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대선이 이제 6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여야 모두 대선 후보 선정을 위한 경선 열기로 뜨겁다. 더불어민주당은 최대 승부처인 호남 경선(9월 25~26일)에서 이재명 후보가 이낙연 후보에게 판정승을 거두면서 ‘이재명 대세론’이 더 탄력을 받게 됐다. 이재명 후보는 누적 득표율 53.0%로 과반을 지킨 반면, 이낙연 후보의 누적 득표율은 34.5%에 그쳤다. 그동안 호남에서 승리한 후보가 민주당 최종 후보가 된 걸 감안하면 이재명 후보가 결선 투표 없이 본선으로 직행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10월 10일 그 윤곽이 드러난다.

한편, 국민의힘은 경선 후보를 8명으로 압축한 후 후보 간 TV 토론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11월8일 4명으로 후보를 압축(2차 컷 오프)한 직후 매주 월·수요일은 지역별 토론회를, 매주 금요일은 1대1 맞수토론을 진행할 예정이다. 국민의힘 최종 대선 후보는 오는 11월 5일 전당대회에서 선출된다.

후보 결정 시 참고 1위 TV 토론

2017년 대선직후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가 실시한 유권자 의식 조사에 따르면, 국민 2명 중 한 명(50.4%)이 TV 토론을 시청했다고 밝혔다. 한국갤럽의 2017년 대선 사후 조사 결과, 투표 후보 결정 시 참고 매체로 ‘TV 토론’이 차지하는 비중이 59%로 가장 높았다. 여성(61%)이 남성(57%)보다 그 비중이 약간 높았다. 지난 9월 23일 국민의힘 2차 대선경선 TV 토론회에서 유승민 전 의원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향해 자신의 공약을 베꼈다고 맹비난했다. 윤석열 전 총장은 지난 9월 22일 병영문화 개선 및 보상대책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현역병 국민연금 가입 기간 연장(현행 6개월→18개월) 및 소급 적용, 군필자 부동산 청약 시 5점 가점 부여 등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유 전 의원은 지난 7월 5일 ‘한국형 G.I.Bill'을 도입하겠다고 공약하면서 군 복무를 마친 청년에게 주택 청약 시 가점 5점을 부여하겠다는 내용을 포함시킨 바 있다. 이에 대해 윤석열 캠프 측은 “정책이랑 공약에는 저작권이 없다”고 주장했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승리한 이명박 후보는 “박근혜 후보와 동반자적 관계를 만들겠다”면서 그의 ‘줄푸세’(세금을 줄이고 규제를 풀고 법을 바로 세운다) 공약을 받아들였다. 이와 같이 경선이 끝난 후에 ‘원팀 정신’을 살려 경쟁자의 핵심 공약을 받아들이는 것은 바람직한 것이다. 하지만 경선 과정에서는 다른 후보와 차별성이 있는 공약을 제시하는 것이 정도다.

‘군 복무자 청약 가산점 부여’ 논란

공약 표절 여부를 넘어 윤석열·유승민 두 후보에게 묻는다. ‘군 복무자 청약 가산점 부여’는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판결한 군 가산점 제도와 어떻게 다른가? 헌법 재판소 재판부는 지난 1999년 12월 “헌법이 국방의 의무를 국민에게 부과하고 있는 이상 의무를 이행했다고 해서 특별한 희생으로 보고 일일이 보상해야 한다고 할 수 없어 군 가산점제에 헌법상 근거가 없다”며 위헌 결정했다. 윤 전 총장은 “군 경력 인정과 가산점하고는 다르다”라고 거리를 뒀다. 그는 “직장을 얻을 때 채용과정에서는 가산점을 안 주고, 그 후에 임금과 처우를 (결정)할 때 군 경력을 인정해주자는 것”이라고 했다. “군 생활도 하나의 직장으로 보고, 청약 점수를 계산하는 데 포함시킨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과연 군 복무를 직장으로 볼 수 있나? 더구나, 군 복무자 청약 가산점이 “실질적으로 성별에 따른 차별을 불러 올뿐 아니라 병역을 면제받거나 보충역으로 복무한 남성을 차별하게 된다”는 헌재 판결을 피해갈 수 있는가?

군 복무자에 대해 사회 정책적 지원은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사회공동체의 다른 집단에게 동등하게 보장돼야 할 기회를 박탈해서는 안 된다. 그런 의미에서 대선에서 특정 집단의 표만을 의식한 인기영합의 공약은 모두 허구다. 모든 대선 후보들은 “군가산점제가 우리 법 체계 내에 확고히 정립된 ‘여성과 장애인에 대한 차별금지와 보호’라는 기본질서에도 저촉돼 정책수단으로서의 적합성과 합리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헌재의 판결을 무겁게 받아들어야 할 것이다. 단언컨대, 헌법 가치를 훼손하고 왜곡하는 어떠한 공약도 결코 보편적인 지지를 받을 수 없다. 

©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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