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영의 영상 뽀개기] 아버지의 성을 버린 여성과 여성연대 ‘오징어 게임’
[김은영의 영상 뽀개기] 아버지의 성을 버린 여성과 여성연대 ‘오징어 게임’
  • 김은영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연구소 연구위원
  • 승인 2021.09.28 16:08
  • 수정 2021-09-28 18: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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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돼 있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넷플릭스

드라마나 영화가 선보이고 호평만 받으면 좋으련만 사실 호평 일색인 작품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처럼 호평과 혹평이 난무하는 작품도 흔치 않을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처음 공개되던 날 이후 시작된 혹평은 어느새 미국을 비롯한 해외에서의 높은 인기를 바탕으로 인기 요인을 분석하는 글들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징어 게임>에 대한 나쁜 평가에는 젠더 감수성이 부족한 여러 설정들도 한 몫 했다. ‘한미녀(김주령 분)’라는 캐릭터가 보여주는 살아남기 위해 몸을 이용하고 배신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왜곡된 여성 캐릭터의 등장, 살려달라고 무릎 꿇고 애원하는 다수의 여성참가들, 여성들의 몸을 전시하는 설정은 대중문화가 여성과 여성의 몸을 도구화하는 전형적인 모습이다.

여성 도구화하는 낮은 젠더 감수성

하지만 드라마 보여주는 현실 속 약자로서의 여성의 위치와 여성간의 연대를 보여주는 장면들은 의미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선 여성들은 힘을 겨루는 게임에서 쓸모없는 존재로 인식되면서 당연하게 버림을 받는다. 줄다리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여성들은 팀원 선정 과정에서 우선적으로 노인과 함께 배제 당한다. 이러한 상황은 6회에서도 반복되는데, 깐부 게임을 위해 두 명이 팀을 구성하는 상황에서 그 누구도 여성인 한미녀, 강새벽(정호연 분), 지영(이유미)이와는 팀을 하려하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배신을 일삼은 한미녀는 끝까지 외면당하고, 강새벽과 지영은 어쩔 수 없이 팀을 결성하게 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여성들과 팀을 하고 싶지 않은 남자들의 속마음이 게임 참가자들의 입을 통해 여실하게 드러난다. 아담의 갈비뼈로 만든 여성은 남성과 역할과 쓰임이 다르다는 것이다. 변하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 만연한 남자보다 열등한 존재로서의 여성, 엄연히 성별에 따른 역할 구분이 있다는 이분법적인 잘못된 믿음을 보여준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예고편 캡쳐. ⓒ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예고편 캡쳐. ⓒ넷플릭스

죽음의 문턱에서 만난 새벽, 지영

남성과 연대를 하지 못한 여성들은 결국 여성들끼리 팀을 맺는다. 그런데 깐부 게임의 반전은 둘이 힘을 합하는 것이 아니라, 둘이 경쟁하는 게임이라는 것이다. 이때 협력의 대상이었던 상대방은 이제 죽여야 하는 적대자로 돌변한다. 다른 참가자들이 대결의 과정에서 이성을 잃고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할 때, 새벽과 지영은 전혀 다른 선택을 한다. 나머지 시간은 이야기를 하고 단 한 번의 게임으로 승자와 패자를 결정하기로 한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둘만의 대화의 시간, 그들은 먼저 서로의 이름을 알려준다. 이렇듯 신뢰와 연대의 첫 걸음은 통성명을 나누며 시작된다. 그렇게 물꼬를 튼 대화는 주어진 짧은 시간 속에 둘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서로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 놓는다. 어차피 둘 중 하나는 죽는다는 사실이 각자 사연을 꺼내는 안전장치가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탈북민으로서 가족의 재결합이 꿈인 새벽의 사연도 안타깝지만, 아버지의 가정폭력과 성폭력에 의해 힘든 삶을 살았던 지영의 상황은 가정폭력이 야기하는 비극적인 상황을 보여준다. 즉, 문제 소녀로 보였던 그녀가 실은 가정폭력과 성폭력 범죄의 피해자이자 아버지를 죽인 가해자라는 것이다. 하지만 교도소에서 출소한 그녀를 맞이한 사람이 오징어 게임 관계자라는 것은 그녀 곁에 아무도 없었다는 것을 암시한다. 세상은, 그리고 그녀의 친척을 비롯한 주변인들은 피해자인 그녀를 친부를 죽인 가해자로만 기억할 뿐인 것이다. 이러한 세상의 불의에 지영은 단지 ‘지영’이라는 이름만으로 자신을 소개하면서 스스로 아버지의 성을 지워버리고 이전 관계들을 끊어버린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둘 중의 하나는 죽어야만 하는 상황에서 가족이 있는, 살아야할 이유가 있는 새벽을 위해 지영은 스스로 패자가 된다. 죽음을 맞이하는 비극적인 결말은 다른 참가자들과 동일하지만 그 과정은 두 여성의 연대를 통해 이루어진다.

가정폭력 피해자로서의 아동

종종 뉴스에 대한 실제 사건보다 드라마에 나온 극화된 짧은 장면이 울림을 주는 경우가 있다. <오징어 게임>에 대한 호불호 속에, 여성 등장인물들이 처한 상황은 현실 속 여성의 연약한 위치를 보여준다. 그리고 새벽과 지영의 연대는 아름답게 그려지지만, 연대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지영의 사연은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보도가 빈번하게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생각할 것들을 던져준다. 가정폭력 피해자인 아동들이 살아갈 삶이 어떨지, 반복되고 심화되는 가정폭력에서 이들이 살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기 전에 적절한 개입 시점과 방안들에 대한 고민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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