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한국여성민우회는 지난 13일 ‘위안부’소재 누드 동영상과 화보를 촬영한 탤런트 이승연(36)씨, (주)로토토와 (주)네띠앙엔터테인먼트, (주)시스윌을 상대로 “사진·동영상 인터넷 서비스 제공금지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했다.

네띠앙엔터테인먼트와 로토토는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통해 ‘종군 위안부’라는 주제로 이승연씨의 누드사진 및 누드동영상을 촬영했으며, 이후 이 사진 및 동영상을 시스윌 모바일 업체를 통해 3월 1일부터 유료 서비스함과 동시에 누드 화보집으로 발간할 것이라 밝힌바 있다.

함께 가처분 신청을 낸 ‘위안부’황모(85)씨는 신청서에서 “일본군 ‘위안부’를 테마로 누드제작을 한 것은 이씨의 벗은 몸을 통해 정신대 피해자들의 벗겨진 몸을 연상하게 하려는 반인륜적 동기에 기인한 것으로, 이는‘위안부’여성들이 가장 기억하기 싫은 고통스러운 장면을 가장 노골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라 지적했다. 또한 “일본군 ‘위안부’할머니들과 함께 정신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온 정대협, 한국여성민우회 등의 여성단체에도 심대한 정신적인 손해를 입히고 명예를 훼손”한 것이라며 강력히 대응할 뜻을 밝혔다.

가처분 신청서를 낸 지난 13일 서울지법에서 만난 ‘위안부’여성 황모씨는 아직도 충격이 가시지 않은 듯 격앙된 어조로 “가슴이 떨려서 말을 못 하겠다. TV에서 사진을 보고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너무 분해 잠도 못 잤다”면서 “이씨를 만나면 때리고 싶도록 밉다. 여러 할머니들과 정대협에 어떻게 해서 그런 일을 하게 됐는지 말해야 한다. 그렇게 잘 났으면 수요시위를 하는 12년 동안은 뭐했나. 아무리 돈을 벌고 싶어도 이런 일을 하면 안 된다. 우리를 어떻게 안 건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네띠앙측은 사전에 ‘위안부’관련 영상을 찍는다는 명분으로 정대협측에 자료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누드 촬영 사실을 공개하며 기자회견을 하기에 앞서 뒤늦게 영상물의 정체를 알게된 정대협측은 즉각 반대 의사를 밝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티앙측은 누드 사진집과 동영상 서비스를 강행할 뜻을 밝혔다.

정대협의 윤미향 사무총장은 “‘위안부’를 소재로 한 누드 촬영은 다시 한번 할머니들을 모독하고 상처 주는 것이다. 완전히 중단하고 사죄해야 한다. 동영상 서비스를 강행할 경우 어떤 합법적인 대응도 불사할 것”이라 말했다. 또한 윤 사무총장은 이씨에 대해 “자신의 몸을 상품화한다는 것이 다른 여성에게 아픔과 상처를 주는 일임을 알아야 한다”면서 “‘위안부’문제에 관심이 있으면 여성 연예인으로서 한 마디 하던지, 수요 시위에 나와 일본 정부를 향해 주먹을 뻗어라”고 강조했다.

정대협 신혜수 상임대표는 “할머니와 민족과 인권 유린의 과거를 포장하지 말아라. 가엾고 한심스럽다”면서 “돈벌이하는데도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예의가 있다”고 개탄했다. 한국여성민우회의 강혜란 사무국장 또한 “‘위안부’문제를 누드의 소재로 삼는 것은 성폭력이 엄연한 폭력임에도 불구하고 성에만 방점이 찍혀 폭력은 간과되는 우리 사회의 문화를 여실히 보여주는 예”라고 꼬집었다.

정대협과 민우회측은 네티앙 등이 누드 동영상 서비스 판매를 중단하지 않는 이상 합의는 불가하며 이들이 입힌 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 배상을 곧 청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씨의 누드에 대한 네티즌들의 분노 또한 거세 다음에 생긴 ‘안티 리’까페에는 이씨의 행동을 비난하는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임인숙 isim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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