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 이낙연 전 대표
여성정책 내세워 성평등 이슈 선점
안전·건강 등 생활공약 호평
‘돌봄 국가 책임제’ 도입 추진
차별금지법 필요…안전장치 마련해야

 

 

이낙연 대선 후보 ⓒ홍수형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 이낙연 전 대표 ⓒ홍수형 기자

“시대도, 여성의 역할과 위상도 달라졌습니다. 그러나 성별 불평등은 뿌리 깊게 남아 우리 사회의 발전을 해치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는 대권주자 가운데 가장 먼저 여성‧성평등 정책 공약을 발표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 전 대표는 다른 대권 주자들이 머뭇거리는 사이 야권의 ‘여성가족부 폐지’ 주장에 대해 “지금은 젠더 평등을 위한 역할을 더 확대해야 할 때지 없앨 그날이 아니다”라고 맞섰다. 이에 호응하듯 이 전 대표의 2030 여성 지지율도 고공행진 중이다.

이 전 대표의 여성 공약은 대부분 여성의 생애주기를 촘촘히 살핀 생활공약이다. △변형 카메라 구매이력 관리제 도입 △데이트폭력 처벌 강화 등 ‘여성 안심 패키지’라고 이름 붙은 안전 공약부터 △자궁경부암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 무료접종 연령 확대 △암 경험 여성 사회 복귀 국가책임제 공약은 여성들의 피부에 와닿는 생활밀착형 공약이라는 평가다. 이 전 대표는 여성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임금격차와 유리천장을 없애겠다”고 강조하며 ‘동수내각’을 목표로 여성 대표성 확대를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전 대표로부터 저출생부터 돌봄, 성별임금격차, 정치대표성, 차별금지법까지 젠더 이슈에 대한 해법을 들었다. 인터뷰는 대면과 서면을 병행해 진행했다.

-성평등 사회 구축을 위한 대표적인 여성·성평등 공약은.

“먼저 다수의 여성들이 공통으로 느끼는 고통이 안전 문제다. 데이트폭력 처벌 강화, 1인 여성가구 밀집지역이나 우범지역에 범죄예방 환경설계(CPTED) 필수 적용 같은 여성 안전을 위한 정책을 가장 먼저 발표했다. 또 자궁경부암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 무료 접종 연령대를 넓히겠다. 특히 젊은 여성들도 HPV 백신 완전접종과 암 무료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건강 안전망을 구축하려고 한다. 최근에는 20대에서도 암 환자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연령으로 지원 대상을 나누는 기계적인 구분은 더 이상 현실에서 통용되지 않는다.

앞으로의 과제는 안전을 더 촘촘하게 확보하면서 우리 사회의 성평등을 구현해 가는 것이다.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이 ‘유리천장’ 없애기다. 지금 시작은 됐지만 아직은 미미하다. 임금 격차 해소를 위한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라는 원칙이 필요하고, 성별 차등을 없애는 데도 적용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의사결정 분야에서 여성이 동등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늘려가야 한다. 더욱 다양한 의견이 의사결정에 반영되도록 하는 것이 더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성평등이 (조직의) 좋은 성과로 이어진다는 것은 많은 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난다. 선출직 또는 고위 임명직, 민간 기업에서의 여성 임원의 증가가 필요하다. 혹시 가능하다면 ESG 투자 등에 이런 부분을 반영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좋은 기풍이 생길 것 같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와 부인 김숙희 여사가 26일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신복지 전국 여성포럼 출범식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여성신문‧뉴시스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와 배우자 김숙희 여사가 6월 26일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신복지 전국 여성포럼 출범식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여성신문‧뉴시스

-추가로 발표되는 성별 임금 격차, 돌봄노동 지원 관련 공약은.
“8월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상장기업 임원에서 여성 비율이 5.2%로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차별이 얼마나 뿌리 깊은 지 알 수 있다. 이미 군가산점 폐지를 통한 여성들의 역차별을 막겠다고 공약했는데, 관련 내용을 구체화하겠다. 제 대표 공약인 ‘신복지’는 돌봄을 소득, 주거, 노동, 교육, 의료 등과 연계하는 만큼 전략적으로 접근해 여성의 권익을 향상시키겠다. 특히 미혼모, 싱글맘 등 여성 약자에 대해 사회가 관심 갖고, 함께 아이를 키우는 사회보호망을 확충하겠다.” 

-여성 대표성 확대를 중요하게 언급했다. 현재 내각의 여성 장관 비율은 22%(4명)이다. 캐나다, 프랑스처럼 여성과 남성 장관의 비율이 같은 ‘동수 내각’을 추진할 생각이 있는지. 
“동수 내각 구성을 목표로 노력하겠다.”
 
-불법 촬영 문제의 심각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변형 카메라 구매이력 관리제 도입 외에 디지털 성범죄 예방과 대응에 관련해 구상하고 있는 다른 정책은?
“디지털 성범죄의 온상은 학교 등 아이들이 쉽게 접근하는 커뮤니티나 P2P 사이트들이다. 우선은 이용자들이 이런 행위가 범죄라는 것을 깨닫게 해야 한다. 또 여성 안심 앱(애플리케이션)과 성폭력 의심자 전자발찌 위치추적을 연계한 안전 시스템 확대 등 구체적인 방안도 다양하게 만들어야 한다. 범죄 동기를 줄이는 기능이 입증된 ‘범죄예방환경설계’(CPTED)를 도입해 우선 1인 가구 밀집 지역이나 우범지역에 필수 적용하고 건축물이 경우 사용 승인 단계가 아니라 허가 단계에서부터 적용시켜야 한다.”  

-차별금지법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한 의견은?
“차별·배제·혐오에 눈물짓고, 삶과 생업이 짓밟힌 채 홀로 벼랑으로 내몰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지난 6월 14일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국민동의 청원이 10만명을 넘겨 법사위에 회부된 것을 보면 얼마나 이런 요구가 강한지 알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20여명과 정의당 장혜영 의원도 관련 법을 준비하는 만큼 조속한 시일 내에 실현되도록 나서겠다. 다만 차별의 피해 당사자가 차별을 입증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고, 소송이 남발할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보다 촘촘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 이낙연 전 대표의 제페토 맵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 사진=이낙연 캠프 제공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 이낙연 전 대표의 제페토 맵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 사진=이낙연 캠프 제공

-돌봄 국가 책임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돌봄의 부담은 부모가 아니라 국가가 떠안아야 한다. 출산과 양육이 경력단절 사유가 되지 않도록, 오히려 출산과 양육이 경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사회로 변모해 가는 것이 필요하다. 돌봄 국가 책임제를 하려면 약 10년 정도의 준비가 필요하다. 예컨대 초등학교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고 초등학교를 종일 학교제로 전환해 가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부모 중 한 명이 퇴근하는 시간까지 학교 또는 다른 어디선가 아이를 돌봐주는 것이다. 초등학교 취학 전에는 보육교사나 유치원 교사 한 명이 맞는 아이의 숫자를 5명 이내로 줄여야 한다. 특히 0세부터 3세까지 아이들은 나이별로 차이가 있지만, 보육교사 한 명이 아이 한 명을 돌보는 원칙  하에 점차 줄여가야 한다. 그렇게 되면 아이도 더 충실한 돌봄을 받을 수 있고 여성의 경력단절이 줄어들 수가 있다. 

아이를 기르느라 부모 중에 한 명이 직장을 그만두지 않아도 되게 하면 가정경제가 위축되지 않을 수 있다. 무엇보다도 돌봄 인력을 확충해야 하기 때문에 청년들의 일자리가 대폭적으로 늘어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출산과 양육이 경력으로 인정될 수 있으려면 직장에 여유 인력이 있어야 한다. 많은 비용이 수반될 것이다. 공공부문부터 단계적으로 해 나가고 민간에는 어떤 지원을 얼마나 할 것인지를 지금부터 연구해나가야 한다.”

-문재인 정부 최장수 총리로서 재임 당시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과 아쉬웠던 것을 꼽는다면. 
“전통적으로 총리의 영역이 아닌 것으로 여겨졌던 외교까지 역할을 맡겨주셨다. 2년7개월13일 총리로 일하면서 통계를 보니 28개국을 방문했다. 아마 전무후무한 기록이 될 것이다. 대통령 전용기도 내주셨다. 

가장 심혈을 기울였던 것은 안전이었다. 재임 시절 메르스, 조류독감, 돼지열병, 강원도 산불, 포항지진 등 참 많은 일이 있었다. 특히 강원도 산불 때는 일주일 사이 현장을 세 번 방문했다. 초동대응은 정말 중요하다. 재난이 발생하면 이재민들은 눈앞에서 생업의 터전을 모두 잃는 것이다. 눈앞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고통스러운 상황이다. 그때 책임 있는 사람이 이재민들에게 눈앞이 보일 수 있게 몇 번이고 설명을 해야 한다. 기존 매뉴얼 어디에도 없던 것이다. 총리 이임 때 문재인 대통령이 ‘안전관련 책을 써 보라’고 권했고, 기존 매뉴얼을 따르지 않고 새로운 관행을 만들었다는 말을 들은 것이 기억에 남는다.  

국민이 가장 절망에 빠졌을 때 희망과 미래에 대한 믿음을 갖게 해주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 정부가 그때그때 세워진 계획만 설명해서는 이런 믿음을 드릴 수 없다. 이런 것은 후배 공직자들이 꼭 알았으면 좋겠다.” 

-민주당 대권주자 모두 부동산 공급 확대를 약속했다. 다른 후보들과 차별화되는 부분이 있다면. 
“제 공약이 가장 현실에 바탕을 두고 있다. 제 부동산 공약은 정부가 2월 4일 발표한 주택공급확대정책, 이른바 2.4 대책의 차질 없는 이행을 대전제 위에 수요의 다양화에 대응하는 다양한 공급의 확대, 주택부 신설과 함께 서울공항 이전도 가장 먼저 발표했다. 이재명 후보는 250만호 공급을 약속했다가 2.4 대책과의 관계를 물으니 나중에 정부의 2.4대책이 그 안에 포함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2.4대책과 정부의 공급 대책을 다 합치면 205만호다. 그러면 이재명 후보의 250만호라는 것은 굉장히 과장된 것이라고 얘기할 수 있다."
 
-여성 유권자들에게 한 말씀.
“여성은 아직도 사회경제적 약자다. 제 국가 비전인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가 구현되려면 여성의 삶을 국가가 지켜드려야 한다. 여성들이 겪는 안전에 대한 걱정 없애드리겠다. 여성들이 직면하고 있는 임금격차, 유리천장도 해소하겠다. 정부도 동수내각 구성을 목표로 노력할 것이다. 그런 여러 노력을 합쳐 성평등 사회로 성큼 나아가겠다. 여성의 삶을 지켜드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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