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도 “남혐 논란 사과”… 여성들 “‘가임기 지도’ 때와 너무 달라”
행안부도 “남혐 논란 사과”… 여성들 “‘가임기 지도’ 때와 너무 달라”
  • 이하나 기자
  • 승인 2021.08.11 11:39
  • 수정 2021-08-11 11: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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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홍보물에 쓰인 ‘집게 손가락 모양’ 두고
‘남성 혐오’라는 언론보도 나오자 홍보물 수정

 

행정안전부는 10일 홍보물 이미지에 사용된 ‘집게 손가락 모양’을 두고 논란이 일자 “남성 혐오 논란을 불러온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공식 사과했다. ⓒ행전안전부
행정안전부는 10일 홍보물 이미지에 사용된 ‘집게 손가락 모양’을 두고 논란이 일자 “남성 혐오 논란을 불러온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공식 사과했다. ⓒ행전안전부

온라인 남초 커뮤니티 이용자들의 ‘남성 혐오’ 낙인찍기가 3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다. 홍보물에서 특정 손 동작을 찾아내 ‘남성 혐오’라고 낙인찍으면, 항의를 받은 기관·기업은 이에 호응해 사과하고 홍보물을 수정하는 식이다. 국방부, 경찰청에 이어 행정안전부가 이 대열에 합류했다.

행안부는 10일 홍보물 이미지에 사용된 ‘집게 손가락 모양’을 두고 논란이 일자 “남성 혐오 논란을 불러온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공식 사과했다. 온라인 남초 커뮤니티에서 나온 주장을 여과 없이 수용해 홍보물을 수정한 뒤 사과문까지 내놨다.

앞서 연합뉴스는 지난 6일 온라인 남초 커뮤니티인 ‘에펨코리아’에 게시물을 인용해 “인천지하철 역사 스크린도어에 부착된 홍보물에 남성 혐오를 뜻하는 손가락 모양이 사용됐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라고 보도했다. 

행정안전부가 제작, 배포한 황사·미세먼지 국민행동요령. (수정 전) ⓒ행정안전부
행정안전부가 제작, 배포한 황사·미세먼지 국민행동요령 수정 전 이미지. ⓒ행정안전부

해당 자료는 황사·미세먼지와 관련한 생활수칙을 안내하는 국민행동요령을 담은 포스터로 등장인물이 창문을 열고, 과일을 씻는 모습 등이 그림으로 담겨 있다. ‘에펨코리아’ 이용자들은 포스터 속 인물이 엄지와 검지를 집게 모양으로 하고 있다는 이유로 소위 ‘메갈 손가락’이라고 주장했다. 상업용 이미지에 흔히 쓰이는 이른바 ‘레고 손’으로 볼 수 있지만 이들은 “디자이너가 메갈 상징을 숨긴 것”이라고 말한다.

행안부는 이날 곧바로 설명자료를 내고 “2018년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이미지 형태로 제작한 것”이라면서도 “논란이 되고 있는 이미지는 즉시 수정해 재배포했고, 관련 기관에도 수정 이미지로 교체하라고 안내했다”고 밝혔다.  

대한민국 출산지도 홈페이지
대한민국 출산지도 홈페이지

논란 직후 나온 행안부의 공식 사과에 일부 남초 커뮤니티 이용자들의 억지 주장을 수용하지 말라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무시하느냐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에선 2017년 사회적 이슈가 됐던 ‘대한민국 출산지도’, 이른바 ‘가임기 여성지도’ 논란 때와는 행안부의 태도가 다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행정자치부(현 행안부)는 2017년 지자체별로 가임 여성 인구수와 평균 출산연령, 합계출산율 등의 통계를 모아 ‘대한민국 출산지도’를 만들었다. 지역별 가임기 여성 수대로 순위를 매겨 공개해 “여성을 출산 기계로 보느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당시 행자부는 사과가 아닌 두 차례 ‘수정 공지문’을 게재하고 서비스를 중단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특히 1차 수정 공지문에는 “대한민국 출산지도는 국민에게 지역별 출산통계를 알리고 지역별로 출산 관련 지원 혜택이 무엇이 있는지 알리기 위해 제작한 것으로 여기에 언급된 용어나 주요 통계 내용은 통계청 자료를 활용한 것”이라며 “정부와 지자체가 여성들에게 더 많은 혜택과 지원을 드릴 수 있도록 제공한 정보의 일부로 인해 논란이 일어 마음이 아픕니다”라고 적었다. 
사과는커녕, 통계청 자료를 가공했을 뿐이며 “마음이 아프다” 변명하는 투의 행자부의 해명에 항의가 폭주했다. 그러자 행자부는 마음이 아프다는 내용만 삭제한 채 2차 수정공지문을 냈다. 
 

BBC “집게 손가락 논란은 남성들의 피해의식 때문”

이 집게 손가락이 이미 6년 전 폐쇄된 여성혐오 반대 사이트 ‘메갈리아(메갈)’ 로고를 상징하며, 한국 남성의 성기 크기를 비하하는 의미가 담겼다는 것이 일부 남성들의 주장이다. 지난 5월 GS25 편의점을 시작으로 제네시스 BBQ, 교촌 등 표적이 된 기업·공공기관은 해당 홍보물을 내리고 결국 사과까지 했다. 그러자 남초 커뮤니티는 ‘우리가 문제 제기하면 바뀐다’는 효용감을 바탕으로 더욱 열성적으로 문제 제기하고 있다.

이 논란은 해외에도 알려지며 집중 관심을 받고 있다. 영국 BBC 방송은 9일 안산 선수의 짧은 헤어 스타일을 비난하며 쏟아진 온라인 테러과 함께 ‘집게 손가락 논란’을 다뤘다. BBC는 이런 논란 대부분이 한국 젊은 남성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촉발된다며 일부 남성들은 성들 때문에 자신들이 불공정하게 피해를 봤다고 주장한다고 보도했다. 

한국 남성들이 말하는 불공정 사례로는 군 복무와 여자대학교를 소개했다. 한국의 성인 남성은 18개월간 군복무를 해야 하는데, 이들은 군복무 기간이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하는 기회를 늦추고 있으며, 10여개의 여자대학교에서 여성들은 선망하는 강의를 들을 수 있으나 남성들은 이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BBC는 현실은 한국의 여성들이 남성 임금의 63%밖에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짚으며, “한국은 선진국 중 남녀 간 임금격차가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이며,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유리천장 지수에서 한국은 선진국 대열의 국가 중 여성들이 일하기 최악의 환경인 국가로 꼽혔다”고 소개했다.

미국 UCLA 젠더학 교수인 주디 한 박사는 “일부 남성들은 해당 손가락 모양을 자신들을 비하하고 하찮게 생각하는 특정 페미니즘 흐름과 연관시키면서 이 이미지에 집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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