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현지시간)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 있는 유럽연합(EU) 본부 밖에서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장악에 반대하고 경각심을 일깨우는 시위가 열렸다. 시위에 참여한 한 여성이 아프가니스탄 여성의 사진을 들고 있다. ⓒAP/뉴시스
18일(현지시간)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 있는 유럽연합(EU) 본부 밖에서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장악에 반대하고 경각심을 일깨우는 시위가 열렸다. 시위에 참여한 한 여성이 아프가니스탄 여성의 사진을 들고 있다. ⓒAP/뉴시스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이 탈레반 세력에 의해 함락된 이후 어두운 소식들만 들려온다. 서방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라타기 위해 이착륙기어에 매달려 있다가 떨어지는 끔찍한 사진은 세계를 강타했다. 한 아이의 엄마가 자신은 어차피 가지 못하더라도 아이라도 자유를 누리며 살 수 있도록 높은 벽 건너편으로 던지는 모습이 담긴 사진은 눈물을 머금게 한다.

이어지는 난민들의 탈출행렬 어떻게 할 것인가?

아프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이 여성 인권을 존중하겠다고 밝혔지만 믿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기어코 부르카를 머리에 쓰지 않고 거리에 나온 여성을 사살하는 사건이 벌어지고, 여성들을 고문하고 살해하는 폭력행위를 벌이고 있다는 사례가 속속 보도되고 있다.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까지 나서 일반 시민, 특히 여성과 아동에게 행하는 잔악한 행동은 용서될 수 없는 반인륜행위라고 경고를 하고 있지만 점령군들은 광기의 살상을 계속하고 있다.

현재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은 자국민과 민주정부 통치 기간 동안 원조 활동에 함께했던 조력자를 수송하기 위해 민간항공기까지 동원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운좋게 탈출하는 사람은 고작 몇천 명도 채 안 된다. 더 큰 문제는 서방으로 빠져나가지 못한 아프간 국내에 남겨진 국민들이다.

극히 일부 국민 중 탈레반을 반기는 사람도 있다고는 하지만 자유를 되찾기 위해 어떻게든 탈출하고자 하는 난민들의 탈출행렬은 어떻게 할 것인가? 접경국 파키스탄과 타지키스탄이 국경을 걸어 잠그기 시작했지만 그래도 탈출행렬은 끊기지 않을 것이다. 접경국에게 국경을 개방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최선 같지만 그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파키스탄에는 예전부터 탈출해 난민생활을 하고 있는 아프간 국민이 이미 140만명을 넘었고, 이란 80만, 인도에도 1만5000명이 국경 난민촌에 밀집해 있다. 이들도 더 이상 두 팔 벌려 환영할 수만은 없는 까닭이다.

국민총수입 1.14%
공적개발원조에 쓰는 스웨덴

부자 국가들의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자료에 따르면 스웨덴은 2020년 기준 국민총수입(GNI)의 1.14%를 공적개발원조기금으로 지출하고 있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스웨덴과 노르웨이(1.11%), 룩셈부르크(1.02%) 3개국만이 GNI의 1% 이상을 지출하고 있다.

스웨덴이 이렇게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공적원조 기여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은 어디에서 나올까? 스웨덴 국제개발원조청인 SIDA에서 1974년부터 매년 시행하는 여론조사(링크)가 이를 설명해 준다. 코로나로 전 국민이 고통을 받고 있던 시기에 진행된 2020년 여론조사에서조차 스웨덴 국민의 76%가 세계의 가난한 나라를 위해 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56%는 현 수준의 공적원조기금의 수준이 적당하거나 더 증액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고, 36%만이 더 낮춰야 한다고 본다.

국제원조와 관련해 스웨덴 남성과 여성의 입장 차가 극명하다. 여성의 경우 63.5%가 원조기금 수준에 긍정적 입장을 편 반면 남성의 경우 48.2%만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여성이 더 평화를 더 애타게 갈구하고 옹호하는 것이 이 조사에서도 확인된 셈이다. 극우 정당이 ODA 수준을 대폭 낮춰 국민복지와 안전에 더 투자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스웨덴 현 정부가 공적개발원조 기금을 삭감할 것으로 보는 스웨덴 사람들은 많지 않다.

현재 스웨덴에는 부모 중 한 사람 이상이 아프간에서 태어난 인구가 7만1000명에 이른다. 스웨덴 이민청 홈페이지를 보면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가족을 스웨덴에 데려올 경우 최우선적으로 비자를 내주겠다고 독려하면서 탈출을 시도하는 가족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2015년에도 북아프리카 난민 67만명 중 15만명을 받아들여 모범을 보였다.

‘선진국’ 한국, 국민총수입 0.14%만
공적개발원조에 써

우리나라가 선진국클럽인 OECD에 가입한 것이 1996년이다. 부자 중의 부자인 DAC에 가입한 것이 2009년이다. OECD DAC에서 권장하는 원조기금의 비율은 국민총수입의 0.7%다. 한국은 2020년 기준 이에 훨씬 못 미치는 0.14%에 그치고 있다. OECD DAC에 가입한 2009년 당시 2015년까지 0.25%까지 확대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지키지 못했다.

얼마 전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우리나라를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분류했다. 이 기구 설립 이래 신분이 전환된 것은 유일무이한 경우라 국민들도 뿌듯해 했다. 정부는 런던 G7회의에서 찍은 사진 한 장을 편집해 국민에게 국격 상승의 상징이라고 자랑한 적 있다. 진짜 국격은 국제사회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자유를 위해 목숨을 걸고 탈출하는 난민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때 높아진다. 국민들도 이제는 난민문제를 내 가족 문제로 보는 열린 자세를 갖고 한층 성숙한 선진국민의 모습을 갖춰야 할 때라 본다. 그래야 자녀 세대에서는 한국이 진정으로 G7과 G5의 위상을 갖출 수 있을 있지 않을까?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정치학과 교수 ⓒ박선이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정치학과 교수 ⓒ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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