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질 강화는 1차원적 대책
미흡한 전자감독 체계가 문제
법무부-경찰 공조 체계도 부실
‘보호수용제’ 다시 수면 위로

ⓒ원일 일러스트레이터
ⓒ원일 일러스트레이터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무용론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가장 큰 원인은 제도를 따라가지 못한 보호관찰소의 부족한 인력으로 분석됐다. 법무부와 경찰의 미흡한 공조 체계, 재범 고위험군에 대한 대책 미비 등도 지목됐다. 이에 보호수용제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지난달 27일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도망쳤다가 송파경찰서에 자수한 강윤성씨는 도주 전에 1명,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1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아 7일 검찰에 송치됐다. 전과 14범인 강씨는 징역 15년 형을 받았다가 올해 5월 출소했다. 전자발찌 부착명령을 받을 때 재범 위험성은 ‘높음’이었다. 정신병질자 선별도구(PCL-R) 평가에서도 강씨는 ‘중간’수치의 정신병질 성향을 지닌 것으로 나왔다.

재질 강화는 1차원적 대책

사건 초기 전자발찌의 재질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윤웅장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장은 지난달 30일 “(전자발찌의)전체 훼손율은 감소했으나 여전히 훼손사건이 발생하고 있어 전자장치 견고성을 보다 강화하는 등 훼손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도 이날 “대통령이 되면 끊어지지 않는 전자발찌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자발찌 강화는 1차원적인 지적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누리꾼 A씨는 “쇠로 만들어도 절단기로 끊을 텐데 어떻게 끊어지지 않는 발찌를 만들 수 있는가”라고 썼다. B씨도 “강력하게 만드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라고 했다.

2016년 10월26일 전북 전주시 호성동 전주준법지원센터(전주보호관찰소) 관찰소 상황실에서 직원들이 위치추적 전자감독제도(전자발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2016년 10월26일 전북 전주시 호성동 전주준법지원센터(전주보호관찰소) 관찰소 상황실에서 직원들이 위치추적 전자감독제도(전자발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전자발찌는 계속 진화 중이다. 전자발찌 스트랩은 도입 12년 간 다섯 차례 변경됐다. 2008년 도입된 전자발찌는 범죄자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재범을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 도입 초기에는 우레탄 재질이었으나 이후 스프링스틸→스테인리스스틸→금속철판→얇은 철판 7개로 강화했다. 강씨가 착용한 것은 최신 버전의 전자발찌였다.

제도 못 따라가는 전자감독 체계

문제는 전자발찌가 아니라 제도를 따라가지 못한 미흡한 전자감독 체계라는 지적도 있다. 이수정 경기대 교수는 끊어지지 않는 전자발찌는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여성신문과의 통화에서 “전자발찌가 재범 예방 효과가 없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이번 사건의 원인은 제도를 따라가지 못한 보호관찰 체계”라고 짚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이번 사건으로 전자발찌 무용론에 대한 얘기도 나왔는데 재범 위험성이 낮은 사람에게는 효과적인 범죄 억제 수단이지만 높은 사람에게는 또 다른 선택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8월 가석방자 중 전자장치 부착 대상자를 살인·성폭력·유괴·강도 등 4대 특수범죄에서 전체 범죄 사범으로 확대하는 전자장치부착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이에 따라 전자장치 착용을 조건으로 사회로 나온 이들은 늘었지만 이들을 통제할 수 있는 보호관찰 인력은 그대로였다.

보호관찰소 전담직원 1인당 17.3명 지도감독

현재 전담직원 281명이 1인당 17.3명의 전자감독대상자를 지도감독하고 있다. 또한 6개 광역보호관찰소에 수사요원을 각 1명만 배치했다. 특히 야간·휴일 대응에 매우 취약했다. 전담직원이 1팀 2명으로 야간·휴일에 근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기관 당 2팀 이하로 운영되고 있다. 준수사항 위반은 훼손·재범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즉각적인 대응이 필요하지만 인력 부족으로 현장출동 등 신속한 대응이 미흡했다. 최근 5년 평균 즉시 현장출동 비율은 18.4%에 불과했다.

법무부-경찰 공조 체계도 부실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훼손하기 전후로 여성 2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강윤성(56)이 7일 오전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검찰에 송치되기 위해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훼손하기 전후로 여성 2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강윤성(56)이 7일 오전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검찰에 송치되기 위해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법무부와 경찰의 공조 체계도 부실했다. 강씨는 자신의 집에서 첫 살인 후 야간외출제한명령을 어기고 집밖으로 나갔으나 별다른 제지를 받지 않았다. 다음날 강씨는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했으나 경찰은 현행 경찰관 직무집행법으로 시신이 있는 강씨 집에 들어가지 못했다.

이수정 교수는 “인권 보호 미명아래 도주했을 때마저 전과기록을 알려주지 않는 등 시스템의 분절도 문제”라며 “강씨가 준수사항을 위반했지만 전화만 하고 아무도 찾아가지 않은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강씨가 도주했을 때 법무부와 경찰 사이 전과기록도 공유되지 않는 등 시스템이 다 분절됐다”고 덧붙였다.

재범 고위험군 위한 전자발찌+α 대책 필요

이 교수는 재범 고위험군에 속하는 이들은 전자발찌뿐 아니라 플러스알파(+α)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보호수용제와 같이 야간에 재범 가능성 있는 자들을 돌아다니지 못하게 하는 대책이 필요하다”며 “1년에 3000~4000명 중 50~60명이 재범하는데 이들 대부분이 야간에 범죄를 일으킨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돈이 떨어지면 범죄를 저지르니 낮에는 전자발찌를 찬 채로 돈벌이를 하되 야간에 보호수용소에 수형하는 것이다. 돌아오지 않으면 경찰이 잡으러 가면 된다”고 말했다.

‘보호수용제’ 사회적 합의 필요

8월29일 오후 서울 송파구 강윤성씨의 자택 모습. ⓒ뉴시스·여성신문
8월29일 오후 서울 송파구 강윤성씨의 자택 모습. ⓒ뉴시스·여성신문

보호수용제는 미성년자 성범죄자를 비롯해 강력범죄자 중 재범 가능성을 따져 복역을 마친 후에도 보호수용시설에 격리하는 제도다. 한국에서는 2005년 이중처벌과 인권침해 논란으로 사회보호법과 함께 보호감호제도가 폐지됐다. 국가인권위는 작년 법무부가 의견조회를 요청한 보호수용법 제정안에 “국민 불안을 해소하고 안전보장 목적의 정당성은 인정되지만, 자유의 박탈이라는 본질에서 형벌과 차이가 없어 이중처벌과 기본권 침해 소지가 크다”고 밝혔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지난 1일 보호수용제 도입 필요성이 거론되는 상황에 대해 “보호관찰 발전의 역사가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은 심도 있게 생각해봐야 한다”고 신중론을 폈다.

보호수용제 실효성에 대해 승재현 연구위원은 “보호수용이 되면 실효성은 확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형기를 산 사람을 재범 위험성이라는 미래예측으로 다시 자유를 구속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남았다”며 “하프웨이 하우스처럼 낮에는 일하고 야간에는 들어와서 치료받는 등 중간지대 제2의 선택지를 만드는 구체적인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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