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혁의 북유럽 이야기] 맥도날드도 못 넘은 스웨덴 햄버거, 한국이 사로잡다
[최연혁의 북유럽 이야기] 맥도날드도 못 넘은 스웨덴 햄버거, 한국이 사로잡다
  •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과 교수
  • 승인 2021.09.11 08:34
  • 수정 2021-09-11 08: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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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햄버거에서 판매를 시작한 코리아 바베큐 버거. ⓒ맥스햄버거 홈페이지(www.max.se)
맥스햄버거에서 판매를 시작한 코리아 바베큐 버거. ⓒ맥스햄버거 홈페이지(www.max.se)

여행을 하며 배고플 때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이 햄버거나 피자다. 빨리 허기를 해결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서는 터키 이민자가 많아지면서 유럽 어디를 가도 케밥식당이 많이 눈에 띄지만 그래도 제일 흔한 것은 맥도날드다. 대도시는 물론 중소도시와 시골까지 곳까지 진출해 있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패스트푸드로 자리 잡았다. 육류 뿐 아니라 생선과 야채까지 다양한 메뉴를 갖추고 있어 입맛 따라 골라 먹을 수 있는 것이 성공의 열쇠였다. 특별히 어린이를 위한 식단개발과 장난감 경품, 생일축하 행사 때 풍선증정 등으로 세계 어린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외식으로 자리를 잡았다.

한 때는 세계 도시의 물가를 비교할 때 맥도날드 햄버거 가격을 사용하는 방법을 이용하기도 했다. 세계 어디 도시를 가도 거의 비슷한 맛을 유지한다. 대학 국제화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나는 운 좋게도 세계 60여개 대학을 둘러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스코틀랜드 거의 최북단 도시 중 하나인 에버딘, 노르웨이 최북단 도시 트룀쇠, 아프리카의 최남단 도시 케이프타운에 근처에 위치한 스텔렌보쉬, 브라질 남동부 도시인 쿠리치바, 중국이 개방을 본격화 했을 때 방문했던 청도, 소련이 무너지고 방문했던 탈린 등지에서 맛본 맥도날드 햄버거 맛은 거의 똑 같았다. 함께 나오는 코카콜라나 환타의 맛이 차이가 없는 것처럼.

한 번은 스웨덴의 북부 도시인 순스발에 여행을 갔을 때였다.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도시초입에 들어서면서 맥도날드를 찾아 다녔다. 20년 전이라 그 때는 스마트폰이 손에 쥐어져 있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물어 보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었다. 그런데 참 재미있는 대답이 돌아 왔다. 스웨덴 북쪽에는 맥도날드가 없고 대신 맥스햄버거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럴 리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에 물어 봐도 역시 같은 답이 돌아 왔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맥스햄버거를 먹어 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스웨덴 소고기만 사용하고, 재료와 소스 모두 현지에서 생산된 것과 전통방법으로 조리한다는 것이 눈에 띄었다.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30여개의 식탁이 놓인 공간은 발 디딜 틈 없을 정도로 손님으로 꽉 차 있었다. 그 때 처음 먹은 맥스햄버거의 맛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 그 때 이후 스웨덴에서는 맥스햄버거만 먹는 것이 습관화 됐다. 그런데 왜 북쪽 스웨덴 지역에는 맥도날드가 없는 것일까? 궁금해 알아보기 시작했다.

1968년 1호점을 연 곳은 옐리바레(Gällivare)라는 스웨덴 최북단 도시였다. 처음 문을 열었을 때는 햄버거가 아닌 핫도그와 즉석고기를 판매하는 주유소 키오스키로 출발했다. 다섯 가지의 맛을 구현해 처음부터 맛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50킬로 떨어진 핀란드 국경주민들까지 와 맛을 볼 정도 소문이 퍼졌다고 한다. 북쪽 지방에서 사냥으로 잡는 사슴고기구이도 메뉴에 추가해 한번도 맛보지 못했던 즉석고기 구이집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러다가 2호점부터는 햄버거식당으로 탈바꿈해 승부를 걸기로 했다. 맛과 품질을 보장하기 위해 국산 최상급고기만 쓰고, 집에서 어머니가 만드는 고기소스를 만들어 사용하고, 야채는 산지에서 경작된 것만 써서 신선하고 익숙한 맛을 제공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3호점과 4호점 등 연속으로 스웨덴 북부 도시에만 열다가 프랜차이즈로 전국에 열기 시작했다. 하지만 1986년 맥도날드가 드디어 스웨덴 최북단에까지 문을 열었을 때 경쟁에 밀려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스웨덴 적인 맛에 심혈을 기울였다. 블라인드 테스트를 자청해 10명 중 8명이 맥스햄버거를 선택할 정도로 맛에서 승부가 갈렸다. 문을 연지 4년을 버티지 못하고 세계최고의 햄버거 체인점이 스웨덴의 토종 햄버거에 백기를 들고 폐점에 들어 간 것이다. 그 이후 스웨덴 북부 지역 뿐 아니라 스톡홀름을 비롯한 전국의 대도시에 빠르게 스웨덴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 잡기 시작했다.

작년에는 19년 연속으로 고객이 만족하는 최고의 햄버거 식당으로 선정됐다. 방문했던 손님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맛평가에서는 51%가 맥스햄버거를 선택했고, 뒤이어 버거킹은 13%, 맥도날드는 12%로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맥스 햄버거는 가장 스웨덴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햄버거로 거듭 난 것이다.

얼마 전 맥스햄버거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한국식 바베큐소스를 사용한 햄버거를 판매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한국의 불고기 버거를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https://www.max.se/nyheter/just-nu-pa-max/korean-bbq/). TV 광고를 보고 처음에는 의아해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가장 스웨덴적인 햄버거 체인점이 한국의 불고기 소스와 불고기 버거를 택했다는 것은 그만큼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아직도 북쪽 도시에 가면 맥도날드는 없지만, 이제 한국의 불고기 버거 뿐 아니라 김치버거도 스웨덴에서 맛 볼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정치학과 교수 ⓒ박선이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정치학과 교수 ⓒ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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