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여사님 예순 몇 번 째 생일날, 남편 자식들 모두 모여 저녁 맛나게 먹고 케이크에 불도 끄고 분위기 업 되어 모든 것이 참 좋은 순간 이 여사가 ‘흠 흠’ 목소리를 가다듬더니 한 말씀.
“내가 할 말이 있는데…”
뭐지? 식구들 눈 동그랗게 뜨고 집중.
“내가 꼭 해보고 싶은 것이 하나 있다.”
순간 온 식구들 긴장, 잠시 침묵이 흐르고 큰아들이 먼저 입을 연다.
“어머니, 말씀해 보세요.”
순간 남편은 더욱 긴장하여 신 레몬 씹은 얼굴. 엄마는 비장한 표정으로 입은 뗀다.
“나 조명섭 팬 카페에 가입할란다.”
이 상황 이해하는데 시간 좀 걸린다.
조명섭? 누구지?
상황 판단 제일 빠른 막내 아들이 검색에 들어간다.
99세 같은 99년생? 전통가요 지킴이… 이별의 부산정거장…
“옛날 노래 잘 하는 가수 있다…”
남편이 목소리 깔고 한 말씀 하신다.
“내가 요새 이 사람 때문에 산다, 아직까지 우리 식구 중 나를 이렇게 행복하게 해주는 사람 없었다. 너희들은 너희 식구끼리 잘 돌보며 살아라. 나는 조명섭 가수와 평생 같이 갈란다.”
“하하하 알았어요, 엄마.”
“난 또 엄마 가출한다는 건 줄 알고 깜짝 놀랬네.”
“근데 내가 카페 가입할 줄을 모른다.”
“엄마, 핸드폰 이리 줘 봐요.”
자식들 도움으로 바로 팬 카페 가입, 그날 생일날은 팬 카페 활동 기초지식 강좌로 끝났다. 가수 응원하는 앱 까는 법, 가수에게 인기 투표하는 법, 카페에 글 쓰는 법, 사진 올리는 법…. 핸드폰은 전화 걸고 받는 기계인 줄만 알았지 전화기로 이렇게 할 일이 많은 줄 처음 알았다.
영리하고 지혜로운 이 여사, 공부를 했으면 지금쯤 큰 인물 되어 있으리라. 핸드폰 온갖 기능 놀라운 속도로 습득한다.
40년 동안 식구들 먹여살리랴, 자식들 남부럽지 않게 공부시키랴 내 몸 돌볼 겨를 없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 해 본 적 없었다. 이날 이후 이 여사의 내 생애 처음 해보는 일이 시작되었는데…
놀라운 인터넷 세상 두루 경험하고 열심히 응원하려면 건강해야겠기에 난생 처음 내 몸 위해 운동도 하고.
내 손으로 인터넷 티케팅한 표 들고 난생 처음 가보는 가수 콘서트. 홀로 당당히 천정 높은 콘서트장 들어서는 날,
“아, 오늘은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날이 될 거야.”
인생의 새 지평이 열리고 지금까지 속절 없다 생각했던 힘들게 살아온 인생이 갑자기 의미있는 인생으로 바뀌었다.
무대 위에 선 내 가수가 말한다.
“사람이 나이를 먹는다고 늙는 게 아니에요. 마음만 젊게 간직하면 언제나 청춘인 거예요.”
아, 이 사람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세상엔 부족한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그중에 하나가 저이기도 합니다. 세상이란 무엇이냐 할 것 같으면 부족한 사람들이 서로 돕고 하나 되어 살아가는 것 아니겠습니까?
KBS 경연 프로그램에서 우승 소감으로 했던 이 말에 끌리어 하나하나 알아가면서 사랑하게 된 스물두 살 청년. 힘들고 외롭게 살아왔던 그의 살아온 인생은 내 인생의 그리움이요 그의 살아갈 인생은 내 인생의 희망이기에 이 여사는 다짐한다.
‘내 생애 마지막 잡은 행운의 끈, 절대로 놓지 않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