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용감한 솔로 육아 - 내가 키운다’
SBS ‘신발 벗고 돌싱포맨’

SBS 예능 '신발 벗고 돌싱포맨' 출연진들. 제작진은 이 프로그램을 "무언가 결핍되고, 어딘가 삐딱한, 그리고 행복에 목마른 평균 연령 50.5세의 네 남자의 토크쇼"라고 소개한다. 사진=SBS
SBS 예능 '신발 벗고 돌싱포맨' 출연진들. 제작진은 이 프로그램을 "무언가 결핍되고, 어딘가 삐딱한, 그리고 행복에 목마른 평균 연령 50.5세의 네 남자의 토크쇼"라고 소개한다. 사진=SBS

올해의 헤어스타일, 패션스타일 심지어 올해의 색까지 있을 정도로 우리는 유행 속에 살아간다. 방송가에도 유행이 있다. 얼마 전까지 트롯 오디션 열풍이 불면서 모든 방송사들은 컨셉이나 출연진을 살짝 바꿔 저마다 트롯 오디션 프로그램 유행에 동참했었다. 때로는 인물들이 유행의 중심에 서기도 한다. 화제의 인물들은 다양한 방송사와 프로그램에 집중적으로 출연한다. 한마디로 ‘물 들어올 때 노 젓기’를 보여주는 방송가의 양상들이다. 이는 시류에 동참하지 못했을 때 트렌드에 떨어진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함도 있지만, 어쩌면 화제가 되는 인물이나 장르에 기대어 쉽게 시청자의 눈길을 끌기 위함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유행하기 시작한 것이 '돌싱(돌아온 싱글)', 즉 이혼한 남녀들의 이야기다. 다양한 가족이 일상화되고 이들에 대한 방송사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돌싱들이 예능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고 유행할 조짐이 보인다. JTBC <용감한 솔로 육아 - 내가 키운다>(이하 내가 키운다)와 SBS <신발 벗고 돌싱포맨>(이하 돌싱포맨)이 그 최전선에 있으며 이들의 흥행 여부에 따라 돌싱을 다룬 프로그램의 유행 강도가 판가름 날 전망이다.

이혼 이후의 삶 보여주는 프로그램의 등장

얼마 전까지 이혼한 연예인은 일정 기간 동안 자숙을 해야 했다. 이혼이라는 자체가 시청자들에게 불쾌감을 유발한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이제 방송가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비록 여전히 용기를 내야하는 일이지만 위로와 공감을 주기 위해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의 일상을 보여주는 <내가 키운다>의 여성 연예인들, 이혼한 이후 삶의 공간을 가감없이 공개하는 <돌싱포맨>의 남성 연예인들의 등장은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가족의 양상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아직 프로그램 방영 초기이지만 두 프로그램은 전혀 다른 지향점을 보여준다.

<내가 키운다>에는 싱글‘맘’들이 주인공이며 육아에 초점을 둔 반면, <돌싱포맨>은 싱글‘대디’가 아닌 돌싱‘맨’들이 주인공이며, 오롯이 자신의 이야기만을 한다. 이혼한 여성이 TV에 나오려면 아이와 함께여야 하지만, 이혼한 남성들은 아이가 부재해도 상관없다. 오히려 아이가 있는 사람은 탁재훈 뿐이며, 이조차 방송에서는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 여전히 여성에게는 ‘엄마’라는 역할이 덧씌워지지만, 남성은 오히려 ‘아빠’ 아닌 자유로운 ‘싱글’의 이미지가 덧입혀진다.

자연스럽게 싱글맘들은 아침부터 일어나 밥 차리고 놀아주고, 책을 읽어주는 등 아이를 돌보는 엄마의 역할이 주로 그려지면서, 아이를 돌보는 돌봄의 주체로서 그려진다. 반면 남성들은 제대로 집안 청소도 못하고, 잘 씻지도 않고, 패션 센스가 없는 인물들이다. 짠한 상황에서 웃음을 유발하려는 것이겠지만, 40~50대인 남성들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대상인 것이다. 동일하게 이혼했지만 여성에게는 돌보는 존재로, 남성은 돌봄을 받는 대상이라는 낡은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반영됐다.

사진=JTBC
다양한 이유로 홀로 자녀를 키우는 이들의 모습을 담은 관찰 리얼리티 프로그램 ‘용감한 솔로 육아 - 내가 키운다’. 사진=JTBC

여성은 돌보는 존재, 남성은 돌봄 받는 대상?

또한 <내가 키운다> 속 여성들은 아이를 키우고 생계를 책임지느라 하루 종일 바쁜 일상으로 채워진다. 그들의 삶은 자연스레 워킹맘일 수밖에 없으며, 온통 관심은 아이라는 점에서 이들과 연애 혹은 재혼은 전혀 연상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관계의 확장은 가족과의 유대감과 지지에 한정되어 그려진다. 김현숙의 부모님 인터뷰나 육아에 대한 도움, 조윤희의 언니와의 동거는 이들이 살아가는데 가족과의 관계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것은 엄마이자 일을 해야하는 싱글맘들에게 아직 어리고, 혹은 성별이 달라 어려움이 있을 때 이들을 도울 존재는 가족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돌싱맨들은 관계적인 면에서 독립적인 존재로 그려진다. 대부분 아이도 없지만 가족 관련 이야기를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 단지 이별은 둘이 아픈 것이며, 이혼은 가족이 아프다라는 정도로만 피상적으로 이야기될 뿐이다. 또한 이들은 이혼 후 들었던 무례했던 질문에 대한 이야기도 하지만 그것은 잠시일 뿐이다. 오히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출연진 한 명의 집에 모여 편안하게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면서 생기는 돌싱맨들과의 우정이다. 그렇기에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존재인 이들의 모임은 자연스레 연애, 재혼이 화두가 되고, 심지어 중매인이 등장해 적극적으로 이들의 연애/재혼에 대한 에피소드가 다뤄진다. 이혼 후에 남자는 여전히 사랑의 주체이자 대상으로 용인되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앞서 아이에게 온전히 집중한 엄마의 역할로 그려졌던 싱글맘들의 모습과 사뭇 다르다.

가족의 다양성이 높아지는 흐름 속에서 이들을 다룬 프로그램들의 기획과 제작 기회가 많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이혼한 남녀는 다른 시선과 기대 속에 살아가고 있다. 남성은 독립적이고 자유롭고 연애가 가능한 존재로, 여성은 엄마라는 역할 속에서 인정받는 존재가 된다. 방송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가족에대한 고정관념은 다양한 가족 속 ‘다양성’을 드러낼 수 있을 때 약화될 것이다.

필자: 김은영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연구소 연구위원. 이화여대 언론학박사이며, 트랜스미디어스토리텔링과젠더에 관심을 두고 다수의 영상문화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필자: 김은영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연구소 연구위원. 이화여대 언론학박사이며, 트랜스미디어스토리텔링과젠더에 관심을 두고 다수의 영상문화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