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당신의 집은 안전한家]
올해 초 부산 대학가 원룸촌서
잇달아 주거침입 성범죄 발생
시·경찰청 합동 컨트롤타워 신설
셉테드 설치 ‘안심원룸 인증제’ 실시
부산자치경찰위 출범 첫 과제로
‘1인 가구 성범죄 예방책’ 제시
시의회 ‘범죄예방 환경디자인 조례’ 개정

“집은 여자에게 가장 위험한 장소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는 1년 동안 살해당한 여성 중 58%가 친밀한 파트너 혹은 가족에게 당했다는 조사 결과 발표하며 이렇게 일갈했다. ‘집’은 가장 안전해야 하는 공간이지만, 주거침입과 가정폭력 범죄의 현장이 되고 있다. 강력범죄로 이어질 수 있지만, 여전히 처벌은 가볍다. ‘집’을 둘러싼 범죄에 대한 인식과 양형은 한국사회가 여성 대상 폭력을 바라보는 바로미터다. <편집자 주>

 

부산시 금정구 장전1동 부산대학교 인근 한 원룸에는 방범창과 가스배관 덮개가 없어 주거침입 범죄에 노출됐다.<br>
부산시 금정구 장전1동 부산대학교 인근 한 원룸에는 방범창과 가스배관 덮개가 없어 주거침입 범죄에 노출됐다.

지난 1월 27일 새벽 40대 남성 A씨는 부경·경성대학교가 있는 부산 남구 대연동 원룸에 침입해 혼자 사는 20대 여성 B씨를 성폭행하고 물건을 훔치고 달아났다. 당시 피해자 B씨는 원룸 저층부에 거주했다. A씨는 건물 옆에 놓인 쓰레기 더미를 밟고 방범창 등 범죄예방시설 설치되지 않은 피해자 집으로 들어갔다. 그 후로 약 4개월 뒤 역시 대학가인 부산 동래구에서는 강간미수로 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받은 20대 남성이 자신의 집에서 100m 떨어진 여성이 혼자 사는 집에 침입해 성폭행을 저질렀다.

여성 1인 가구 범죄가 전국적으로 증가하면서 지역 자치구별로 여성 1인 가구 성범죄 대책을 내놓고 있다. 특히 부산시는 올해 혼자사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주거침입 성범죄가 2건이나 발생하자, 부산시 자치경찰위원회 출범 첫 과제로 ‘1인 가구 성범죄 예방책’을 내놨다. 부산시와 부산경찰청은 침입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합동으로 컨트롤타워를 만들었다.

부산시의회는 ‘부산광역시 범죄예방 환경디자인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하 개정안)를 9월 23일 개정했다. 국민의힘 윤지영(비례)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에는 방범시설 설치 비용 지원과 범죄예방을 위한 지역사회 협력체계 구축, 경찰 등 기관 협의체를 신설할 수 있는 근거가 담겼다.

부산시와 부산경찰청은 여성 1인 가구 주거침입 성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건축설계, 건축허가, 셉테드 인증 등 여러 방면에 걸친 침입 성범죄 예방 정책을 함께 논의하기 위한 컨트롤 타워를 만들었다. 부산형 ‘제2세대 셉테드(CPTED·범죄예방환경설계) 모델’은 물리적 환경 개선에 주안점을 주는 제1세대 셉테드를 넘어 지역 거주 대학생들의 참여를 증대시켜 거주자의 책임감과 범죄예방 활동을 강화하는 것으로 ‘안심원룸 인증제 지원 사업’을 추진 중이다.

안심원룸 인증제는 실거주자에게 가장 필요한 시설인 저층부 방범창 교체, 가스배관 덮개 설치 등을 부산시에서 지원하고 CC(폐쇄회로)TV, 공용현관 출입통제 시스템 등 나머지 셉테드 시설을 소유주가 개선하면 부산경찰청의 CPO(범죄예방순찰관)가 안심원룸을 인증하고 2년마다 유지관리 여부를 확인한다. 범죄예방시설을 갖춘 원룸을 계속해서 확대 관리함으로써 범죄 취약계층의 침입범죄 예방을 하는 것이다.

부산시 금정구 장전1동 부산대학교 인근 한 원룸에는 방범창과 가스배관 덮개가 없어 주거침입 범죄에 노출됐다.
부산시 금정구 장전1동 인근 신축된지 얼마 안 된 원룸에 설치된 방범창.

현재 시는 부산시 금정구 장전1동 부산대학교 인근 소규모 다세대 주택을 대상으로 참여자를 모집하고 있다. 직접 부산대 인근을 중심으로 형성된 원룸촌을 찾아가보니 상당수가 범죄예방시설이 마련돼 있지 않았다. 창문 바로 아래 설치된 가스배관을 밟고 올라가면 저층부는 쉽게 침입이 가능했다. 게다가 방범창도 없는 원룸도 있어 주거침입 범죄에 노출됐다. 신축된 원룸에는 간혹 방범창이 설치돼 있는 경우가 있었으나 장전1동 일대는 대부분 지어진지 오래된 원룸이었다.

부산경찰청의 범죄예방진단팀이 안심원룸 인증제 시행 원룸을 확인하고 있다. ⓒ부산시
부산경찰청의 범죄예방진단팀이 안심원룸 인증제 시행 원룸을 확인하고 있다. ⓒ부산시

 

부산경찰청의 범죄예방진단팀이 안심원룸 인증제 시행 원룸을 확인하고 있다. ⓒ부산시
부산경찰청의 범죄예방진단팀이 안심원룸 인증제 시행 원룸을 확인하고 있다. ⓒ부산시

방범시설물 설치 완료 후 안심원룸 인증 평가를 통해 안심원룸 인증패를 수여하는데 건물주는 인증패를 건물 홍보에 활용 가능하다. 부산시 도시디자인과 주무관은 “안심원룸 인증을 받으면 건물주가 원룸을 홍보할 때 인증패를 제시해 우리 집은 방범창이 있고 도시가스 배관 침입 방지시설 등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면 입주민의 선택이 쉬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번 사업의 핵심은 범죄예방시설을 완비한 가구 단위가 아닌 주거침입으로부터 안전한 구, 더 넓게는 시를 만드는 것이다. 그래야 주거침입 범죄자로부터 ‘이 지역은 방범이 잘된 곳’이라는 인식이 강해져 실질적으로 범죄가 준다”며 “초기 1세대 셉테드 디자인과는 다르게 2세대는 거주자의 책임감과 지역주민의 참여로 지역사회의 안전망을 강화해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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