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독립운동가] 배우자·여동생·며느리도 ‘가족독립운동가’
[여성독립운동가] 배우자·여동생·며느리도 ‘가족독립운동가’
  • 심옥주 한국여성독립운동연구소 소장
  • 승인 2021.09.04 11:00
  • 수정 2021-09-04 11: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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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독립운동가] (끝)
안중근 의사 가족.
안중근 의사 가족.

아프가니스탄 사태와 ‘미라클’ 작전 성공 소식은 세계를 놀라게 했다. 혼란과 공포 속에 하늘길과 국경을 향하는 난민의 모습을 보며 지난 우리의 역사를 떠올렸다.

1910년 8월 29일 일제로부터 국권을 상실했던 날, 선조들은 눈물을 머금고 가산을 정리했고 가족들과 머나먼 길을 걸어 국경을 넘었다. 한 손은 아이 손을 꼭 쥐고 다른 손에는 보따리를 든, 노구를 이끌고 가족과 떠나는 행렬은 끝이 없었다. 바로 111년 전 나라를 잃은 우리의 모습이다. 대한독립의 여정은 의병운동, 국채보상운동, 3·1운동, 국내외 독립운동으로 일제의 침탈에 맞서 끊임없이 전개됐다. 그리고 해방을 맞이한 기쁨도 잠시 6·25 전쟁으로 가산은 잿더미가 됐고 남북은 분단됐다. 그때를 돌아본다면 우리나라는 지금도 ‘미라클’이 진행 중이다.  

부산에 위치한 안중근 의사의 동생 안성녀의 묘.
부산 남구에 위치한 안중근 의사의 동생 안성녀의 묘.

가족독립운동 실천한
안중근 가(家) 여성들

“아들아, 이 나라 국민으로 태어나서 나라의 일로 죽는 것은 국민 된 의무이다 …  너의 수의를 지어 보내니 이 옷을 입고 가거라 …”

나라를 잃은 민족에게 대한독립은 그 시대 희망이었다. 나라의 일로 죽는 것이 국민 된 의무라고 한 조마리아와 같이 때로는 강건하게 때로는 따뜻하게 버텨냈던 그 순간들은 ‘미라클’이었다. 비록 독립운동 단체를 이끄는 지도자가 아닐지라도 여성들은 독립운동을 이끄는 지도자의 일상에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어줄 밥과 의복을 준비했다. 그 자녀들은 스스로 총을 든 독립군이 되어 ‘미라클’을 이어갔다.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고 옥고를 치르는 순간에도 집안 여성들은 독립운동을 준비했다. 안중근의 모친 조마리아를 비롯해 어린아이의 손을 잡고 마지막 남편 모습을 기억했던 부인 김아려, 오빠가 실천한 정의를 가슴에 담고 독립군 군복을 제작에 나섰던 여동생 안성녀, 그의 며느리 오항선, 안춘생의 부인 조순옥 등 안중근과 함께 집안 여성도 독립운동을 이어나갔다. 김구, 조소앙, 김가진, 이회영 등 수많은 독립운동가 집안 여성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게 여성들은 가족과 함께 독립운동가가 돼 ‘미라클’을 염원했다.

그렇지만 여성독립운동가의 활동은 객관적 근거 부족과 무관심, 연구 부족으로 가족의 일원으로 활동한 기록만 기억되는 경우가 많다.

안성녀의 재봉틀
안성녀의 재봉틀

나라 구하는 데 남녀 없다
여성과 가족공동체, 암울한 역사 넘는 힘

나라를 구하는 데 남녀의 차별이 있을 수 없다는 동권의식은 암울한 역사를 넘는 힘이었다. 1898년 9월 8일 「여권통문」이 발표된 뒤 여성들은 여자교육회와 부인회 등 수많은 여성단체를 조직했다. 그리고 불의에 항거하는 여성지식인, 여성 의혈인으로 성장했다. 그 변화의 시작은 가정환경과 가족의 영향이 컸다. 사회제도의 틀을 깨고 시대의 질곡을 넘어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독립의 빛을 뿜어낸 독립운동가들. 그 동력은 가족공동체로부터 시작돼 역사의 ‘미라클’이 이어졌다.

아프가니스탄 사태와 코로나 바이러스로 어려운 시국이다. 평범한 일상이 안타까운 일상이 됐지만 곳곳에서 ‘미라클’은 일어나고 있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지난날 대한 독립을 위해 운명을 함께 한 여성과 가족공동체의 힘을 떠올리며 독립을 위해 희생한 ‘미라클’을 바라보는 공간, 여성독립운동기념관의 조성도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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