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에게 바치는 시집 ‘그니’ 펴낸 이근영 씨

‘그니’ 이근영 지음, 메이킹북스 펴냄
‘그니’ 이근영 지음, 메이킹북스 펴냄

‘아무 것도 없이도/ 풍족한 사람/

가진 것이 없어도/ 욕심이 없는 사람 <중략>

바보를 헤아려 웃음을/ 가슴에 하나 가득 안겨주는 그니/

밤하늘의 반딧불이 같은 그니/

소리 없이 웃는 얼굴로 새벽을 깨우는 그니.

<이근영 작 ‘그니’>

이근영 씨의 시집 ‘그니’(메이킹북스)의 시들은 잔잔한 가운데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이 씨는 시인이 아니다. 그저 일흔살을 넘긴. 한 여성의 남편이자 두 딸의 아버지다. 그는 그러나 머리말을 통해 자신의 나이는 스무살이라고 말한다. 쉰살 넘어 뇌출혈로 쓰러져 병원과 재활원에서 2년여를 지낸 뒤 2급 장애인으로 다시 태어나 이제 스무살이 됐다는 것이다.

이런 그가 한자 한자 정성껏 써내려가서일까. 시집 그니에 실린 50여편의 시는 한결같이 일흔의 절절함과 스무살의 풋풋함을 함께 담고 있다. 시집은 총 3장으로 이뤄졌다. 1장은 ‘사랑하는 내 딸들에게’. 2장은 두 딸을 키우며 아픈 남편과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를 함께 보살핀 천사같은 아내를 향한 마음을 담은 ‘그니’, 3장은 가까운 이들에게 띄우는‘나의 벗님들’이다.

시들은 하나같이 조곤조곤 속삭인다. 말로 다하기 힘든 자식 사랑과 ‘미안하다 고맙다’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아내의 노고에 대한 감사를 솔직하고 따사로운 언어로 드러낸다. 그의 시는 평범한 이의 체험에서 우러난 간절한 언어의 힘과 감동을 전한다. 불현듯 찾아온 병마로 잃어버린 삶과 세월에 대한 관조는 손에 쥐지 못한 것들에 대한 아쉬움과 안타까움에 허덕이는 마음에 조용한 위로로 다가온다.

‘현존하는 나를/ 남들과 견주지 마라/

칠십 여생을 나름대로/ 세파를 헤치며 살아온 나의 여정

<중략>

뒤돌아보는 생도 아름답겠지만

남은 시간을 향해 뚜벅뚜벅 걷는 생도

상당한 의미와 가치가 있으리라

천천히 생을 음미하며 걸어가리라.

<지금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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