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온라인 기자회견서 한국 성소수자 학생 괴롭힘 보고서 공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해야”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가 14일 보고서 ‘내가 문제라고 생각했어요-성소수자 학생의 권리를 도외시하는 한국의 학교들’을 온라인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했다. ⓒ휴먼라이츠워치

성소수자 학생들이 학교에서 괴롭힘과 차별 등을 경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14일 온라인 기자회견을 열고 보고서 ‘내가 문제라고 생각했어요-성소수자 학생의 권리를 도외시하는 한국의 학교들’을 공개했다. 이 자료에는 휴먼라이츠워치와 예일대 법과대학 앨러드 K. 로웬스타인 국제인권클리닉이 2019년 2월부터 2021년 5월까지 만난 고교생부터 20대 초중반까지의 성소수자, 교사, 학부모, 활동가 67명의 인터뷰가 담겼다.

성소수자 학생들은 언어적 괴롭힘은 물론 폭력 피해를 입고 있었다. A모(21)씨는 “아우팅(성소수자 의사에 반해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을 무단으로 공개하는 행위)된 후부터 괴롭힘을 당했다. 자리에 앉거나 급식실에 가고 있을 때 어떤 친구들은 ‘아 더러워’, ‘아 레즈비언’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B(24)씨는 고교 시절 아우팅을 당한 이후 화장실에서 다른 친구에게 폭력 피해를 입었다.

휴먼라이츠워치는 한국의 학생들이 하루 평균 14시간을 학교와 학원에서 보내기 때문에 또래 집단에서의 따돌림 등에 따른 고립감이 더욱 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승희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 사무국장은 “청소년들이 주로 상담하는 내용은 가정에서의 갈등과 학교에서의 차별 및 고립으로 인한 우울증과 기타 정신건강 문제였다”고 말했다. 띵동이 2015년부터 2021년 8월까지 진행한 청소년 성소수자 상담 사례 2813건을 분석한 결과, 29.3%(823건)가 정신건강에 관한 내용이었다. 

문제는 이들이 아우팅을 우려하면서 선뜻 상담이나 신고를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C(24)씨는 “고교 재학 시절, 나의 섹슈얼리티를 인식하고 있었지만, 도움을 구하지는 않았다. 그러한 도움이 효과적일지 또는 기밀이 보장될 수 있을지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D(18)씨는 “기밀성에 대한 우려 때문에 한 번도 자발적으로 상담을 요청한 적이 없다. 정신건강 설문조사를 해도 솔직하게 답을 못한다”고 털어놓았다. 

2015년 수립된 교육부의 ‘성교육 표준안’에는 성소수자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교사 F씨는 “교육부가 성교육 표준안에서 강조하는 것은 ‘남자는 남자답고 여자는 여자다워야 한다’는 것이다. 교사로서 그런 것을 피하려면 직접 자료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휴먼라이츠워치가 14일 발표한 ‘내가 문제라고 생각했어요-성소수자 학생의 권리를 도외시하는 한국의 학교들’ 보고서 표지 ⓒ휴먼라이츠워치

휴먼라이츠워치는 한국 정부에 포괄적 차별금지법(특정 가치에 대한 배제 없이 모든 종류의 차별을 금지하는 법)을 제정하라고 촉구했다. 교육부에는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포용하는 괴롭힘 및 차별금지 정책을 개발하고, 피해 학생들을 보호하라고 요구했다. 

여성가족부에는 학교 밖 정신건강 프로그램의 실효성을 높이도록 관련 지침과 교육 매뉴얼을 수정하라고, 학교에는 학생들이 비밀을 보장받으면서 괴롭힘을 신고할 수 있도록 조처하라고, 교사 및 상담원에게는 성소수자 학생의 비밀 유지를, 교과서 출판사에는 성소수자 권리에 대한 내용을 교과서에 포함하라고 권고했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라이언 토레슨 휴먼라이츠워치 연구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청소년들은 어른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다 지켜보고 있다. 교사가 성소수자 혐오발언을 내뱉은 경우 학생들은 이를 평생 기억한다”면서 “정부와 학교가 성소수자 학생들에게 안전한 교육 환경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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