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는 고 이 모중사 추모장이 마련되어 있다. ⓒ홍수형 기자
7월26일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는 고 이 모중사 추모장이 마련되어 있다. ⓒ홍수형 기자

공군에서 또 다시 여군이 성추행 피해를 입은 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번에는 군이 사건을 은폐·축소하려 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군인권센터는 지난 15일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5월 공군 제8전투비행단에서 발생한 사건을 공개했다. 센터에 따르면 지난 5월 11일 공군 제8전투비행단 소속 여군 A 하사가 자신의 영외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군사경찰은 6월 10일 ‘스트레스성 자살’로 종결했다.

A 하사는 고 이예람 중사와 같은 연차의 초급 부사관이었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계급은 하사와 준위로 차이가 많이 났다. 가해자는 피해자보다 28살이나 많다.

이날 센터는 A 하사를 생전에 마지막으로 만난 이 준위의 수상한 행적도 수사 결과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센터에 따르면 이 준위가 5월 9일 자신의 차에서 20분간 A 하사를 만난 상황이 담긴 블랙박스 기록을 삭제했고, A 하사가 숨진 채 발견된 당일에는 출근 시간 30분 전부터 23차례 전화를 걸고 급기야 주임원사와 함께 A 하사 숙소에 찾아가 방범창을 뜯고 숙소에 들어가기도 했다.

공군 “업무상 스트레스 때문” 국방부 장관 “성추행 피해 연관 보고 받아”

센터의 폭로에 공군은 지난 15일 공식 입장문을 내고 “수사 과정에서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순직이 충분히 인정돼 관련 절차에 따라 처리했다”고 밝혔다. 성추행 피해와 관련해선 “‘강제추행’에 대해서도 사망 사건 발생 때부터 지속적으로 수사를 진행했고, 10월 14일 (피의자를) 기소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라며 답했다. 이어 “재판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종결되지 않은 사안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제한된다”고 덧붙였다.

서욱 국방부 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서욱 국방부 장관. ⓒ뉴시스·여성신문

그러나 공군의 입장과 서욱 국방부 장관과의 주장은 일치하지 않았다. 서 장관은 하루 뒤인 16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해당 부사관의 극단 선택이 성추행 때문이냐’는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 질의에 “여러 가지 이유 중 하나로 보인다”며 “피해자 극단 선택의 주된 원인을 확정적으로 얘기하긴 어렵고 (성추행과) 연관이 있다고 보고 받았다”고 말했다.

5월 말 ‘이 중사 사건’ 발생 이후 국방부는 6월 2일 전군에서 발생, 진행되고 있는 성폭력 사건을 전수조사에 가깝게 선제 조사·점검하겠다고 대응했다. 또 군은 고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으로 최초로 군검찰수사심의위원회를 설치하고 특임군검사까지 임명하는 등 대책을 세웠으나 비슷한 시기 발생한 유사사건에 대해서는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연차와 계급의 여군 부사관이 2주 사이 두 명이나 자살한 상황이다.

군인권센터는 17일 고 이예람 공군 중사 사망 사건 당시 전익수 공군 법무실장이 직접 불구속 수사를 지휘했다는 의혹을 추가 제기했다. 센터는 이날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제보 받은 녹취록을 공개하며 “전 실장이 성추행 사건 수사 초기에 가해자 불구속 수사를 직접 지휘했던 것으로 확인된다”고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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