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디지털성범죄 등 전문위원회’ 권고
성폭력·성희롱 간행물 제작 기준 마련
범죄 심각성 축소·자극적 표현 지양해야

지난 8월 12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법무부 디지털성범죄 등 전문위원 위촉 행사.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구자현 법무부 검찰국장, 추적단불꽃, 프로젝트리셋, 변영주 위원장, 이한 남성성교육 전문가, 박정훈 오마이뉴스 기자, 박현주 법무부 대변인, 주영환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오지원 변호사, 가수 핫펠트(예은), 박범계 법무부 장관, 이지원 S2WLAB 부대표, 박경규 박사, 서지현 검사. 사진=공동취재사진
지난 8월 12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법무부 디지털성범죄 등 전문위원 위촉 행사.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구자현 법무부 검찰국장, 추적단불꽃, 프로젝트리셋, 변영주 위원장, 이한 남성성교육 전문가, 박정훈 오마이뉴스 기자, 박현주 법무부 대변인, 주영환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오지원 변호사, 가수 핫펠트(예은), 박범계 법무부 장관, 이지원 S2WLAB 부대표, 박경규 박사, 서지현 검사. 사진=공동취재사진

언론과 방송이 성범죄를 희화화하거나 왜곡된 용어를 사용해 피해자의 2차 피해를 유발하고 있다. 인권보호의 주무부처인 법무부가 ‘성폭력·성희롱 간행물 제작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이런 문제가 반복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권고안이 나왔다.

법무부 디지털성범죄 등 전문위원회(위원장 변영주, 이하 위원회)는 지난 12일 ‘성폭력․성희롱 간행물 제작 가이드라인 마련’에 관해 의결하고, 법무부에 권고했다. 법무부가 간행물·미디어 콘텐츠를 만들어 배포할 때 참고할 수 있도록 인권과 성인지 감수성을 바탕으로 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실천하라는 취지다. 

법무부 디지털성범죄 등 전문위원회가 정리한 언론의 성폭력 관련 잘못된 표현. 사진=법무부 제공
법무부 디지털성범죄 등 전문위원회가 정리한 언론의 성폭력 관련 잘못된 표현. 사진=법무부 제공

젠더 전담 창구 통한 자율점검 필요

언론중재위원회의 최근 5년간 시정권고 현황을 보면, 성폭력 피해자 신원공개가 93건, 성폭력 피해자 피해상태 및 범행수법 등 묘사가 383건으로 전체의 39.1%를 차지했다.

구체적으로는 △범죄의 심각성을 축소하거나 희화화하고, 피해자를 주목시키는 기사 △자극적이고, 피해자다움을 강조하는 삽화 △피해자의 신상이 특정 가능한 내용을 기사에 명시 △가해자에게 지나친 서사를 부여하는 보도 등이 있다.

위원회는 언론이 성폭력처벌법에 규정된 카메라 등 이용 촬영 범죄를 유희적 의미를 내포한 ‘몰카’로 약칭하거나, 성범죄나 가해자를 ‘몹쓸 짓’, ‘늑대’, ‘짐승’으로 표현하는 것은 범죄의 위법성을 희석하고, 범죄 의식을 약화시키는 용어라고 봤다.

또한 성착취물 피해 영상을 음란물적 의미를 띄는 ‘리벤지 포르노’라고 지칭하거나, 피해자 앞에 ‘00녀’, ‘여00’와 같은 수식어를 붙이는 등 가해자 관점의 용어 또는 피해자를 주목시키는 자극적 표현을 쓰는 것도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위원회는 △성범죄 관련 내용의 문구나 표현에 있어 정확한 개념 사용 및 표기 △성폭력 관련 보도·홍보 준칙 마련 △보도·홍보 준칙 실천 방안 강구 △법무부 내 젠더 전담 창구 설치 등의 방안을 권고했다.

지난 8월 출범한 법무부 디지털성범죄 등 전문위원회는 △변영주 영화감독을 위원장으로 △가수 핫펠트 △텔레그램 N번방 탐사 취재 단체 ‘추적단 불꽃’ △성착취 단체방 수사 공조 단체 ‘프로젝트리셋’ △박정훈 오마이뉴스 기자 △이한 남성과함께하는페미니즘 활동가 △박예안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오지원 변호사(‘법과 치유’ 대표변호사) △박경규 한국 형사·법무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이지원 S2WLAB 부대표(인터폴 협력 보안업체) 등 분야별 전문가 10명이 전문위원으로 구성됐다. 지난 6월 ‘디지털성범죄 등 대응 태스크포스(TF)’ 팀장을 맡은 서지현 검사가 전문위원들을 직접 섭외했다. 

전문위원들은 법무부에 디지털 성범죄 대응 정책을 제안하고, 입안 관련 자문을 전달하고 있다. 앞서 위원회는 △성범죄 피해자의 체계적·통합적 지원을 위한 법무부, 경찰청, 여성가족부의 피해자 지원 협의체 구축 △디지털성범죄 영상의 초기 차단·삭제를 위한 ‘응급 조치 규정’ 마련(10월 28일) 등을 법무부에 권고한 바 있다.   

다음은 법무부 디지털성범죄 등 전문위원회가 권고한 가이드라인 전문. 

<인권・성인지 감수성 제고를 위한 간행물 등 제작・배포 가이드라인> 

제1조(목적) 본 권고는 성폭력・성희롱 관련 정보 제공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당한 인권침해를 방지하고, 법무부에서 보도・홍보・교육 등의 목적으로 대내외적으로 공표하는 간행물, 인터넷・사회관계망 게재물, 영상, 음향, 방송 기타 자료(이하 ‘간행물 등’이라 한다)의 제작・배포시 인권 및 성인지 감수성을 제고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기준을 정하여 실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제2조(기본방침) 성폭력‧성희롱은 헌법상 보장된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 및 인격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법익침해 행위임을 유념하고, 간행물 등으로 인해 성폭력・성희롱 및 피해자에 대한 왜곡된 상식과 통념이 생산 또는 확산되지 않도록 유의한다. 

제3조(정확성) ① 간행물 등은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하여 정확하고 공정하게 제작・배포한다. 
② 간행물 등 내용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위하여 각종 정보의 정확성을 검증하고 신뢰도를 확인한다.   
③ 간행물 등에서 다른 매체의 보도를 인용하거나 자료를 사용할 때는 그 출처를 명시한다.

제4조(인권보호) 간행물 등은 부당하게 인권 등을 침해하지 않도록 하며, 지역・인종・장애・출신국가・성별 및 성 정체성・나이・종교・직업 등으로 구별되는 특정 집단이나 그 구성원들을 부정적이거나 열등한 대상으로 인식되거나 이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내용이 포함되지 않도록 유의한다.
제5조(성평등) 간행물 등에서 성별과 성 역할에 대한 부정적 편견을 강화하거나 성별을 불필요하게 강조하는 표현, 성 역할을 이분법적으로 고정하는 성차별적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 

제6조(성폭력 피해자 보호) ① 간행물 등에서 성폭력 사건 관련 정보를 언급할 때 피해자와 그 가족의 인권을 존중하여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한다. 
②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공개하여서는 안 되며, 피해자의 신상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가 공개되지 않도록 주의한다. 특히 삽화, 그래픽, 영상 등에 신중을 기한다. 
③ 성폭력 사건의 범행수법을 지나치게 자세히 묘사하는 것을 지양한다.  
④ 가해자 중심적 성 관념에 입각한 용어나 피해자를 성적 대상화하는 자극적인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
⑤ 언론에 공개되거나 수사기관이 제공하는 정보라도 그 공개의 적절성 여부를 별도로 판단하여 보도 등 자료에 포함 여부를 신중히 결정한다. 

제7조(디지털성범죄 피해자 보호) ① 성착취물은 ‘음란물’과 구별되는 개념이므로 혼용하여 사용하지 않는다.
② 범죄 유형이나 태양 등을 기술하는 경우 법률상 규정된 용어 위주로 정확한 개념을 사용한다. 
② 디지털성범죄 피해영상물이나 피해영상물이 유포된 인터넷 사이트 등 온라인 플랫폼이 특정될 만한 정보를 기재하지 않는다. 
 디지털성범죄의 피해자는 피해 영상물의 유포・확산에 관한 영구적 불안을 느낀다는 사실을 유념한다. 

제8조(범죄사건 보도 등) ① 간행물 등에서 피고인 또는 피의자에 대한 법원의 확정판결이 있을 때까지 단정적인 표현을 하지 않는다.
② 피고인・피의자 및 피해자, 고소・고발인의 성명 등 신상 정보는 원칙적으로 밝히지 않는다.
③ 피고인・피의자・범죄혐의자에 관한 내용을 다룰 때에는 범죄행위가 과장되거나 정당화되지 않도록 유의한다.  
 
제9조(사전점검) ① 간행물 등의 배포에 앞서 발행 소관부서별 자체 감수 후 젠더전용창구를 경유하여 인권, 성인지 감수성 감수를 실시하고, 필요한 경우 추가로 외부 전문가로부터 감수를 실시한다.
② 간행물 등에 감수 이행 여부 및 결과를 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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