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옥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대표·정치학 박사

정치에 입문한 여성들에게 가장 힘든 것이 무어냐고 하면, 열에 아홉은 정치 자체가 아니라 선거를 이야기한다. 결국 돈과 조직으로 치르는 우리의 선거문화가 얼마나 여성의 정치참여를 막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예다. 물론 정치와 돈의 역학관계는 여성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남성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며 아무리 청렴결백하다던 이들도 정치권에만 들어가면 부패인사가 되고 마는 것이 우리의 정치 현실이다.

그렇다면 이 돈과 정치 또는 여성참여와의 관계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우선은 돈이 들지 않는 정치시스템으로 전환하는 일이다. 서구국가들의 경우 선거가 자주 있어도 우리처럼 그렇게 시끄럽지는 않다. 이미 정당의 정책들이 널리 알려지고 정당제도가 안정되어 있어 정당의 대변자라는 의미로 후보들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몇 번의 강연회와 벽보, 주말 야외시장에서 나누어주는 홍보물 정도가 내가 독일에서 경험한 선거운동이다. 작년 독일을 방문하여 만났던 27세의 여성의원은 선거 때 정당에서 지원을 받고 일부는 자신이 선거자금을 지불했으나 그 규모는 27세의 여성으로서 수용할 수 있는 정도라고 답했다.

즉 후보들이 집을 팔거나 전 재산을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감당할 정도의 선거자금을 마련한다는 이야기였다. 이처럼 돈이 들지 않는 선거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유럽 국가들의 경우 여성들의 진출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문제는 주로 소선거구제를 채택하는 경우다.

미국도 선거를 꽤 유난스럽게 치르고 소선거구제만 채택하고 있어 꼭 부정선거가 아니라도 기본 선거비용이 많이 들고 여성의 참여도 15% 정도로 부진한 형편이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여성후보들을 위한 기금마련 활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에밀리즈 리스트'는 'Early Money Is Like Yeast'라는 말, 즉 초기의 돈은 이스트와 같아 커다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말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든 단체로 여성후보들의 명단을 만들고 이들을 위한 초기자금을 모아 정치에 진입하는 데에 힘을 덜어주는 역할을 한다.

이 여성후보들을 위한 기금 모으기는 사실 한국에서 가장 절실하게 요구되는 운동이기도 하다. 기금 모으기 운동의 의미는 여러 가지다. 우선은 에밀리즈 리스트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능력이 있으면서도 돈과 조직 때문에 정치에 입문하기를 망설이는 여성들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이 될 수 있으며, 둘째는 이러한 기금이 실질적인 차원에서뿐 아니라 정서적인 면에서도 여성후보들에게 큰 힘을 실어준다.

'여성이 여성을 뽑지 않는다' '여성을 지원하지 않는다'라는 말로 여성들의 기를 죽이는 현실에서 이러한 후원은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줄 수 있다.

셋째는 깨끗한 돈을 모은다는 사실이다. 지금처럼 정치권에 알게 모르게 검은 돈이 유입되는 길을 막는 방법은 내가 지원하는 정치인들에게 유권자들이 깨끗한 소액의 후원금을 공개적으로 거두어주는 것이다.

후보들에게 향응을 받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위해 맑은 정치를 펼쳐 달라고 기부하는 기부금은 우리의 정치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지금 여성계가 힘을 모아 진행하고 있는 '맑은정치여성기금 모으기 운동'은 여성유권자들의 힘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정치에 활력을 불러일으킬 능력 있는 여성후보들을 지원하며 나아가서는 깨끗한 정치를 실현하기 위한 우리의 첫걸음마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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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여성후보들을 위한 기금 마련활동이 활발하다. 대표적인 모금단체인 에밀리리즈 리스트는 여성후보들의 명단을 만들고 이들을 위한 초기자금을 모아 정치 진입을 돕고있다.◀

●맑은정치 희망지기 2004인이 되는 방법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희망지기가 될 수 있다.

맑은정치여성기금운동본부 홈페이지(www.cleanfund.org)를 통해 맑은정치의 염원이 담긴 소정의 기부금을 기부한다.

맑은정치여성기금운동본부에 직접 기부한다.

(입금계좌 국민은행 079801-04-005547, 예금주 (재)한국여성재단

담당 기획홍보팀 장미정, 신희정) 문의 02-595-6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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