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울해의 양성평등문화상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콘텐츠
영화 ‘벌새’

‘벌새’를 보고 난 관객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마치 나의 과거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는 평을 남겼다. ⓒ엣나인필름
‘벌새’를 보고 난 관객들은 SNS에 “내 상처에 언어가 생긴 것 같다”는 평을 남겼다. ⓒ엣나인필름

2019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과 함께 전 세계 영화계가 주목한 우리나라 영화가 또 있었다. 베를린국제영화제, BFI런던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등 국내외 영화제에서 60관왕의 수상을 기록하며 한국 독립영화의 역사를 새로 쓴 ‘벌새’가 그 주인공이다. 

‘벌새’는 성수대교 붕괴사고가 일어난 1994년을 배경으로, 중학생 은희의 보편적이지만 찬란한 이야기를 담았다. 폭력과 억압, 불안으로 마음 둘 곳 없이 살아가던 은희는 한문 강사 영지를 만나며 크고 작은 상처를 치유해나간다. 관객들은 “‘벌새’는 내 영화다”, “내 상처에 언어가 생긴 것 같다”는 평을 쏟아냈다. 김보라 감독은 “‘벌새’의 흥행은 기적 같은 일이었다”면서 “가장 구체적일수록, 그것은 가장 보편적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영화 '벌새' 김보라 감독 ⓒ여성신문
영화 '벌새' 김보라 감독 ⓒ여성신문

무엇보다 ‘벌새’는 여성의 서사를 잘 풀어냈다는 평을 받았다. 심사위원단은 “가부장제의 폭력성과 여성들 사이의 연대를 다룬 콘텐츠로 전 세계적인 성공을 거둬 우리 사회 여성인권 신장과 성평등인식 제고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했다.

“30대 때 하고 싶었던 일 중 하나가 세상을 바꾸는 활동가였어요. 20대 때는 페미니즘 단체에 있었고, 미국에 있을 때는 시위에도 많이 참여했죠. 귀국해서는 영화 준비 등으로 예전처럼 그러지 못해 늘 부채감이 있었는데, 성평등에 기여했다는 상을 받아 뿌듯합니다. ‘집회에 나가고 활동가로 나서지 않더라도 영화로 말할 수도 있겠구나’ 싶었어요.”

김 감독은 현재 차기작 ‘스펙트럼’ 준비에 한창이다. ‘스펙트럼’은 외계생명체와 인간의 감각과 언어, 소통을 담은 SF영화로 알려졌다. 김 감독은 “스스로 정말 ‘다 했다’라고 느낄 때까지 시나리오를 고쳐야 하는 단계가 남아 있다”면서 “‘벌새’의 시나리오를 쓰고 어느 순간 울었던 기억이 있는데, ‘스펙트럼’도 내 안의 뭔가가 일어나는 그 순간까지 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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