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신문 33주년에 종로 시대를 열다

 

김효선 여성신문 발행인
김효선 여성신문 발행인

두 가지 중요한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여성신문은 창간 33주년을 맞았다. 늘 여성의 관점으로 세상의 흐름을 정리하려 애써온 입장에서 현재의 뜨거운 대선정국이 영 불편하다. 대통령 선거는 늘 여성정책이 한 단계 발전하는 계기가 되어 왔지만 이번에는 오히려 역주행 경쟁까지 벌이는 모양새를 보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역주행이 여가부 폐지 프레임이다. 얼마전 여성가족부 국감에서 여가부 장관을 상대로 여성 의원들까지 여가부 폐지론을 거론하고 장관이 반성과 개선을 다짐하는 걸 보면서 씁쓸했다. 여가부 폐지론 자체가 성차별적인 프레임 공격이므로 이 단어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여성들에게 불리한 일이다. 논의의 초점을 전환시대의 여가부 역할에 맞춰 미래지향적인 담론에 집중해야 한다.

또 하나의 역주행은 일부 대선 주자들의 ‘젠더갈등’론이다. 성차별을 해소하려는 노력을 ‘갈등 조장’이라 말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성차별이 사회구조적인 문제라는 기본 인식이 없기 때문에 나오는 결과다. 역사의식과 시대정신의 부재에서 나온 막말에 가깝다. 원내 정당 유일의 여성 후보로서 심상정 후보는 이런 수준의 남성 후보들의 젠더의식을 향해 ‘후지다’고 일갈했다(여성신문 1668호).

내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보다 많은 여성들이 기회를 만날 수 있기 때문에 사실 더 중요하다. 여성정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공직선거법과 정당법을 개정해서 여성 후보의 공천을 의무화 하는 등의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26년째 광역자치단체장에 여성이 한 명도 없는 부실한 지방자치는 이제 중단되어야 한다. 여성광역자치단체장 배출을 중요한 목표로 설정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선진국다움’에 대한 질문도 진지하게 던져야 할 때다. 10월26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선진국을 민주주의·인권·평화 같은 인류 보편의 가치를 실현한 나라라고 말했다. 성평등을 중요한 가치로 하는 ‘젠더 민주주의’는 우리사회가 선진국으로 가는 여정에서 최우선 목표가 되어야 한다.

여성운동의 지형도 크게 변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팬데믹의 영향으로 우리 모두의 삶이 변했다. 강남역 사건, N번방 사건, 권력자들의 성범죄와 미투, 페미니즘에 대한 반감의 확산,

20대 남성유권자의 표를 계산한 정치인들의 포퓰리즘 등을 거치면서 여성운동의 주체도 방식도 무한 변신 중이다.

33년이 지나면서 여성신문도 큰 변화를 겪었다. 대표 사업인 여성마라톤대회가 랜선으로 정착했고 양성평등 문화인상 사업의 결실도 ‘여성, 예술을 말하다’라는 책 출간 예정이다. 지면을 통한 여성운동을 내걸고 창간됐지만 지금은 모바일이 훨씬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종합미디어로 바뀌었다. 지금은 종이신문이 짐이라는 사람도 많지만 여성신문은 출발점이었던 종이신문은 디지털화가 진행된 단계에서도 오히려 자산이 될 거라고 믿고 고수하고 있다. 여성신문 TV도 자리잡아가는 중이다. SNS는 물론이다. 여성신문 AI위원회를 3년 전에 만들고 올해는 ‘여성이여, 메타버스 혁명을 주도하라’를 주제로 W-AI포럼을 열고, 메타버스 플랫폼에 접근하고 있다. 일주일에 한번 종이신문만 발간하던 때와 비교하면 다양한 채널로 보다 많은 독자들과 만나는 종합 미디어가 됐다. 종이신문에서 메타버스까지 확장되는 미디어 채널을 소화하기란 쉽지 않지만 여성신문은 전통을 자산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며 변화에 적응해왔다. 여전히 여성신문의 꿈은 진행형이다.

여성신문사의 33주년은 서울 종로구 경운동에서 연다. 7년간의 충정로 시대를 마감하고 새로운 터전을 마련했다. 코로나 이후 삶의 서사 또한 새롭게 여성의 관점을 견지하며 보다 새롭게 풀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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