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 2021 대한민국 성평등 포럼
노동 관련 성 불평등…인권 사각지대 노동 취약계층
남녀 역할 구분하는 노동시장의 구조 등 문제적

여성가족부가 2일 ‘2021 대한민국 성평등 포럼’을 온라인으로 열었다. 토론회 영상 캡처
여성가족부가 2일 ‘2021 대한민국 성평등 포럼’을 온라인으로 열었다. 토론회 영상 캡처

청년들은 노동 성 불평등에 대해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 취약계층, 임신·출산·육아로 인한 여성의 노동시장 이탈, 남녀 역할을 구분하는 노동시장의 비정상적 구조를 문제 원인으로 꼽았다. 노동 전문가는 “일자리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고용시장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성가족부는 지난 2일 ‘2021 대한민국 성평등 포럼’을 온라인으로 열었다. 올해로 두 번째인 이번 포럼은 일(노동), 안전, 디지털 전환 등 사회 각 분야에서 청년들이 직면하고 있는 현실을 살펴보고 이 같은 변화가 성평등 사회 실현에 미칠 수 있는 영향과 대응 방향을 논의하고자 마련됐다. 이날 세션 1에서는 청년들의 일과 삶을 다루었다.

이날 정영애 여가부 장관은 “청년들이 성평등 사회 실현을 위해 서로 소통하고 대안을 고민하는 과정은 우리 사회가 보다 나은 민주사회로 나아가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영상을 통해 “여전히 부족하지만 기업과 공공 분야에서 여성 대표성이 강화되고 있다”며 “경력단절 여성에 대한 지원이 확대되고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도 빠르게 정착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끊임없이 소통하며 연대해 나간다면 기성세대가 풀지 못한 불평등과 불공정 같은 어려운 과제에 대해 (청년들은) 번뜩이는 해법을 분명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박병석 국회의장도 영상 축사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은 여성과 청년에게 가혹하다”며 “청년들은 입시 경쟁, 취업난, 주거난을 겪고 있고 20대 여성 우울감 증가도 심각하다”고 말했다. 박 의장은 “성평등 사회 실현을 위한 실질적인 논의가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여성가족부가 2일 ‘2021 대한민국 성평등 포럼’을 온라인으로 열었다. 토론회 영상 캡처
여성가족부가 2일 ‘2021 대한민국 성평등 포럼’을 온라인으로 열었다. 토론회 영상 캡처
여성가족부가 2일 ‘2021 대한민국 성평등 포럼’을 온라인으로 열었다. 토론회 영상 캡처
여성가족부가 2일 ‘2021 대한민국 성평등 포럼’을 온라인으로 열었다. 토론회 영상 캡처

기조연사로 나선 정현백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국제사회 및 대한민국에서 공정과 포용, 상호 존중의 가치를 바탕으로 성평등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방향을 제시했다. 정 교수는 “여성주의의 전략적 실천이 필요하다”며 “남성이 독점해온 보편성의 의미 구성과 언어를 문제시하고 여성주의 이론이 남성을 향해 좀 더 적극적으로 해방적인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또 “남성 동조자의 참여가 중요하다”며 “다층적 젠더의 가치를 살리면서 진보적 남성들과의 파트너십을 축적해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청년 대표들은 일터에서의 다양성 존중과 소수자의 권리 보장, 노동권리 교육 의무화, 돌봄노동 인식 개선 등을 제안했다. 앞서 지난달 여가부는 대한민국 청년 40여명을 모아 ‘청년들의 일과 삶’을 주제로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박김예림 맹그로브 아티스크 서클 입주작가와 정택희 7년차 직장인은 “코로나 시대 시장 경제에서 노동으로 취급받지 못하지만 필수적인 돌봄노동에 대한 인식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며 “성차 없는 육아휴직도 보장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어 “성별, 임신·출산·육아 휴직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권리 보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발제에서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청년 내에서도 젠더 차원을 보면 여성의 경제 활동 참가율과 고용율은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비구직 니트(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를 뜻하는 신조어), 장기 실업의 여성이 증가했다는 것은 우리 사회 정책이 어디에 포커스 맞춰야 하는 것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청년 연령별로 젠더, 고용형태 구분을 보면 그냥 쉬었다는 청년이 더 많이 증가하고 있고 특히 학교를 떠나서 본격적으로 이행기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중기 여성 청년들이 더 좋지 않은 고용 상황에 놓여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20대 초기 청년이 특히 여성들의 파트타임 노동시장에 내몰려 있는 것도 우리 사회 특징 중 하나”라며 “일자리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고용시장의 질을 높이지 않으면 젠더 격차는 더 많이 발생할 수 있고 청년들의 삶은 나아지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여성가족부가 2일 ‘2021 대한민국 성평등 포럼’을 온라인으로 열었다. 토론회 영상 캡처
여성가족부가 2일 ‘2021 대한민국 성평등 포럼’을 온라인으로 열었다. 토론회 영상 캡처

로미나 보아리니 경제협력개발기구 와이즈(OECD WISE) 센터 디렉터는 여성들은 임금격차 면에서 더욱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미나 보아리니 디렉터는 “여성과 남성을 비교할 때 50세 이후 고용율은 여성이 OECD 평균과 비교할 때 낮다”며 “여성은 주로 비정규직에 있는 것을 알 수 있고 사회 복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여성들이 최대한 사회 복지 개입을 통해 보호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한국의 성평등은 영유아 시기부터 교육에 많은 투자를 해 젠더 관련 고정관념을 타파해야 한다”며 “여성의 기업가 정신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여성의 창업을 지원해야 하고 여성이 중소기업의 생태계에 구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의 여성들은 일도 하고 집에서 아이와 노인을 돌보는 삼중고를 겪고 있어서 사회시스템을 통해 무급의 돌봄 노동이 얼마나 중요한지 인식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토론에서 문유진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대표는 여성들은 노동시장에서 모성 패널티를 겪게 된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한국사회에서 여전히 출산과 육아, 돌봄 책임이 여성에게 지워짐으로 인해 이같은 현상이 발생한다”며 “모성 패널티가 미치는 영향은 단지 유자녀 여성에게만 국한되지 않으며 채용에 있어서부터 승진과 고용유지 등 각종 차별에 노출되는 근거로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금융권 공기업, 동아제약 등에서 발생한 채용상 차별을 언급하며 “노동시장에서의 성차별을 시정할 수 있도록 위법행위에 대한 강경한 대응과 성평등한 노동시장을 위한 제도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채은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성 불평등 노동시장의 형성 원인을 양질의 일자리가 없어서라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취업실패의 원인을 사회 구조가 아닌 사람으로 두며 성별이나 세대가 문제 요인이라고 분석하려는 현상”이라며 “여성의 경제 활동 증가나 정년연장으로 남성 청년의 일자리가 줄어들었다는 주장인데 결론만 봤을 때는 문제의 본질을 보지 못한 분석”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여성과 장년층의 경제활동 증가는 사회가 발전하고 시대가 변하면서 생긴 당연한 변화”라며 “문제의 원인을 정확하게 보지 않았을 때 우리는 사회적으로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코로나19의 직격타가 여성 청년노동자에게 미친 영향에 대해서도 “어쩌다가 여성 청년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은 것이 아니라 애당초 여성 청년노동자들이 일하는 일자리가 불안정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