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만 검색해도 성착취물 가득한데...네이버·다음의 엉뚱한 검색 제한
‘길거리’만 검색해도 성착취물 가득한데...네이버·다음의 엉뚱한 검색 제한
  • 이세아·김규희 기자
  • 승인 2021.08.05 19:32
  • 수정 2021-08-09 1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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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서 ‘길거리’ ‘일반인’만 검색해도
불법촬영물·성인 콘텐츠 가득한데
엉뚱하게 인체 성기 명칭을
‘19세 미만 검색 제한’한 국내 포털사들
“실효성 낮고 청소년 의료·정보 접근권 침해...
섬세한 접근 필요” 지적도
네이버와 다음 등 국내 포털사들이 여성 성기인 ‘소음순’을 청소년 유해어로 선정한 모습. 화면 캡처 시각은 4일 오후 8시. ⓒ네이버·다음

네이버와 다음 등 국내 주요 온라인 포털 사이트들이 ‘소음순’, ‘대음순’, ‘고환’, ‘음경’ 등 성기 명칭을 ‘청소년 유해어’로 선정해 검색을 제한하고 있다. “청소년들이 불법촬영물이나 포르노 등 불법·성인 콘텐츠에 노출되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적절한 조처일까. ‘길거리’나 ‘일반인’ 등 평범한 단어를 검색해도 불법촬영물, 음란물이 뜬다. 성기 명칭 검색을 제한해서는 별 효과도 없고, 오히려 청소년의 의료·정보 접근권 침해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길거리·일반인’ 검색해도 불법촬영물·성인 콘텐츠 뜨는데
엉뚱하게 성기 명칭 검색 제한한 네이버·다음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에 ‘길거리’, ‘일반인’ 등을 검색해도 불법촬영물이나 여성 성기가 나온 이미지를 찾아볼 수 있다. 화면 캡처 시각은 3일 오전 9시. ⓒ네이버

네이버와 카카오, 줌인터넷 등 국내 주요 포털사들은 소음순, 대음순, 고환, 음경 등이 성(性) 관련 키워드나 19세 미만 청소년에게 유해한 콘텐츠가 노출될 수 있는 검색어라고 판단, ‘청소년 유해 검색어’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포털사들이 모여 만든 민간기구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가 이러한 기준으로 선정된 금칙어 목록을 관리한다.

청소년이 포털에서 청소년 유해어로 선정된 단어를 검색하면 지식백과나 관련 기사 등 일부 내용만 볼 수 있다. 성인인증을 해야만 해당 단어 관련 사진, 영상, 블로그, 질문과 답변 등 다양한 콘텐츠를 볼 수 있다. KISO 관계자는 여성신문에 “소음순, 대음순을 포털에 검색하면 성인, 음란 콘텐츠 관련한 게시물이 뜬다. 포털 이용자인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차원에서 소음순을 청소년 유해어로 지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성기 지칭어만 골라서 검색을 제한한다고 문제가 될 만한 이미지 대부분이 걸러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길거리나 일반인 등 성적으로 연관 없어 보이는 검색어로도 음란물이나 불법촬영 이미지를 다수 찾을 수 있다.

이에 대해 KISO 측에 어떤 규제 방안을 고민하고 있냐고 묻자 “그렇다고 해서 ‘길거리’ 같은 검색어까지 제한하는 것은 지나치다”고만 답했다. 신중하게 검토하는 모양새는 아니었다.

실제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에 ‘길거리’, ‘일반인’ 등을 검색하면, 길을 걷는 여성 혹은 치마를 입은 채 버스 계단이나 에스컬레이터를 오르고 있는 여성을 바로 뒤에서 촬영한 불법촬영 사진을 쉽게 볼 수 있다. 여성 성기가 그대로 노출된 이미지까지 있다. 화면 캡처 시각은 3일 오전 9시. ⓒ네이버·다음

“청소년 의료·정보 접근권 침해...섬세한 접근 필요” 지적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고환은 되고 소음순은 안 된다? 네이버의 모순된 검색제한 정책을 규탄한다’는 제목의 청원이 게시됐다. 화면 캡처 시각은 4일 오후 5시. ⓒ청와대 국민청원

단순히 성기 관련 용어라서 ‘성인 용어’, ‘청소년 유해어’로 분류해 검색을 제한한 것은 ‘자신의 몸과 성을 알아야 할 청소년들의 정보 접근권을 침해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인터넷 검색으로 필요한 정보를 얻는 게 일상이며 가장 익숙한 청소년들의 상황과, 성 건강과 몸에 대한 자기 결정권이 중요한 가치로 떠오르고 있음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2019년 10대 청소년 미디어 이용조사를 벌인 결과, 92.2%가 정보를 얻고 싶을 때 포털·검색엔진·온라인동영상플랫폼·SNS 등을 이용한다고 답했다.

이러한 문제를 지적하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7월19일 시작됐다. ‘고환은 되고 소음순은 안 된다? 네이버의 모순된 검색제한 정책을 규탄한다’는 제목의 청원엔 4일 오후 5시 기준 465명이 동참했다. 청원인은 “어른들은 정상적인 신체에 대한 제대로 된 교육과 지식전달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네이버가 해야 할 일은 청소년에게 유해한 ‘음란물’을 제한해 청소년에게 유익한 정보를 주는 것이지, 정상적인 신체 명칭을 검색해 얻는 ‘유익하고 건전한 의료지식’의 전달과 습득마저도 차단하고 제한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성기와 같이 성적인 함의를 담았는지에 따라 청소년 유해어를 선정할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청소년 유해매체로의 접근을 막을 수 있을지 충분히 고민하고 유해어를 선정해야 한다. 청소년들이 인터넷을 통해 성기 등 신체에 대해 의학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전혀 유해하지 않다”고 말했다.

네이버·다음 “유해물 삭제 위해 모니터링·신고센터 운영”

네이버와 다음 측은 자체적인 유해물 모니터링 시스템과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음은 24시간 신고센터를, 네이버는 AI 이미지 필터링 시스템 ‘X-eye2.0(엑스아이2.0)’를 운영하며 불법촬영물 등 청소년 유해성 게시물을 자체적으로 규제하고 있다. 네이버는 신속한 조치를 위해 모니터링 전담팀과 긴급신고센터도 운영하고 있다며, “음란물, 성인물은 물론 불법촬영물, 혐오표현 등 사회적 변화에 맞춰 다양한 유해 콘텐츠 차단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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