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여성영화제 집행위원장 이혜경

'여성의 눈으로 세계를 보자!'.

~B2-2.jpg

매년 4월 여성영화인과 여성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의 소통의 장으로 자리매김해 온 서울여성영화제가 올해도 어김없이 대중들을 찾아간다. 6회를 맞아 젊은 에너지와 다양한 문화코드가 공존하는 신촌으로 자리를 옮긴 영화제는 총 80여 편의 영화가 '감독 특별전' '새로운 물결' '아시아특별전' '영페미니스트 포럼' 등 6개 부문에 걸쳐 관객을 찾을 예정이다. 한 달여 남은 행사로 분주한 여성문화예술기획 사무실에서 이혜경(51) 서울여성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만나보았다.

- 여성영화제가 벌써 6회를 맞았다. 예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극장을 옮겼는데, 관객들의 반응이 어떨지 궁금하다. 프로그램에 '영페미니스트 포럼'을 신설했는데, 여성문화운동에서 나타나는 세대 교체 현상과 새로운 페미니스트들이 주체로 떠오르는 흐름을 반영한 기획이다. 이들이 영화제를 통해 새로운 여성주의적 담론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할 것이다.”

- 6회까지 오는 동안 우리 사회의 여성문화 풍토와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느끼나.

“감수성이 많이 변했다. 사회 전반적으로 무거운 것을 추구하기보다 가벼운 것을 추구하는 경향이 눈에 띈다. 전지구적 차원에서 정보와 문화 교류도 빨리 진행되고 있다. 무엇보다 여성들의 목소리가 가시화됐다는 것이 큰 변화이고, 이 과정에 여성영화제가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세계 각 국 여성들의 삶을 구체적인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성과다. 여성의 문화와 세력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여성 감독의 작품도 초기 68편에서 138편, 160편, 180편,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 여성영화제가 기여한 부분도 크다.

“일상의 감수성을 바꾸는 데 도움을 준 것 같다. 여성영화제의 영화들은 먹으면 먹을수록 맛있는 음식처럼 다양하다. 할리우드식 영화와 달리 경쾌하고 개성 있고 다양하며 즐겁다. 영화제의 영화들은 이제 우리 생활에 익숙한 부분이 되지 않았나 싶다. 영화제를 통해 인기 있고 친숙한 감독들도 생겨나고 있다. 아네스 바르다, 마린 고리스, 도리스 되리, 제인 캠피온 등 관객들이 잊지 못하는 감독들이 많다.”

- 아쉬운 부분을 지적한다면.

“이번 베를린 영화제에서 김기덕 감독이 수상하는 것을 보면서 여성감독의 작품들이 국제 영화제에서 상을 받는 것도 필요하겠구나 다시 한 번 생각했다. 여성들의 언어가 좀더 주류적인 언어가 되어야 한다. 남성감독들의 경우 사회 비판적인 작품들이 많지만 그 자신이 폭력을 비판할 때 폭력에 물든 경우가 많다. 남성들은 그 문제나 폐해 잘 못 읽는다. 반면 여성 감독의 영화는 시선에 있어 좋은 영화가 많다. 더욱 문제적이고 실험적이고 과감하고 도발적이어야 한다. 여성들의 시선이 섬세하고 과장되지 않고 차분한 점은 있으나, 이를 관객들이 좋아하고 미덕으로 받아들이기도 하지만, 여성들의 삶을 주목하는 데 그치지 말고 각종 사회 문제를 여성의 시선으로 들여다봤으면 좋겠다. 더욱 과감한 형식적 실험, 여성적 미학 추구가 있어야 한다.”

- 여성영화제에 상영된 좋은 작품들을 영화제 기간 외에도 폭넓게 접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현재 아카이브를 작게 운영하고 있는데, 이를 더 키워 상설화 할 생각이다. 시네마 테크와 아카이브를 운영하는 것 외에 순회 상연도 생각 중이다. 많은 여성들이 일상적으로 좋은 영화를 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격년제로 하다 매년 개최해 오고 있는데 부담은 없나.

“매년 개최하는 것은 충분히 그만한 가치가 있다. 매년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영화가 쏟아져 나오고 사무국이 안정돼 영화제가 쉬지 않고 열릴 수 있게 됐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는 미술, 음악보다 대중적, 보편적 장르이고 가장 소통하기 쉬운 매체이기 때문에 공들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 앞으로 어떤 일들을 해 나갈 것인가.

“이번 영화제에선 터키, 오사카, 대만, 동경, 서울. 5개 여성영화제의 집행위원장들이 만나 포럼을 연다. 아시아 여성영화제가 어떻게 연대할 것인가 논의해 서구중심적이었던 이전의 담론을 탈피하고 아시아 여성들의 연대, 우리 안의 창작과 실험, 아시아 여성들의 문화가 주체가 되는 담론을 형성할 것이다. 그 작업에 다섯 명 집행위원장들의 만남이 초석이 될 것으로 본다. 아시아 여성영화제 가운데 서울여성영화제가 가장 규모가 크고 활력 있기 때문에 기대 또한 크다. 2회 때부터 순회를 생각해 왔는데, 비용의 낭비 없이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여성들이 좋은 작품들을 보고 즐길 수 있을까 고심하고 있다.”

이 대표는 여성영화제가 우리사회 전반에 일상적인 삶의 영역을 넓힘과 동시에 이를 넘어서는 성찰의 계기를 제공할 것이라는 확신을 전했다. 또한 좀더 논쟁적이고 충격적인 영화들을 통해 우리 문화에 새로운 쟁점을 내놓고 그를 둘러싼 흐름을 이끌어 갈 것이라 덧붙였다.

임인숙 기자isim123@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