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해외서 수천억 디지털세
OECD, 2023년 시행 합의...2030년부터 확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 스틸컷. ⓒ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 한국에 고정사업장이 없는 거대 IT 기업들도 2023년부터 한국에서 디지털세를 내야 한다 ⓒ넷플릭스

구글·애플·넷플릭스 등 세계적인 정보기술(IT) 대기업을 겨냥한 '디지털세'가 2023년부터 도입된다. 한국에서 큰돈을 버는데도 충분히 과세하지 못했던 거대 디지털 기업에 한국 정부가 세금을 매길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과세 대상에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도 포함될 것으로 보여 해외에서 수천억원의 세금을 내야한다.

△ OECD 디지털세 최종합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주요 20개국(G20) 포괄적이행체계(IF)는 지난 8일(현지시각) 총회를 열고 디지털세 최종합의문을 발표했다. 

디지털세는 다국적기업이 매출 발생국에 세금을 내도록 과세권을 배분하는 '필라1'과 다국적기업에 글로벌 최저한세율을 적용하는 '필라2'로 구성된다. 

필라1 적용 기업은 2023년부터 글로벌 합산 매출 가운데 통상이익률(10%)을 초과하는 이익의 25%에 대한 세금을 각 시장 소재국(매출 발생국)에 내도록 합의했다.

디지털세가 채굴업과 일부 금융업을 제외한 모든 업종에 적용되는 것으로 결정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2023년부터 당장 영향권에 들게 됐다. 국내 기업들이 외국에 내는 디지털세는 매년 수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번 총회에서는 2023년부터 연결매출액 7억5000만유로(1조원) 이상 다국적기업에 15%의 글로벌 최저한세를 적용하는 필라2에 대한 최종 합의도 이뤄졌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디지털세 최종 합의에 따라 대상 기업은 2023년부터 초과이익의 25%에 대한 법인세를 시장소재국(매출발생국)에 납부해야 한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가 1호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이며 SK하이닉스도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 고정사업장 없어도 25% 과세권 부여

기업 초과이익 중 25%는 해당 국가 시장이 기여해 창출한 것으로 보고 고정 사업장이 없어도 시장소재국에 과세권을 배분하기로 합의했다. 

논의에 참여한 140개국 중 상당수가 과세권을 배분받는 국가다 보니 배분율 30%를 주장하는 국가가 많았지만, 한국을 포함한 선진국이 20% 비율을 지지하는 입장을 반영해 절충안인 25%로 결정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매출액 236조8060억원과 영업이익 35조9930억원을 기록했다. 합의안에 따라 삼성전자 통상이익은 매출액의 10%인 23조6806억원이 되고, 영업이익에서 통상이익을 뺀 초과이익은 12조3130억여 원이 된다. 삼성전자는 2조5960억원이 최종적으로 디지털세 대상 매출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에 디지털세를 내는 만큼 국내 법인세에서 공제받을 수 있기 때문에 기업 세부담에 큰 변화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최근 오징어 게임 등 K콘텐츠로 전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킨 넷플릭스가 지난해 국내에서 올린 매출은 4154억원에 달했지만 이 가운데 77%인 3204억원을 넷플릭스 본사에 수수료 명목으로 지급하고 한국에 낸 법인세는 21억여 원에 불과했다. 국세청이 뒤늦게 세무조사를 벌여 세금 800억원을 추징했지만 넷플릭스 측은 불복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디지털세 시행으로 구글과 넷플릭스 등 그간 조세회피 논란이 제기된 다국적기업에 대해 한국 정부의 과세권 확보가 쉬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2030년부터는 디지털세 적용을 받는 매출액 기준이 현재 200억유로에서 100억유로로 낮아져 적용 기업이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기준 완화에 따라 디지털세 대상 국내 기업이 3~5개 정도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참여국은 디지털세 도입·확대 적용 과정에서 중복 과세가 발생하지 않도록 별도 장치 마련에 합의했다.

산업계는 디지털세 합의에 대해 세계적인 정보기술(IT) 기업의 국가 간 과세권 문제나 조세회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한국 수출 기업이 포함된 점은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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