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성폭력 징역 13년 확정된 조재범
피해자 사적 문자내용 공개 파문
스포츠인권연구소 “의도적 피해자 흠집 내기...
다른 스포츠성폭력 피해자 입 막을 우려 커
언론도 받아쓰기·추측성 보도 멈춰야”

지난해 1월 23일 항소심 공판을 받기 위해 호송차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는 조재범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코치. ⓒ여성신문·뉴시스
2019년 1월 23일 항소심 공판을 받기 위해 호송차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는 조재범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코치. ⓒ여성신문·뉴시스

미성년자를 성폭행해 징역형이 확정된 조재범(40)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코치가 성범죄 혐의와 무관한 피해자의 문자 메시지 내용을 외부에 공개해 파문이 일고 있다. 스포츠단체·정책 관계자, 여성·인권운동 활동가들은 “피해자 흠집 내기를 통한 의도적 보복이자 명백한 2차 가해”라고 비판했다. 

스포츠인권연구소(대표 문경란)는 18일 성명을 내고 “조재범은 즉시 자신이 저지른 중죄를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진지하게 사과하고, 더 이상의 가해를 멈춰라”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사회적 관심이 피고인의 의도적 보복행위에 편승해 유출된 이슈로 전환될 때 이는 피해자에 대한 명백한 명예훼손을 가중한다”며 “또 다른 스포츠 성폭력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막아 스포츠인권 문제를 은폐시킬 위험이 크다는 점에서 결코 용인되어서는 안 될 또 다른 중대한 폭력”이라고 지적했다.

또 언론을 향해 “무분별한 받아쓰기와 추측성 기사의 확산을 통해 범죄자의 저의에 편승하는 기사가 심각한 2차 가해이자 명예훼손임을 직시하고 더 이상의 2차 가해를 멈춰라”고 요청했다.

조재범, 피해자 휴대전화 포렌식 자료 입수해 문자 확보
빙상연맹·대한체육회에 징계 요청
스포츠인권연구소 “불법유출·2차가해 동조 말라”

지난 13일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조 전 코치는 지난 7월과 8월 대한빙상경기연맹과 대한체육회에 자신의 성폭력 피해자인 심석희(24) 선수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대표팀 A코치가 나눈 문자 메시지가 포함된 진정서를 보내고 관련자 조사·징계를 요구했다. 이 메시지 내용이 최근 언론 보도로 알려져 심 선수가 대표팀 동료 최민정, 김아랑 선수 등을 비하하는 등 인성 논란, 평창올림픽 1000m 경기 중 최민정 선수와 고의 충돌 의혹 등이 불거졌다.

조 전 코치는 재판 중 방어권 차원에서 피해자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를 열람, 해당 문자 메시지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불법 유출, 피해자 명예훼손 논란이 일고 있다. 

모두 조 전 코치 본인의 범죄와는 무관한 의혹이기도 하다. 조 전 코치는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강간등치상) 혐의로 기소돼 지난 1월 1심에서 징역 10년6월을, 지난달 항소심에서 징역 13년을 선고받았다. 20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7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제한도 내려졌다. 성범죄와 별개로 심 선수를 상습적으로 폭행한 혐의로도 2019년 1월 징역 1년6개월형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스포츠인권연구소는 대한체육회와 빙상연맹에 “가해자의 불법 유출에 동조하거나 보복성 2차 가해에 편승하지 말라”며 “빙상계 비리를 척결하기 위한 조사와 재발 방지를 위한 방안을 추구하는 방향의 중립적 추가조사”를 촉구했다.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조재범 성폭력 사태 근본 대책 마련 긴급 토론회 ‘왜 체육계 성폭력은 반복되는가?’가 열리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2019년 1월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조재범 성폭력 사태 근본 대책 마련 긴급 토론회 ‘왜 체육계 성폭력은 반복되는가?’가 열리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판결문 유출돼 가해자 측 주장 무분별 확산
피해자 변호인, 2차가해 중단 요청 “피해자 정상적 생활 불가”

한편 조 전 코치에 대한 원심 판결문이 최근 모 판결문 검색 사이트를 통해 온라인 공개돼, 가해자 측 주장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일부 언론 보도를 통해 확산되기도 했다. 

심 선수 법률 대리인인 조은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15일 입장문을 내고 “최근 조 전 코치 변호인이 피고인 입장에서 작성한 변호인 의견서를 기초로 피해자에 대한 언론 보도가 이뤄지고 있는데 이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제24조(피해자의 신원과 사생활 비밀 누설 금지) 등을 위반하는 범죄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는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고 있다”며 “아직 20대 초반에 불과한 성폭력 피해 여성이 혼자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고 호소했다. 또 “대리인으로서 이미 발생한 피해에 대해 여러 가지 법적 조치를 취할 수도 있겠으나 이 역시 심 선수에게 또 다른 고통을 주게 될까 우려된다”며 “앞으로는 심 선수에 대한 2차 피해가 없도록 신중한 보도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