를 구성하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히 나타난다. 네덜란드와 벨기에 등의 10개 정당들이 난립하는 상황 속에서는 자주 나타나는 현상이다. 지난 9월 26일 총선을 치룬 독일의 경우 2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아직도 정부가 구성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안젤라 메르켈이 과도정부를 유지하며 국정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 단적이 예다.

이 같은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고안해 낸 것이 바로 소극적 의회제도다. 스웨덴은 1919년 여성에게 참정권을 부여한 의회주의 개혁을 위한 헌법 개정 시 소극적 의회제도를 선택했다. 이 제도는 적극적 반대가 과반을 넘지 않을 경우 정부구성안이 통과되는 것이기 때문에 기권이나 불참은 암묵적 찬성으로 간주된다는 것이 특징이다.

정부구성에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될 때 국민들의 불안이 증폭되고 시장이 불안정적이며, 이 기간 동안 어쩔 수 없이 과도정부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심각한 국가사태가 발생했을 때 모든 정당들과의 협의가 필요해 신속하게 대처할 수 없다는 단점을 극복하게 해 주는 의회제도다. 이 제도 하에서는 소수단독 내각을 구성하기가 훨씬 수월하다. 스웨덴의 정당사에서 1932년부터 1976년 사이 사민당이 44년 동안 두 번의 과반을 넘었던 경우를 제외하고 소수 단독내각으로 장기 집권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임명장 받고 7시간 만에 사퇴한 까닭

소극적 의회제도 덕에 전임 총리가 사임한 지 10일 만에 총리직에 오를 수 있었던 안데르손 신임 총리에게는 2022년 예산안을 통과시켜야 하는 힘든 오후 일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야당예산안으로 내년 살림을 꾸리던지, 총리직을 사임하고 총선을 선포하던지 하는 선택지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정부예산안 통과에 빨간불이 켜졌다. 정부구성에 필요한 급진좌익정당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연금인상안을 약속한 것에 불만을 가진 중도정당이 여당예산안의 지지를 철회하고 말았다. 중도정당이 정부안에 반대할 경우 표가 모자라 정부안은 부결이 되고 우파 3개 정당이 제안한 예산안 채택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되고 만 것이다. 아침에 취임한 총리가 국회해산과 총선을 선언하는 것이 부담일 수밖에 없어 고민하는 사이 연립정부에 참여한 녹색당은 이에 반발해 연정 참여를 중단한다고 발표하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연정에 참여하는 정당 하나라도 이탈하게 되면 자동적으로 정부는 의회의 신임을 잃는 것으로 간주해 총리는 사임을 하는 것이 스웨덴 의회의 전통이었다. 안데르손 총리는 임명장을 받은 지 정확히 7시간 만에 어쩔 수 없이 총리직을 사임한다고 발표했다. 민주주의 국가 중 가장 짧은 7시간 여성총리를 둘러싼 해프닝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또 다른 반전은 5일 만에 일어났다. 사민당 단독으로 마그다레나 안데르손은 총리로 선출되어 소수 정부를 다시 구성했다. 하지만 우파예산으로 내년 살림을 꾸려야 하는 힘없는 좌파정부가 얼마나 잘 견뎌낼 수 있을지 국민들은 벌써부터 불안해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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