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수자 없이 메타버스 혁신 없다
여성·소수자 없이 메타버스 혁신 없다
  • 이세아 기자
  • 승인 2021.08.23 23:02
  • 수정 2021-08-24 09: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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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메타버스에 예산 2.6조 투입
실체불명·과열 우려 있지만 
기술이 바꿀 변화도 분명해 
메타버스, 차별·편견 재현 아닌
다양성·성평등의 장 돼야
개발 단계부터 여성 등 다양한 인재 필요
지난 6일부터(미국 현지시간) 인기 3D 온라인 게임 ‘포트나이트(Fortnite)’ 안에서 열린 아리아나 그란데의 콘서트 장면. 게임 이용자들도 각자의 아바타로 접속해 공연을 즐겼다.  ⓒEpic Games
지난 6일부터(미국 현지시간) 인기 3D 온라인 게임 ‘포트나이트(Fortnite)’ 안에서 열린 아리아나 그란데의 콘서트 장면. 게임 이용자들도 각자의 아바타로 접속해 공연을 즐겼다. ⓒEpic Games
지난 6일부터(미국 현지시간) 인기 3D 온라인 게임 ‘포트나이트(Fortnite)’ 안에서 열린 아리아나 그란데의 콘서트 장면. 이용자들은 스타의 옷이나 장신구 아이템을 구매해 자신의 아바타에 입힐 수도 있다. ⓒEpic Games
지난 6일부터(미국 현지시간) 인기 3D 온라인 게임 ‘포트나이트(Fortnite)’ 안에서 열린 아리아나 그란데의 콘서트 장면. ⓒEpic Games

사람들이 물 위에 떠서 춤을 춘다. 미국의 팝스타 아리아나 그란데가 그 가운데에서 자신의 인기곡 ‘7 Rings’를 부르고 있다. 음악이 바뀌자 춤추던 이들이 투명한 비눗방울에 휩싸인다. 어느새 반짝이는 날개를 펼친 가수가 날아오른다. 비눗방울 무리가 뒤따른다. 이들은 공중으로 뻗는 계단을 오르고, 거대한 망치를 던져 하늘을 부수고, 오로라가 별들 사이로 춤추는 더 높은 곳까지 솟구쳐 오른다.

지난 6일부터(미국 현지시간) 인기 3D 온라인 게임 ‘포트나이트(Fortnite)’ 안에서 열린 아리아나 그란데의 콘서트다. 스타를 꼭 닮은 아바타가 5회에 걸쳐 공연을 펼쳤다. 정해진 시간에 맞춰 게임에 접속하면 무료로 관람할 수 있었다. 이용자들도 각자의 아바타로 접속해 스타의 아바타를 따라 가상세계를 누비며 공연을 즐겼다. 유료 아이템을 구매해 아바타가 노래에 맞춰 춤추게 하거나, 스타의 옷이나 장신구 아이템을 구매해 착용한 사람들도 있다.

요즘 화두인 ‘메타버스(Metaverse)’의 대표 사례다. 메타버스란 ‘초월(Meta)’과 ‘우주(Universe)’의 합성어다. 현실 세계처럼 경제·사회·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가상세계를 가리킨다. 1992년 미국 SF 작가 닐 스티븐슨의 소설 『스노 크래시(Snow Crash)』에서 처음 등장했다. 최근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비대면 산업이 성장하며 함께 주목받는 개념이다.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메타버스의 핵심 기술은 상용화 단계에 이르렀다.

현재 메타버스의 대표 주자는 포트나이트, 로블록스, 제페토 등 3D 아바타가 등장하는 게임이다. 게임 속 아이템 판매에서 나아가 콘서트, 팬사인회, 명품 브랜드와 협업 등 현실과 연계한 마케팅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2020년 인기 힙합 가수 트래비스 스캇이 포트나이트 속 공연을 열어 접속자 수 약 2800만명을 기록했고, 유료 아이템 판매로 2000만 달러(약 235억원)를 벌어들였다. 아리아나 그란데의 포트나이트 공연엔 7800만명이 접속했고, 높은 유료 아이템 판매 수익도 기대된다. 제페토에는 구찌·나이키·MLB 등 주요 글로벌 브랜드들이 입점해 아바타 의상 등을 판매 중이다.

지난 6일부터(미국 현지시간) 인기 3D 온라인 게임 ‘포트나이트(Fortnite)’ 안에서 열린 아리아나 그란데의 콘서트 장면. 이용자들은 스타의 옷이나 장신구 아이템을 구매해 자신의 아바타에 입힐 수도 있다. ⓒEpic Games
지난 6일부터(미국 현지시간) 인기 3D 온라인 게임 ‘포트나이트(Fortnite)’ 안에서 열린 아리아나 그란데의 콘서트 장면. 이용자들은 스타의 옷이나 장신구 아이템을 구매해 자신의 아바타에 입힐 수도 있다. ⓒEpic Games
2020년 힙합 가수 트래비스 스캇의 포트나이트 속 가상 공연. 접속자 수 약 2800만명을 기록했고, 유료 아이템 판매로 2000만 달러(약 235억원)를 벌어들였다.  ⓒEpic Games
2020년 힙합 가수 트래비스 스캇의 포트나이트 속 가상 공연. 접속자 수 약 2800만명을 기록했고, 유료 아이템 판매로 2000만 달러(약 235억원)를 벌어들였다. ⓒEpic Games
인기 래퍼 릴 나스 엑스는 2020년 11월 인기 3D 온라인 게임 로블록스 안에서 가상 콘서트를 열었다. 3600만명 이상이 접속했다. ⓒRoblox
인기 래퍼 릴 나스 엑스는 2020년 11월 인기 3D 온라인 게임 로블록스 안에서 가상 콘서트를 열었다. 3600만명 이상이 접속했다. ⓒRoblox
국내 대표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꼽히는 네이버의 제페토(ZEPETO). 올해 2월 구찌와 제휴해 아바타용 의상, 가방, 액세서리 등 제품을 선보였다.  ⓒ네이버제트
국내 대표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꼽히는 네이버의 제페토(ZEPETO). 올해 2월 구찌와 제휴해 아바타용 의상, 가방, 액세서리 등 제품을 선보였다. ⓒ네이버제트

여러 산업 분야에서도 메타버스에 주목하며 기술 개발과 투자에 힘쓰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7월 말 2분기 실적 발표 자리에서 “페이스북의 다음 장은 메타버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페이스북 내 메타버스 전담 조직도 신설했고, 대규모 채용도 예고했다.

우리나라에서는 IT업계를 시작으로, 금융계·엔터테인먼트·교육계에 정치권까지 메타버스 열풍에 가세하고 있다. 정부는 7월14일 ‘한국판 뉴딜 2.0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메타버스 산업 육성을 ‘디지털 뉴딜 2.0’의 하나로 추가했다. 국비 2조6000억원을 들여 “초연결, 초지능, 초실감 시대를 선도할 ICT 융합 신산업을 적극 육성”할 계획이다.

정부, 메타버스에 예산 2.6조 투입
실체불명·과열 우려 있지만 
기술이 바꿀 변화도 분명해 
메타버스, 차별·편견 재현 아닌
다양성·성평등의 장 돼야
개발 단계부터 여성 등 다양한 인재 필요

메타버스는 화려하나 아직 실체를 규명하기 어려운 개념이다. 메타버스가 게임을 넘어 여러 산업과 만나 어떤 가시적 성과를 내놓을 수 있는지, 구체적인 사업 모델은 무엇인지 제시하는 국내 전문가나 기업을 찾기는 힘들다.

한국에서 메타버스 열풍이 유독 뜨겁다는 지적도 있다. 2020년 1월1일부터 2021년 8월 현재까지 구글 트렌드에서 ‘메타버스’에 관한 세계 관심도를 살펴보면, 중국이 1위(관심도 100), 대한민국이 2위(관심도 84), 싱가포르가 3위(관심도 60)이다. 미국은 8위(관심도 20)에 불과하다.

국내에서 메타버스는 기술이나 콘텐츠 자체보다 유망한 투자 상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대형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메타버스’를 입력하면 ‘메타버스 관련주’, ‘메타버스 코인’ 등이 자동 완성 검색어로 뜬다. 메타버스 기업으로 묶였다는 이유로 주가가 급상승하기도 한다. 거품이 빠지자 주가가 급락한 사례도 있다. 인공지능(AI) 영상인식 기업 알체라는 2020년 12월 기업공개(IPO) 설명회에서 “제페토에 알체라 기술이 포함됐다”고 밝히면서 메타버스 관련주로 분류돼 주가가 급상승했다가, 7월 말 “메타버스와 직접 관련된 사업모델은 없다”고 밝히자 하루 만에 25% 폭락했다. 실제 기술 발전도나 활용성에 비해 시장이 과열됐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분명한 것은 메타버스로 상징되는 차세대 기술 융합이 좋든 싫든 우리 일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이다. 메타버스가 현실 세계의 차별과 편견을 재현하는 공간이 아닌, 다양성과 성평등의 장이 돼야 하는 이유다. 

인간이 만든 기술을 ‘인간답게’ 쓰려면 세심한 설계와 모니터링이 필수다. 먼저 기술 개발과 모니터링 단계에서부터 여성, 장애인 등 다양한 이용자의 관점을 반영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스탠리 피에르-루이스 미 비디오게임산업협회(ESA) 대표는 올해 1월 온라인 개최된 ‘게임스비트 서밋 메타버스 간담회’에서 “다양한 연령, 인종, 문화, 젠더의 사람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게 메타버스 플랫폼의 미래를 위한 주요 과제”라며 개발과 적용 단계에서부터 다양한 사람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사회가 성희롱·혐오발언 등 논란을 유발한 AI 챗봇(채팅로봇) '이루다' 사태에서 얻은 교훈이기도 하다. 

박현제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장은 “현실 세계의 조건들이 메타버스에 그대로 투영될 가능성이 크다. 메타버스가 신체적, 현실적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운 세상, 건강한 상상력과 창조력을 마음껏 펼치는 장이 되려면 노인, 여성, 장애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메타버스에 들어와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도구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메타버스 열기가 더욱 뜨겁긴 하나 쉽게 사라질 거품은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우리나라가 변방에서 주도국으로 발돋움할 기회, 세계의 ‘롤모델’이 될 기회”라고 내다봤다. 다만 “인간 일자리의 대체,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한 사기 등 위험 요소도 점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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