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지 말자, 같이 싸우자” 친족성폭력 생존자들 도심 행진
“죽지 말자, 같이 싸우자” 친족성폭력 생존자들 도심 행진
  • 이세아 기자
  • 승인 2021.11.27 17:05
  • 수정 2021-11-28 22: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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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서울 종로구 일대서
‘1회 친족성폭력피해자 생존기념축제’ 열려
친족성폭력 생존자들 첫 공개 축제
친족성폭력 생존자 약 40명이 27일 서울 종로구 일대에서 ‘친족성폭력피해자 생존기념축제’를 열고 행진하고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친족성폭력공소시효폐지를위한공폐단단, 매마토(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 일인시위 모임이 공동 주최했다. ⓒ이세아 기자
친족성폭력 생존자 약 40명이 27일 서울 종로구 일대에서 ‘친족성폭력피해자 생존기념축제’를 열고 행진하고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친족성폭력공소시효폐지를위한공폐단단, 매마토(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 일인시위 모임이 공동 주최했다. ⓒ이세아 기자

“친족성폭력, 우리가 멈춘다!” 검은 옷차림에 화려한 가면, 꽃을 든 이들이 27일 정오 서울 종로구 일대를 행진했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친족성폭력 생존자와 반성폭력 활동가 40여 명이다.

사람들은 손팻말을 들고 광화문, 삼청동을 지나 종각역 사거리 차로로 행진하며 외쳤다. “이상한 일이 아니다, 평범한 폭력이다! 국가는 대답하라, 친족성폭력 공소시효 폐지하라!”

친족성폭력 생존자 약 40명이 27일 서울 종로구 일대에서 ‘친족성폭력피해자 생존기념축제’를 열고 행진하고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친족성폭력공소시효폐지를위한공폐단단, 매마토(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 일인시위 모임이 공동 주최했다. ⓒ이세아 기자
친족성폭력 생존자 약 40명이 27일 서울 종로구 일대에서 ‘친족성폭력피해자 생존기념축제’를 열고 행진하고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친족성폭력공소시효폐지를위한공폐단단, 매마토(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 일인시위 모임이 공동 주최했다. ⓒ이세아 기자
친족성폭력 생존자 약 40명이 27일 서울 종로구 일대에서 ‘친족성폭력피해자 생존기념축제’를 열고 행진하고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친족성폭력공소시효폐지를위한공폐단단, 매마토(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 일인시위 모임이 공동 주최했다. ⓒ이세아 기자
친족성폭력 생존자 약 40명이 27일 서울 종로구 일대에서 ‘친족성폭력피해자 생존기념축제’를 열고 행진하고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친족성폭력공소시효폐지를위한공폐단단, 매마토(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 일인시위 모임이 공동 주최했다. ⓒ이세아 기자

이들의 행진은 ‘1회 친족성폭력피해자 생존기념축제’의 하이라이트였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친족성폭력공소시효폐지를위한공폐단단, 친족성폭력 생존자들의 정기 1인시위인 ‘매마토’(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 일인시위 모임이 공동 주최했다. 친족성폭력 문제를 생존자가 직접 공론화하고, 가해자를 제대로 처벌하기 어려운 제도적·사회문화적 문제에 대해 국가의 책임을 묻는 자리였다.

친족성폭력 생존자 수십명이 모여 공개적인 축제를 연 것은 처음이다. ‘죽은 자가 돌아왔다!’는 제목을 붙였다. 멕시코 축제 ‘죽은 자들의 날’과 그 상징인 칼라베라 카트리나(꽃 등으로 화려하게 치장한 해골)에서 영감을 얻었다.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에 깔려 죽음 같은 삶을 살았던 우리가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섰다”는 의미를 담았다. 함께 잘 살아가자는 연대의 약속이기도 하다. 참가자들은 “이제 그만 죽자, 나와 같이 말하자!” “행복할 권리가 있다, 우리가 함께 있다!”는 구호를 힘주어 외쳤다.

친족성폭력 생존자 약 40명이 27일 서울 종로구 일대에서 ‘친족성폭력피해자 생존기념축제’를 열고 행진하고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친족성폭력공소시효폐지를위한공폐단단, 매마토(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 일인시위 모임이 공동 주최했다. ⓒ이세아 기자
친족성폭력 생존자 약 40명이 27일 서울 종로구 일대에서 ‘친족성폭력피해자 생존기념축제’를 열고 행진하고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친족성폭력공소시효폐지를위한공폐단단, 매마토(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 일인시위 모임이 공동 주최했다. ⓒ이세아 기자

알고 보면 평범한 범죄
공론화도 처벌도 어려운 현실 꼬집어
공소시효 폐지·연대 촉구
“이제 그만 죽자, 나와 같이 말하자!”

‘가정’은 지금도 폭력의 사각지대다. 유랑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친족성폭력은 나와 동떨어진 악마 같은 사람들이 저지르는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자유발언을 한 ‘하윤’은 친부의 성폭력을 겪고도 엄마와 동생 걱정에 30여 년간 침묵했다. 그는 “이렇게 고백할 수 있는 오늘이 제 인생에서 가장 자유로운 날”이라며 “저는 가해자가 죽어서야 학대로부터 탈출할 수 있었다. 그래도 임종을 지키고 애도하면서 합리화하려 했다. 목숨 같은 가족을 지키고 싶어서 저 자신을 버렸다”고 했다.

문제는 ‘천륜이 천벌’이라고 말할 정도로 가족관계를 끊기 어려운 현실, 친족성폭력을 사회구조적 문제로 다루지 않고 개인적 불행으로 소비하는 법과 언론이라고 생존자들은 꼬집었다. 

국가가 친족성폭력 생존자의 안전과 삶을 보장해야 한다고 이들은 말한다. 생존자 김영서 씨는 의붓아버지의 성폭력 후 아파트 옥상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충북 청주의 두 여중생 사건을 언급하며 “그들을 살려내고 싶다. 손잡고 이 자리에 나오고 싶다”고 눈물을 보였다. 그는 “해마다 가족에게 성폭력을 당하고 경찰에 신고하는 이들이 700명 넘는다. 신고도 못 하는 이들은 헤아릴 수도 없다. 지금도 혼자 고통받고 있을 생존자들이 살아 돌아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친족성폭력 공소시효는 10년이다. 디엔에이(DNA) 증거 등 과학적 증거가 있으면 10년 연장할 수 있지만, 그래도 최장 20년에 불과하다. 피해자가 13살 미만인 경우엔 공소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친족성폭력 피해자의 55.2%는 첫 상담을 받기까지 10년 넘게 걸렸다(한국성폭력상담소 2019 상담통계)고 한다. 수십 년간 후유증을 겪으면서도 피해를 말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하면 친족성폭력에 공소시효를 둬선 안 된다고 생존자들은 말한다.

자녀에게 아빠 성만 물려주는 ‘부성 우선주의’와 아빠, 엄마, 자녀로 이뤄진 가족만 인정하는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생존자 ‘하윤’은 가해자에게 복수하는 의미로 친부의 성씨를 더는 쓰지 않겠다며 “가족이 저지른 폭력을 설명하지 않고도 자녀가 원하는 성씨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며 “아버지 성을 무조건 따르지 않을 때 좀 더 다양하고 열린 가족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관련 법안 처리는 감감 무소식

그러나 관련 법안은 아직도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무소속 양정숙 의원은 지난 1월 친족성폭력 범죄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내용의 성폭력처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0년 미성년 친족성폭력 피해자가 보호시설에 입소해도 가해자에게 괴롭힘당하는 일을 막고자, 시설 입소기간 동안 부모의 친권을 정지하는 내용의 보호시설에있는미성년자의후견직무에관한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형석 민주당 의원은 친족성폭력 사실을 알게 된 친족이 사건을 은폐하거나 축소할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성폭력방지법 개정안을 지난 2월 대표발의했다. 모두 소관 상임위원회 심사 단계에 머물러 있다.

친족성폭력 생존자들은 앞으로도 친족성폭력 공소시효 폐지를 촉구하는 정기 1인시위 등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친족성폭력 생존자 약 40명이 27일 서울 종로구 일대에서 ‘친족성폭력피해자 생존기념축제’를 열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친족성폭력공소시효폐지를위한공폐단단, 매마토(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 일인시위 모임이 공동 주최했다. ⓒ이세아 기자
친족성폭력 생존자 약 40명이 27일 서울 종로구 일대에서 ‘친족성폭력피해자 생존기념축제’를 열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친족성폭력공소시효폐지를위한공폐단단, 매마토(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 일인시위 모임이 공동 주최했다. ⓒ이세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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