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워킹맘이 출근 전 아이를 어린이집에 등원 시키고 있다. ⓒ이정실 사진기자
한 여성이 자녀를 어린이집에 등원 시키는 모습. ⓒ여성신문

남양유업 회장의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남양유업이 육아휴직 후 복귀한 여성의 퇴사를 압박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직원은 2015년 육아휴직을 갔다가 회사의 통보도 받지 못한 채 보직해임됐고 복직 후에는 택배실과 탕비실 사이에 둔 책상에서 단순 업무를 했다고 한다.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냈는데 회사가 고양 물류센터로, 천안 물류창고로 발령을 냈다. 천안까지는 집에서 출퇴근 5시간 거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직원은 자신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녀에게 박수를 보낸다. 사실 이렇게 자신의 노동권을 위해 버텨낸다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2년 전 대기업에 다니던 지인은 육아휴직 후 복직을 앞두고 고민하다 일을 그만뒀다. 복직을 발령받은 부서는 회사에서 내보내고 싶어 하는 사람들로만 구성된 곳으로 매일 모욕을 견뎌야하는 곳이라고 했다. 복직하려고 한 지인을 오히려 회사 동료들이 말렸다고 할 정도였다. 이처럼 여성들의 고용단절에는 복직 후 겪는 다양한 정글 스토리가 있다.

저출생 문제가 심각한 한국에서 다양한 저출생 정책이 제시된다. 그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육아휴직이다. 아이를 낳고도 고용단절을 겪지 않으면서 일할 수 있어야 여성들이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모두 인지하고 있는 듯하다. 육아휴직을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들이 마련되고 남성육아휴직촉진책도 제시되고 있다. 현재 육아휴직과 관련해서는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등 고용이 안정적인 곳과 그렇지 않은 곳간에 격차가 큰 것이 문제로 바로 육아휴직 사각지대 해소가 주요한 과제이다. 그런데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고 복직도 보장된다고 생각해온 1천인 이상 사업장인 남양유업, 그 이상 규모인 대기업에서 들리는 육아휴직에 대한 이야기는 흉흉하기 그지없다. 과연 여성들이 고용단절을 겪으며 일을 지속하지 못하는 문제가 육아휴직 때문일까? 내년 대선을 앞두고 예비 후보자들은 여성노동 및 저출산 정책과 관련해 ‘육아휴직’만 부르짖고 있다. 마치 육아휴직이 여성/성평등 정책의 깔때기와 같아져 버렸다. 최근에는 육아휴직 3년이 주요 공약으로 나오고 있다. 문제는 육아휴직을 더 길게 가지 못해서 여성들이 고용단절을 겪거나 직장에서 주변화되는 게 아니란 점이다.

지금 육아휴직은 사용가능 여부나 사용기간이 문제의 핵심이 아니다. 더 이상 육아휴직은 고용주의 허가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본질은 복직이다. 여전히 많은 경우 육아휴직 사용후 복직하지 못하거나 복직했다가 일생활균형의 어려움으로 조직안에서 주변화되거나 일을 그만둔다. 물론 그 가운데도 육아휴직 전후 크게 달라지지 않은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이들도 소수 있다. 현재 우리가 풀어야할 주요 과제는 직장이 육아휴직을 다녀온, 육아휴직 후 일생활균형을 해야 하는 직원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느냐이다. 돌봄책임을 가진 이들이 부담되는 인력이나 헌신하지 않는 인력으로 부정적으로 인식되지 않고 온전한 노동자로 인정받아야 한다.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조직이 성평등하게 바뀌어야 한다.

성평등한 조직 만들기와 관련해 우리보다 먼저 이 문제에 주력하고 있는 호주는 2012년 직장 성평등법(Workplace Gender Equality Act)을 만든 후 직장성평등기관(Workplace Gender Equality Agency)을 설립해 민간사업장을 대상으로 성별에 관계없이 직장 안에서 동등한 기회, 자원, 보상에 접근하고 누릴 수 있도록 직장에서의 성평등을 증진하고 개선해내고 있다. 직장성평등기관은 다음의 4가지 주요한 목표를 갖고 있다.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지급, 직장에서 여성의 완전하고 동등한 참여를 가로막는 장벽 제거, 성별에 관계없이 리더십 역할을 포함해 모든 직업과 산업에 대한 접근, 가족 및 돌봄 책임 관련한 성별에 따른 차별 철폐를 목적으로 한다. 우리나라도 남녀고용평등법이 있고 공공부문에서는 성평등한 조직문화 조성을 위해 지방자치단체 정부합동평가 지표에 ‘성평등 조직문화 지표’를 신설하고 양성평등조직혁신추진단을 출범시켜 조직문화 컨설팅을 하고 있다. 그리고 공공부문에 한하지 않고 민간사업장을 대상으로 하는 직장을 성평등한 조직으로 변화시켜내기 위한 보다 강력한 의지와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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