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남도학숙 직장 내 성희롱·괴롭힘 피해자
직장 내 성희롱 및 따돌림으로 산재 요양 다녀왔지만
여전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상병 더 악화돼 재요양 인정
“국가기관으로부터 공식적으로 인정받아 의미 깊어”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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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성희롱과 괴롭힘으로 산업재해를 인정받은 피해자가 복직 이후에도 괴롭힘에 시달리다 얻은 병으로 재요양을 인정받았다.

광주광역시와 전라남도가 공동운영하는 장학재단인 남도학숙에서 성희롱 피해를 본 에스더(가명)는 지난달 26일 복직 이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얻은 상병을 호소하며 근로복지공단에 낸 재요양신청을 인정받았다. 재요양은 과거 최초 산재 요양을 인정받은 질병이 재발하거나 상태가 악화된 경우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1조에 따라 다시 한번 산재 요양을 인정하는 제도다.

에스더씨는 11일 여성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국가기관으로부터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것에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에스더씨와의 일문일답.

-근로복지공단이 재요양 산재를 인정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복직 후 회사 근무 중 겪은 직장 내 괴롭힘 피해에 대해 국가기관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와 같이 직장 근무 중 성희롱 피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후 2차 피해를 본 근로자들이 산재 재요양을 신청할 수 있는 좋은 선례가 될 것 같다.”

-두 번의 산재 신청을 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 같다

“직장 내 성희롱 사건 이후 회사의 피해자 보호조치 미흡, 성희롱 및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들에 대한 회사 측의 조치 미흡, 동료들의 지지 부족 등 피해자에게 적대적 조직문화로 인해 직장 내 소외·고립된 상황이었다. 설상가상으로 회사가 신경정신과 질환에 대한 병가 불허 규정까지 만들어 업무 관련 질병에 대해 병원 치료조차 받기 힘든 근무 환경에서 매일 벼랑 끝에 혼자 서있는 것 같은 절망적인 심정으로 산업재해 신청을 하게 됐다.”

인권위 분리조치 권고 이후 전면이 유리로 된 독방으로 격리 당한 에스더씨.

-재요양 후 복직에 대한 생각은

“산재 재요양기간이 끝난 후 당연히 회사에 복직할 것이다. 다시 복직해서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가 징계를 받는 것을 보고 싶다. 필연코 사필귀정이 될 것이다.”

-또 다른 직장 내 성희롱·괴롭힘 피해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의 경우, 피해 사실을 입증하는 과정에서 가해자뿐만 아니라 회사로부터 괴롭힘 등 2차 가해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피해자들 대다수가 피해 사건 이후 직장을 그만두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있다.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들이 고통에서 벗어날 방법이 있다는 것을 꼭 전하고 싶다. 일단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신청해 병원 치료도 받으며 일상을 회복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킨 직원은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이니 당당하고 씩씩하게 직장 생활 계속하시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앞으로 사건 해결을 위해 계획한 일들이 있다면

“성희롱 및 직장 내 괴롭힘 피해 사건이 발생한 남도학숙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피해자에게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할 것이다. 직장 근무 중 발생한 피해 사건의 근로자에게 공식적인 사과를 하는 것은 기관의 후속 피해 방지와 예방 차원에 꼭 필요한 절차라고 생각한다. 또 업무상 질병의 발생 및 악화의 원인을 제공한 직원들과 분리 조치하도록 회사에 계속 요구할 예정이다. 회사는 피해 근로자가 후속 피해를 입지 않도록 적정한 근로조건을 만들어 피해 근로자의 인격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것이 당연한 것인데, 이게 잘 이뤄지지 않아 결국 성희롱 문제 제기 후 직장 내 괴롭힘에 노출돼 산재 재요양을 하게 됐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인권침해 및 특정 질환자에 대한 차별 조항인 남도학숙 취업규칙의 ‘신경정신과 질환에 대한 병가 금지 조항’을 삭제하라고 회사에 재차 요청할 것이다. 만일 회사가 이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넣을 예정이다.”

인권위 분리조치 권고 이후 전면이 유리로 된 독방으로 격리 당한 에스더씨.

*남도학숙 에스더씨 사건 전말

2014년 4월 남도학숙 장학부에 입사한 에스더씨는 같은 해 10월까지인 시보기간 중 직속상관인 A 부장으로부터 수차례 성추행과 성희롱을 당했다. A씨는 업무를 알려준다며 몸을 기울인 뒤 자신의 팔을 에스더씨의 가슴에 밀착 시켜 신체 접촉을 하거나 에스더씨에게 “손난로를 손에 들고 다니지 말고 가슴에 품고 다녀라”등의 발언을 했다. 또 A씨는 회식자리에서 에스더씨에게 원장의 술·음식 시중을 들도록 지시했고, 에스더씨가 이러한 요구에 거부 의사를 표하자 “술집여자” 등의 말을 내뱉었다.

이에 에스더씨 측은 2015년 5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넣었다. 인권위는 2016년 3월 “A씨의 행위는 성적 굴욕감 및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로 성희롱으로 인정된다”며 “A씨로 인해 에스더씨의 업무환경이 악화되고 에스더씨가 정신적 스트레스를 입었으므로 A씨에게 인권위 주관 특별인권교육 수강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에스더씨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2차 피해를 겪어야 했다. 에스더씨는 인권위에 진정을 넣기 전인 2014년 11월경 남도학숙에 탄원서를 제출하고 고충처리위원회에 문제를 제기해 여러 차례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당시 원장은 에스더씨에게 ‘트러블메이커’ ‘형편없는 사람’ ‘그렇게 하려면 사표 쓰고 나가라’ ‘잘하지 않으면 업무로부터 배제할 것’ 등의 폭언을 하며 사직을 강요하기도 했다.

2015년 10월부터 에스더씨는 별실로 보내져 6개월 이상 근무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에스더씨는 직장내 괴롭힘과 따돌림에 따른 공황발작으로 응급실에 실려 가기도 했다. 이후 에스더씨는 2014년 남도학숙 내 성희롱 사건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해 우울에피소드 및 외상후스트레스장애 등으로 2017년 산재요양이 인정됐다. 에스더씨는 지난해 1월 직장으로 복귀했지만 여전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경정신과 치료와 입·퇴원을 반복하는 등 질병이 더 악화돼 산재요양이 또다시 필요해졌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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