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카페 3만8000여곳·편의점 1000개
기업부터 직장인·프리랜서까지 뛰어들어
창업자들 “무인점포는 단순한 유행 아냐
인건비 상승·비대면 확대·4차산업혁명 영향으로 더 늘 것”

무인점포 전성시대다. 사진은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무인문구점 ‘문구야놀자’, 무인카페 ‘데이롱’, 무인펫용품점 ‘펫그로서리’, 무인식당 ‘출출키친’이다. ⓒ여성신문·데이롱·풀무원

무인점포 전성시대다.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한 인건비 절감,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서비스 수요 증가가 배경이다. 무인점포는 인력이 필요 없다는 점에서 직장인의 창업 아이템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식당, 카페, 아이스크림 매장, 세탁소, 스터디카페, 문구점, 펫용품점까지. 종류도 무궁무진하다. 창업자들은 “무인점포는 반짝 뜨고 사라질 유행이 아니다. AI나 키오스크, 기계 등이 사람을 대신하는 큰 흐름 속에서 무인점포의 수요는 더욱 확대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식당·카페만 3만여곳…기업도 직장인도 무인점포 연다

풀무원의 무인식당 ‘출출키친’ ⓒ풀무원

종류별로는 식당·카페가 많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9년 기준 음식과 커피 등 유통기한 한 달 이내 식품을 자동으로 판매하는 국내 업소가 3만8472곳이라고 밝혔다. 무인편의점 수도 1000여곳에 달한다. 7월 기준 △GS25 430개 △CU 280개 △이마트24 150개 △세븐일레븐에서 130개의 무인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종합식품기업 (주)풀무원은 2020년 12월부터 무인식당인 ‘출출키친’을 선보였다. 출출키친은 건강 도시락, 김밥, 샌드위치 등을 파는 냉장 자동판매기 ‘출출박스’가 설치된 무인식당이다. 출출키친은 대기업 스마트오피스, 병원 등에 입점해있으며, 현재 40여개의 출출박스가 운영되고 있다.

남정민 (주)풀무원식품 언택트 비즈니스 사업부장은 “식음료 무인 판매 플랫폼인 ‘출출박스’를 공간의 특성을 살려 운영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비대면 서비스로 발전시켜가고 있다”면서 “코로나 이후 ‘출출박스’를 ‘출출키친’으로 확장했다”고 밝혔다.

무인카페 데이롱의 커피머신(왼쪽)과 매장 모습. ⓒ데이롱

건설사에 다니면서 무인카페를 운영하던 이동건(35) 대표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무인카페 프랜차이즈 ‘데이롱’을 설립했다. ‘데이롱’은 창업 한 달여 만에 10개 지점과 계약했을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이 대표는 “회사에 다니면서 운영할 수 있어 무인카페를 선택했다. 하루에 1~2시간 정도 원두와 일회용 컵 등을 채워 넣고 매장을 청소하면 되는데 월 270~280만원 정도의 수익을 올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인카페가 잘 되는 이유는 소비자에게도 이득이기 때문이다. 스타벅스 등 브랜드 커피를 마시려면, 브랜드값과 인건비가 포함된 가격을 내야 한다. 무인카페에선 같은 품질의 원두를 사용한 커피를 훨씬 싸게 마실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무인카페는 시작일 뿐이다. 4차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인공지능과 머신 등이 사람을 대신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또, 코로나19 영향으로 사람이 만드는 커피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손님도 있다. 앞으로 무인점포는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손님들 “눈치 안 보고 편하게 쇼핑”…요구사항은 포스트잇으로

서울 마포구의 무인문구점 ‘문구야놀자’ 아현점. ⓒ여성신문

식당과 카페 외에도 무인점포의 종류는 다양하다. 26일 방문한 서울 마포구의 무인문구점 ‘문구야놀자’는 5분마다 손님 2~3명 정도가 오갈 정도로 북적였다. 문구야놀자는 전국에 총 39개의 매장을 보유한 프랜차이즈 무인문구점으로, 무인결제 시스템과 CCTV가 갖춰져 있었다.

문구점에서 만난 김현철(56·가명)씨는 “주인의 눈치를 안 보고 편안해서 좋다”며 “비대면으로 물건을 살 수 있으니 감염병 우려도 적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인근 아파트 단지에 사는 이지은(28·가명)씨는 “처음 와봤는데 신기하다. 출입을 막는 장치 없이 이렇게 오가도 되는지 잘 모르겠지만, 집 근처에 무인문구점이 있어서 편리하다”고 밝혔다.

서울 마포구의 무인펫용품점 ‘펫그로서리’. ⓒ여성신문

서울 마포구 경의선숲길에 있는 무인펫용품점 ‘펫그로서리’는 지난 7월 문을 열었다.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는 점주 박지수(46·가명)씨는 반려용품점이 성장산업으로 여겨진다는 소식에 펫그로서리를 열었다. 인건비를 고려해 무인점포를 택했다. 펫그로서리에는 반려견과 반려묘를 위한 사료와 간식, 배변키트, 놀이용품까지 구비돼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벽 한쪽에 마련된 ‘포스트잇 소통공간’이었다. 손님들이 입고됐으면 하는 상품 등 요구사항을 메모지에 적어 벽에 붙여두면, 점주가 입고예정일을 적어두는 방식이었다. 따뜻한 응원의 메시지도 이어졌다. “앞으로도 애용할 것 같다”는 소감도 눈에 띄었다. 

무인점포 안에 마련된 소통공간이다. 손님들은 입고됐으면 하는 상품 등 요구사항을 적어두었다. ⓒ여성신문

무인점포 창업 가이드라인

무인점포를 시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창업자들과 한국창업전략연구소에 따르면 △아이템 선정 △위치 선정 △프랜차이즈 여부 △인테리어 △원격관리 시스템 등을 고려해야 한다.

먼저 사업 아이템을 선정해야 한다. 카페를 차릴지 아이스크림 매장을 열지 결정할 필요가 있다. 아이스크림 매장은 기성품을 도매로 사면 돼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도난 가능성이 높다는 단점이 있다. 카페의 경우 원두와 시럽 등 재료를 고르고, 일회용품을 채워줘야 하는 등 상대적으로 손이 많이 간다. 하지만 식품이 기계에서 만들어져서 나온다는 특성 덕분에 비교적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다.

위치 선정이 가장 중요하다. 학교나 아파트 단지 근처에 문구점을 만들고, 직장이나 해안가 근처에 카페를 만드는 식이다. 비슷한 종류의 가게가 너무 많이 몰린 지역도 피해야 한다.

프랜차이즈 매장을 선택할지 개인 점포를 열지도 고민해야 한다. 프랜차이즈 매장을 열면 위치 선정에 대한 컨설팅을 받고, 물품 공급을 원활하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인테리어 비용이 많이 들고, 판매 물품 종류가 제한된다.

인테리어는 최대한 개방적으로 구성하는 게 좋다. 동선을 짤 때 모든 공간이 환하게 드러나게 해야 사고를 막을 수 있다. 통유리 문을 만들어 내부를 들여다보게 할 수도 있다.

원격 관리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원격으로 CCTV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은 물론 냉난방기 원격 제어도 필요하다. 도난 방지를 위해 매장 곳곳에 ‘CCTV 가동 중’ 문구를 붙여놓는 것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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