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미래 위한다면 코딩부터 가르쳐야
아이들 미래 위한다면 코딩부터 가르쳐야
  • 문수복 카이스트 전산학부 교수
  • 승인 2021.09.12 09:05
  • 수정 2021-09-12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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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정보인협회·여성신문 공동캠페인]
소프트웨어 공교육
미·일은 400시간 넘는데
한국은 51시간
아이들 미래 위해
정보교육 미룰 수 없다

50대의 나는 어린 시절 미닫이문이 달렸던 흑백 텔레비전을 기억한다. 드라마 ‘여로’가 끝나면 채널을 돌리러 달려가는 건 집안 막내 담당. 그러나 동생은 너무 어려서 내가 많이 했던 것 같다. 그 후 컬러 텔레비전도 좋았지만, 리모컨의 등장은 가히 혁명이었다. 소파에 누워서 손가락만 까딱하면 되는 편리함이라니. 텔레비전에 오디오 시스템이 붙고, VHS 플레이어, 케이블 TV 셋탑박스가 추가되면서 조작해야 하는 리모컨 수가 서너 개로 늘었다. 아버지는 여러 개의 리모컨에 적응하셨지만, 어머니는 아버지에 의존해 VHS 비디오 플레이어를 샀을 때부터 전자제품엔 손을 놓으셨다. 전자제품 작동에 능숙해지려면 시간과 노력이 좀 든다. 식당에서 식사 비용 결제를 신참 종업원이 맡을 때가 그렇다. 내역이 틀리면 취소하고 다시 결제해야 하는데, 매니저가 달려와 처리해 주는 경우를 종종 본다. POS단말기 종류가 워낙 많고, 식당마다
메뉴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세팅돼 있어서 그렇다.

POS단말기는 리모컨에 비해 훨씬 복잡한 장비이지만, 둘 다 간단한 코딩이 필요하다. 컴퓨터가 특정 업무를 하도록 명령하는 일을 코딩이라고 한다면, 모든 전자기기를 다루는 것 자체가 코딩이다. 리모컨도 POS단말기도 아주 제한된 기능을 수행하는 컴퓨터다. 그 컴퓨터에 명령하기 위해 여러 버튼을 정해진 순서대로 누르는 것일 뿐이다. 잘못되면 처음으로 돌아갈 수 있는 버튼이 무엇인지, 어떤 기능이 있는지, 자주 쓰는 메뉴에 대한 단축키가 있는지 등만 파악하면 어느 전자 제품이나 작동 원리는 그게 그거다. 백화점에 가보면 어느 하나 스마트하지 않은 가전제품이 없는데, 그 제품들의 기본적인 동작 원리를 이해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위의 예는 컴퓨팅 사고의 아주 기본적인 문제해결 과정이다. 현실 세계에서 접하게 되는 수많은 문제를 수학과 논리뿐만 아니라 컴퓨팅 파워를 이용해 풀어내는 능력이 21세기를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해졌다. 디지털 소양은 언어 구사력과 수학적 능력 외에 디지털 도구들을 새로운 환경에 맞게 사용해낼 수 있는 역량을 말한다.

2022년 교과 과정에 정보 교육 비중이 크게 확대돼야 하는 중요한 이유다. 현재 우리나라의 정보교육 의무 시수는 초등 17시간, 중등 34시간, 총 54시간이다. 400시간 이상을 교육하는 미국과 일본, 200시간 이상인 영국, 중국에 비해 턱도 없이 부족하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로 인해 없어지는 일자리 걱정은 넘쳐나는데, 필요한 교육은 하지 않는 모순적인 현실이다.

주요국의 초중등 정보 교육과정 변화 ⓒ문수복 카이스트 전산학부 교수 제공
주요국의 초중등 정보 교육과정 변화 ⓒ문수복 카이스트 전산학부 교수 제공

2030년이 되면 자율주행 자동차를 탈 테니 운전할 필요가 없어질 테고, 원격진료가 쉬워져 약 처방을 받으러 병원에서 한 시간씩 줄 서서 기다리지 않아도 될 것이다. 자율주행차는 도착지를 입력하고 유료도로로 갈지, 터널을 돌아갈지를 알려줘야 한다. 원격 진료를 받으려면 담당 의사와 영상통화를 하고, 온라인 처방전을 어느 약국으로 보내 달라고 통고해야 한다.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편리해져서 굳이 이런저런 버튼을 누르지 않고 차에 타서 “학교로 가자”라고만 얘기해도 척척 자율주행이 되면 좋겠지만, 아마도 지금처럼 “누리야” 또는 “시리야”라고 먼저 불러줘야 할지도 모른다. 의사와의 영상통화가 휴대전화만으로도 충분할지, 원격진료만을 위한 장비를 추가 설치해야 할지 아직은 아무도 모른다.

컴퓨터와 인공지능으로 점점 더 편리한 세상이 돼 간다. 우리는 새로운 장비와 사용자 인터페이스에 적응해야 한다. 그것들을 어떻게 잘 활용해서 더 많은 활용 가치를 만들어 낼지를 끊임없이 생각해야만 한다. 초중고 정보 교육 없이는 디지털 문맹자로 낙오할 수밖에 없다. 21세기 후반을 살아갈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 더는 정보 교육을 미룰 수가 없다.

여성신문은 한국여성정보인협회와 공동 캠페인으로 총 4회에 걸쳐 SW교육의 발전적 전략을 공유하는 칼럼을 게재한다. 한국여성정보인협회 소속 전문가들이 국내외 교육과정 혁신 사례, 정부·연구소·현장에서 본 SW교육의 방향을 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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