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된장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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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 혹은 메주, 된장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면 늘 이 장면이 떠오른다. 촌철살인으로 우리의 이목을 사로잡는 TV 광고 한 장면.

며느리에게 자신의 된장찌개를 자랑하는 시어머니가 “세계 식품학자들도 이렇게 감탄했지.” 하고, 이어지는 회상장면에서 “It's alive!”라며 외국학자가 깜짝 놀란다. 우리 된장에 살아 있는 유익한 균이 많다는 얘기다.

이렇게 된장은 발효식품 가운데서도 항암효과가 탁월한 것으로 학계에서 여러 차례 보고된 바 있다. 매일 된장국을 먹는 사람은 위암에 걸릴 확률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밝혀졌고 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키고 혈압을 낮춰 고혈압과 같은 성인병에도 효과적이다.

한편 콩의 기름성분에 많이 들어 있는 레시틴은 기억력이나 집중력 등을 증진시켜 성장기 우리 아이들의 머리를 맑게 해주는 효과도 있다고 한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콩의 나라였다. 이미 청동기시대부터 주요 농작물로 재배된 데다 이익의 '성호사설'에는 '오곡에 속하지만 귀하게 여기지는 않고, 하지만 사람을 살리는 데 콩의 힘이 가장 크다'고 서술해 가난한 백성이 연명하는 데 콩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강조하고 있다.

굳이 된장이 아니더라도 콩나물이나 두부, 콩나물국, 콩나물 비빔밥, 콩밥, 콩국수 등등 콩이 들어가는 음식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해가 가는 대목. 그런데 이런 콩의 나라의 자존심을 건드린 사건도 옛날에는 있었다는데, 1969년 타임지는 우리 메주에 치명적인 발암물질인 아플라톡신이 득시글거려 우리 나라 사람들이 위암에 잘 걸린다고 보도해 난리가 났다고 한다.

물론 우리 메주와 된장의 항암효과를 입증해 이런 논리를 뒤집기는 했지만 예나 지금이나 우리 먹거리를 가지고 시비를 거는 서양 사람들이 많았던 모양이다.그런데 요즘은 시판 된장을 많이 사먹다 보니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유전자 변형식품) 때문에 걱정이 하나 더 늘었다. 미국에서 생산되고 유통되는 GMO 품목 중 우리가 가장 많이 수입하는 게 대두(콩)와 옥수수인데 이들 유전자 변형 콩이나 옥수수는 악천후 혹은 농약에 강한 종자를 만드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인간에 치명적인 폐해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통계치들마다 차이는 있지만, 현재 미국 내 재배 콩의 GMO 비율은 50%, 옥수수는 27% 정도, 그런데 우리 나라는 이 두 작물을 거의 100%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니 우리는 GMO 콩과 옥수수의 포화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된장도 예전의 된장이 아니니 좋은 먹을거리를 찾는 일은 너무도 힘들다.

이수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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