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 의장에 도의원 혐오발언 재발방지 대책 마련 촉구

국민의힘 소속 강충룡 제주도의원. ⓒ제주도의회
국민의힘 소속 강충룡 제주도의원. ⓒ제주도의회

국민의힘 소속 강충룡 제주도의원이 지난해 의회 공개석상에서 “동성애자 싫어한다” 등 발언을 해 인권단체의 비난을 받았다. 국가인권위원회는 6일 이러한 지역 정치인의 혐오발언이 “지역 내 성소수자 혐오와 관련한 집단적 행동을 부추겨 성소수자 증오범죄로까지 확산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또 좌남수 제주도의회 의장에게 향후 소속 도의원이 성소수자 혐오표현을 하지 않도록 주의를 촉구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강 의원의 혐오발언은 2020년 12월 23일 제주도의회 제390회 임시회 2차 본회의 도중 나왔다. 그는 차별 금지사유에 ‘성적지향’을 포함한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학생인권 조례안에 반대한다며 “저는 동성애, 동성애자 싫어합니다”, “우리 자식들에게 동성애가 괜찮다, 정상적이다, 문제가 없다는 것을 계속적으로 학습하고 이해시키는 것에 대하여 납득할 수가 없습니다. 그것은 동성애를 권장하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해 파문이 일었다.

제주여민회 등으로 구성된 제주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강 의원의 발언이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편견을 조장했다며 1월 12일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들은 “도의원 중 누구도 이 발언을 제지하지 않았다”며 좌남수 제주도의장,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등에 대해서도 진정했다. 또 “이 사건에 대한 도의회 차원의 대도민 공식 사과와 제주도의회 도의원 전원을 대상으로 한 성평등인권교육 시행,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권고해 줄 것을 인권위에 요구한다”고 밝혔다.

비난이 거세지자 강 의원은 1월 18일 입장문을 발표했다. “우리 사회에서 성소수자분들이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결코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유아·청소년기에 동성애가 확대될 수 있는 조건이나 환경을 법·제도적으로 조성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제주여민회 등으로 구성된 제주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강충룡 제주도의원의 발언이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편견을 조장했다며 1월 12일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제주여민회 페이스북 캡처
제주여민회 등으로 구성된 제주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강충룡 제주도의원의 발언이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편견을 조장했다며 1월 12일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제주여민회 페이스북 캡처

인권위는 강 의원의 행위로 인해 특정인을 우대・배제・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등 구체적인 피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려워, 인권위법에 따른 인권위 조사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각하했다. 다만 강 의원의 발언이 혐오표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별도로 조사했다.

인권위는 9월 2일 차별시정위원회를 열고 “강 의원의 발언이 성소수자 집단을 비정상적이고 일탈적인 존재로 규정하는 혐오표현으로, 성소수자 집단 구성원들에게 위축감, 공포감, 좌절감을 야기할 뿐 아니라, 그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키는 등 사회에 미치는 해악의 정도가 매우 크다”고 판단했다.

또 “강 의원의 발언은 동성애자들의 성적지향이 개인의 정체성과 분리할 수 없는 인격적 요소임을 부정하고, 환경에 따라 억제될 수 있는 가변적 요소로 표현한 것으로,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고착화시킬 뿐 아니라, 교육공동체 내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 성소수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부정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강 의원이 지역주민을 대표하는 지방의원임을 감안할 때, 이 같은 혐오표현은 그 지역 사회에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편견이 용인되는 것으로 인식시키고 성소수자 혐오와 관련한 집단적 행동을 부추기는 것으로, 성소수자에 대한 증오범죄로까지 확산될 우려가 있다”고 꼬집었다.

여성신문은 제주도의회 측에 재발방지 대책 마련 여부를 질의했으나 내부 파악 및 논의 중이라는 답변만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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