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치러질 17대 총선을 앞두고 여성 정치참여 확대를 위한 논의가 무성하다. 북유럽의 경우 여성의원의 비율이 40%인 현실을 감안하면, 여성국회의원의 수가 5.9%에 불과한 한국사회에서 여성들의 국회 입성은 남성주도의 입법부를 변화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한편으로 여성들의 정치가 국회에 진입해야만 비로소 '시작'할 수 있다는

인상은 사우나 정치에도 목숨을 걸고있는 나에게 약간 서운한 표현임에 틀림없다.

나는 컨디션이 좀 안 좋다 싶을 때면 목욕도구를 챙겨서 동네 상가건물 지하에 대중목욕탕으로 달려간다. 그곳은 약간 작다 싶을 정도로 아담하면서도 3개의 다양한 사우나 시설이 갖춰져 있다. 내가 사우나를 즐겨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그곳에서는 아줌마들이 기운 펄펄 나게 하는 사우나 정치를 펼치기 때문이다.

여성사우나는 여성들만으로 채워진다는 점에서 어쩌면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여성들만의 공간이다. 내가 사우나로 들어서면 사우나 단골 아줌마들은 활짝 웃으며 나를 반겨 준다.

“오랜 만이네”서부터 시작해서 “살이 빠진 것 같다, 찐 것 같다”는 대화로 안부인사를 나누고 나서 뜨거운 사우나로 들어가면 아줌마들은 벌써부터 땀 뻘뻘 흘리며 앉아서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요즘 세태이기도 하지만 며느리 욕하는 시어머니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결혼 안 한 아들만 있는 엄마들이 “요즘 여자아이들” 타령을 시작하기라도 할 것 같으면

다른 아주머니들의 재치 있는 반격이 시작된다. 나는 웬만한 여성학 강사 뺨치는 아줌마들의 번뜩이는 재치와 분석력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사우나에서 나눈 아줌마들과의 수다 속에서 나는 일주일을 견딜 기운과 자매애로 충만해진다.

사우나를 마치고 목욕탕을 나서려고 하면 어느새 “등도 안 밀고 어딜 나가려고 그래?”라며 한 아줌마가 어느새 내 등을 밀어 주고 있다.

여성들의 정치는 소위 '공적인 영역'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동네 사우나는 여성들의 훌륭한 정치공간이다. 여성들은 동네 목욕탕에서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고 고민상담도 하며 가부장제 사회에 맞설 여성들만의 힘을 키워간다. 그러한 세력화와 힘은 남성들이 주도하고 있는 가족, 사회와 국가를 변화시킬 수 있는 거대한 잠재력이다. 어쨌거나 여성들의 정치는 오래 전에 시작되었다.

조주은/ 고려대학교 보건대학 여성학 강사

sumatriptan patch http://sumatriptannow.com/patch sumatriptan patch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