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유럽연합 시민사회 네트워크(KEN)
19일 ‘반차별을 위한 교류와 협력’ 컨퍼런스
한국·유럽 장애인권 전문가들 참석
장애인 탈시설·자립생활 권리 강조

한국-유럽 연합 시민사회 네트워크가 19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반차별을 위한 교류와 협력'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이리나 아태장애포럼 아동분과위원장, 최한별 한국장애포럼 사무국장, 이가연 비마이너 기자, 조혜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 ⓒ홍수형 기자
한국-유럽 연합 시민사회 네트워크가 19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반차별을 위한 교류와 협력'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이리나 아태장애포럼 아동분과위원장, 최한별 한국장애포럼 사무국장, 이가연 비마이너 기자, 조혜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 ⓒ홍수형 기자

한국과 유럽의 장애인들이 투표권, 탈시설·자립 생활 권리, 차별받지 않고 학교 다닐 권리 등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유럽연합 시민사회 네트워크(KEN)는 19일 ‘반차별을 위한 교류와 협력’을 주제로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오후 3시 30시부터 8시까지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 서울에서 열렸고, 줌(Zoom)을 통해 온라인 생중계됐다. 유럽 연사들은 온라인으로 참가했다.

최한별 한국장애포럼 사무국장은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장애인 투표권 침해 문제를 지적했다. 현 선거 시스템은 계단을 오르기 어렵거나, 공보물에 빼곡히 적힌 글자를 잘 읽지 못하는 유권자들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 시설 거주 장애인의 투표권이 얼마나 보장되고 있느냐도 문제다.

유럽의 현실도 별반 다르지 않다. 2021년 현재 EU 내 장애인은 약 8700만 명. 이들은 유럽연합법에 따라 투표권을 지닌다. 그러나 헬렌 포털 인클루젼유럽 정책본부장에 따르면, 장애를 이유로 법적 투표권을 인정받지 못하는 장애인이 80만명에 이른다. 최근 유럽인권재판소는 인지 능력 저하를 보인 덴마크 장애인들이 투표권을 인정 요구 소송을 기각하며 “(투표권 행사엔) 어느 정도의 지적 능력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판결(Strøbye and Rosenlind v. Denmark)을 내려 인권단체의 비난을 샀다. 

참석자들은 정부에 장애인 ‘탈시설’ 정책 이행도 촉구했다. 장애인을 시설에 격리하지 않고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게 하는 탈시설 정책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다. 장애인 탈시설·자립생활 권리는 2008년 우리 정부가 비준한 UN장애인권리협약에 명시돼 있다. 

‘현실적 대책 없는 탈시설은 인권침해’라며 반대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장애·인권단체는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자립하고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야만 장애인의 인권을 보장할 수 있다며 전향적인 정책을 촉구하고 있다.

최 사무국장은 현 정부가 공개한 ‘탈시설 로드맵’은 “부끄러운 수준”이라며 유엔장애인권리협약(CRPD)에 부합하는 로드맵을 만들라고 촉구했다. 이리나 아태장애포럼(APDF) 아동분과위원장은 “스웨덴의 경우, 정부가 탈시설 갈등에 개입해 폐쇄를 거부하는 시설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추진했다”며 강력한 의지를 갖고 추진하길 바란다고 했다.

포털 본부장도 시설 거주 장애인이 겪는 폭력과 학대, 젠더폭력을 겪어도 도움을 청하지 못하는 여성 장애인, 코로나19 등 집단감염 위험을 지적하며 탈시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연사들은 ‘장애 여부를 떠나 모든 아동은 존중받고, 차별 없는 양질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도 촉구했다. 단순히 같은 학교에 다니는 것을 넘어 수업, 놀이 등 과정에서 장애아동과 비장애 아동이 어울려 지내는 학교 분위기와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컨퍼런스는 서울의 주한 유럽연합(EU) 대표부가 후원하는 공공외교 활동 ‘한국 내 유럽 정책과 아웃리치 파트너십’의 하나로 열렸다. 한국과 EU의 인권 분야 시민단체 간 교류·협력 증진을 위해 마련돼, 지난 1년간 세 차례 세미나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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