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기업설명회 발표자 12명 모두 남성
하이브 이사회 구성원 7인도 전원 남성

 

하이브가 4일 공개한 ‘2021 공동체와 함께 하는 하이브 회사 설명회’ 영상에 등장한 발표자는 모두 남성이었다. ⓒ하이브
하이브가 4일 공개한 ‘2021 공동체와 함께 하는 하이브 회사 설명회’ 영상에 등장한 발표자는 모두 남성이었다. ⓒ하이브

“오늘 #하이브 온라인 브리핑 스피커들. 여성은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다. 2021년이다.”

트위터에서 1만회 이상 공유된 트윗이다. 이 문제를 제기한 외신기자 A씨(@juw*********)는 “문화와 미래를 선도한다는 회사 #하이브에게 여성은 어떤 존재인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방탄소년단(BTS)‧세븐틴‧투모로우바이투게더 등 유명 아티스트의 소속사 하이브가 4일 유튜브 채널을 통해 ‘2021 공동체와 함께 하는 하이브 회사 설명회’(이하 기업설명회) 영상을 공개하자, SNS에 이 같은 반응이 쏟아졌다. 이 기업설명회 영상에는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박지원 CEO를 비롯해 총 12명의 발표자가 등장하는데, 전원 남성이다. 영상을 본 팬들을 중심으로 하이브의 ‘남성 편향’에 대한 지적이 잇따랐다. “전체 소비자의 90%가 여성일 텐데 설명회 스피커에 여자 한 명이 없는 게 말이 되느냐”는 트위터 이용자 피어(@fea*********)의 글은 1900회 넘게 리트윗 됐다.

국가‧산업의 ‘무경계’? 성별 경계는 여전!

하이브는 이날 향후 사업의 비전으로 삼을 키워드로 ‘Boundless(경계 없는)’라는 단어를 꼽았다. △국가와 지역 △산업과 산업 △팬 경험의 현재와 미래 △탄탄한 아티스트 포트폴리오 등 4개 영역에서 ‘경계 없는 확장’을 하겠다는 포부다.

하이브 박지원 CEO는 “음악에 기반하지만 특정 산업 영역에 국한되지 않은 다양한 일들을 준비하면서 한계 없이 상상하고 두려움 없이 나아가는 것이 하이브가 미래를 준비하는 방식”이라고 했다. 방시혁 의장도 “하나의 정해진 방향만이 정답이 될 수 없는 ‘무경계’의 시대엔, 더 많은 협업과 소통이 필요하고, 이럴 때일수록 ‘왜 하는가’에 대한 본질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이브는 국가와 지역, 산업, 현재와 미래까지 전방위에서 ‘경계’를 뛰어넘겠다고 외쳤지만 정작 성별의 경계는 무너뜨리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의 최고의사결정체인 이사회 역시 ‘남성 천하’다. 방시혁 의장, 박지원 CEO, 스쿠터 브라운 하이브 아메리카 CEO 등 사내이사와 김병규‧임수현‧함윤식‧박영호씨 등 사외이사까지 총 7명의 이사 중 여성은 없다.

전체 직원(470명) 중 여성이 59.3%(279명)에 달하지만 여성 임원은 단 3명(15.7%)뿐이다(6월30일 기준). 성별임금격차도 상당하다. 여성 직원 평균 연봉은 4900만원으로 남성(7800만원)의 62% 수준이다.

‘경계 없는 확장’은 성별 다양성 확대부터

하이브는 새 성장동력으로 ‘경계 없는 확장성’을 삼은 만큼 다양성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조직의 성별다양성은 경계 없는 확장의 시작이다. 평등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편견 없는 의사결정과 더 많은 고객의 요구를 반영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서도 성별 다양성은 중요하다. 경제학자 스콧 페이지는 “다양성이 능력보다 중요하다(Diversity trumps ability)”고 강조한 바 있다. 성별다양성은 기업의 재무성과로도 이어진다는 수많은 연구보고서가 있다. 컨설팅 업체 맥킨지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기업 경영진의 성 다양성 수준이 상위 25%인 기업들은 하위 25%인 기업들보다 평균 이상의 수익을 낼 가능성이 25% 높았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이 2018년 7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인종·성별 등 다양성이 높은 기업이 다른 기업보다 혁신에 따른 수익이 19% 더 높았다.   

하이브가 국가의 경계를 없애겠다고 했지만, 지금 이사회 상태라면 미국 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을 지도 모르겠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8월 나스닥 상장 기업 이사진에 성별·인종 다양성을 확보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승인했다. 나스닥 상장 기업은 이사회에 최소 여성 이사 1명과 소수 인종 혹은 성소수자(LGBTQ) 이사 1명을 선임해야 한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도 지난해 다양성을 충족하는 이사, 특히 여성 이사가 없는 기업에 대해선 기업공개(IPO) 업무를 맡지 않겠다고 공표했다. 기업의 성별 다양성은 이미 글로벌 스탠다드다.

한국 기업도 달라지고 있다.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중요성이 커지고, 자본시장법이 개정되면서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인 상장법인은 내년 8월부터 이사회에 여성 등기이사를 최소 1명 이상 임명해야 한다.

하이브가 경계 없는 확장이라는 원대한 목표를 하루빨리 달성하고 싶다면, 조직의 성별 다양성 확대라는 계단부터 올라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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