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언니 차 프로젝트’ 이연지 기획자
“차는 자유…여성 이동독립권 중요해
함께 배워서 ‘운전하는 멋진 언니’ 됩시다”

이연지 기획자가 9일 경기도 화성시에 마련된 셀프정비소 현대1급이조자동차정비소에서 자동차에 타서 설명하고 있다. ⓒ함나영 콘텐츠 에디터·홍수형 기자

여성 운전자 1400만 시대. 하지만 아직도 물론 ‘운전석엔 남성, 조수석엔 여성’이라는 성 고정관념이 남아있다. 사고 난 차량을 보면서 “또 김 여사네”라며 여성 운전자를 비하하는 문화도 존재한다. 편견 대신 여성의 ‘이동독립권’을 주장하는 여성이 있다. ‘언니 차 프로젝트’의 이연지(36) 기획자다. 9일 경기도 화성시에 마련된 셀프정비소 현대1급이조자동차정비소에서 그를 만났다.

아빠 차, 오빠 차 아닌 ‘언니 차’

‘언니 차 프로젝트’의 이연지 기획자. ⓒ함나영 콘텐츠 에디터·홍수형 기자

이씨는 2020년 동료 여성 2명과 함께 여성가족부 청년참여플랫폼 사업에 공모하면서 언니 차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운전 경력 6년 차로 세단을 끄는 이씨는 평소 차를 좋아했고, 자동차 동호회나 커뮤니티에서 차에 대한 지식을 스스로 터득했다. 하지만 운전에 대해 하나씩 알아갈수록 미묘한 차별을 느꼈다. 자동차 커뮤니티에서는 남성 회원이 기본값이었다. 여성의 노출사진이 올라왔고, 사고 사진이 올라오면 “김여사 짓”이라며 여성을 비난했다.

이씨는 “커뮤니티는 물론 도로와 정비소, 중고차 시장에서 만난 사람들도 ‘여자니까 운전을 못 하고 차에 대해 모를 것이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여성이 스스로 안전하게 기술과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아빠 차, 오빠 차 아닌 언니 차’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언니 차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2020년 11월부터 여성 정비사와 함께하는 경정비 및 세차 워크숍을 5회 이상 열었다. 서울과 경기, 광주, 제주 등 전국 각지에서 열린 수업의 반응은 뜨거웠다. 오픈한 지 10분도 안 돼서 수업이 마감되곤 했다. 지금까지 100여 명이 워크숍에 참가했다. 10대부터 60대까지 운전을 하거나 차에 대해 더 알고 싶은 여성들이 찾아왔다. 수강생들은 “정말 재밌다. 그동안 기름만 넣고 다녀서 차에 대해 잘 몰랐는데 너무 설명을 잘해줘서 이해가 쏙쏙 됐다”고 말했다.

언니 차 프로젝트의 경정비 워크숍 현장 ⓒ언니 차 프로젝트

운전하는 멋진 언니가 알려주는 셀프 경정비

이연지 기획자가 보닛을 열고 김규희 기자에게 경정비 요령을 알려주고 있다. ⓒ함나영 콘텐츠 에디터·홍수형 기자

이씨는 셀프정비소에서 차 보닛을 열고 기자에게 경정비 요령을 안내했다. 차주가 보닛을 열고 주기적으로 점검해줘야 하는 것들에는 크게 △냉각수 △브레이크액 △엔진오일 △워셔액 등이 있다. 

냉각수는 엔진이 과열돼 망가지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냉각수 양이 F와 L 사이에 있는지, 냉각수 색이 변질되지 않았는지, 부유물은 없는지 보닛을 열 때 한 번씩 점검하면 된다. 2년에 한 번씩은 냉각수를 교체해야 한다. 브레이크액은 자동차 제동 시 브레이크가 작동하도록 압력을 전달하는 오일이다. 점검 시 브레이크액 양이 F와 L 사이에 있는지 확인하고 부족할 시 교환하면 된다. 브레이크액도 2년에 한 번씩 교환하면 된다.

냉각수 주입구 ⓒ함나영 콘텐츠 에디터·홍수형 기자
브레이크액 주입구 ⓒ함나영 콘텐츠 에디터·홍수형 기자

엔진오일은 엔진에서 마모 방지 및 윤활 등의 역할을 한다. 주행 후 시동을 끄고 나서 약 5분 뒤 노란색 긴 스틱을 빼서 닦은 후 다시 찍어보면, 엔진오일의 높이를 알 수 있다. F와 L선 사이에 오일 높이가 오는지 확인하면 된다. 엔진 소리가 이상할 때나 엔진오일 교환 전에 한 번씩 살펴보면 된다. 엔진오일이 부족하면 계기판에 주전자 모양의 경고등이 뜬다. 워셔액은 자동차 앞 유리를 닦을 때 사용되는 세정액이다. 분수 모양이 그려진 곳의 파란색 뚜껑을 열고 넘치지 않을 만큼 워셔액을 부으면 된다. 계기판에 분수 모양 그림이 뜨면 워셔액을 보충하면 된다.

주행 후 시동을 끄고 나서 약 5분 뒤 노란색 긴 스틱을 빼서 닦은 후 다시 찍어보면, 엔진오일의 높이를 알 수 있다. F와 L 선 사이에 오일 높이가 오는지 확인하면 된다. 엔진오일이 부족하면 계기판에 주전자 모양의 경고등이 뜬다. ⓒ함나영 콘텐츠 에디터·홍수형 기자
워셔액은 자동차 앞 유리를 닦을 때 사용되는 세정액이다. 분수 모양이 그려진 곳의 파란 뚜껑을 열고 넘치지 않을 만큼 워셔액을 부으면 된다. 계기판에 분수 모양 그림이 뜨면 워셔액을 보충하면 된다. ⓒ함나영 콘텐츠 에디터·홍수형 기자

사고대처법을 아는 것도 중요하다. 평소 블랙박스가 잘 기록되는지 점검해야 한다. 또, 사고 시 필요한 곳에 연락할 수 있도록 보험사 번호를 알아둬야 한다. 고속도로에서 사고 시, 한국도로공사(1588-2504)에 연락해 무료로 긴급 견인과 장애물 처리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사고가 났을 때는 우선 자신과 상대가 많이 다치지 않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현장 사진도 찍어 놓아야 한다. 잘못하지 않았는데 무조건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도 지양해야 한다. 추후 보상 책임을 더 지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보복운전을 당하면 경찰에 신고하면 된다. 상대 차 번호를 기억하고, 보복운전 행위를 촬영해 블랙박스 영상과 함께 경찰에 제출하면 된다. 한 차량을 노려 난폭하게 운전하는 보복운전을 저지를 경우, 형법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보복운전으로 상대방에게 상해를 입힌 경우 최소 2년 이상, 최대 10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우리 모두는 운전하는 멋진 언니가 될 수 있다”

영화 '델마와 루이스' 스틸컷. 영화 속 질주하는 자동차의 운전대를 잡은 건 중년의 남성도, 젊은 카우보이도 아닌 ‘운전하는 멋진 언니들’이다. 차는 두 여성과 관객들에게 해방감을 주는 실질적 교통수단이다. ⓒ(주)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이씨에게 차는 한 마디로 ‘자유’다. “여성에게 운전이란 원할 때 원하는 곳으로 떠나고 또 돌아올 수 있는 힘, 이동독립권이다. 차가 있으면 언제든지 원하는 곳에 앉아서 편하게 갈 수 있다. 여름엔 시원하게 겨울엔 따뜻하게 움직일 수 있다. 휴대폰을 충전하면서 이동할 수 있다(웃음). 짐도 가득 실을 수 있다.”

그는 앞으로도 언니 차 프로젝트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여성가족부의 지원사업은 끝났지만, 여성 운전자들의 성원에 힘입어 공익 활동 전개를 구상 중이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다시 경정비, 세차, 사고대처 워크숍까지 열 계획이다. 언니 차 프로젝트 관련 책 출판 계획이 있으며 유튜브 채널 개설도 고민 중이다.

이씨는 마지막으로 예비 운전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뭐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늘리는 건 좋은 것이다. 도전해서 면허를 꼭 얻어 보길 바란다. 그리고 운전을 두려워하지 않으면 좋겠다. 어려운 것이 있다면, 언니 차 프로젝트를 찾아 달라. 우리는 모두 운전하는 멋진 언니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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